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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록이 죽었다고? 록의 매운 맛 보여주마

등록 2006-05-28 23:20수정 2006-05-29 01:14

록·펑크·랩 맛깔스런 접목 발매 첫주 44만장 팔리고
빌보드 2주 연속 정상 ‘징정한 거장에 한걸음’ 평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9번째 앨범 ‘스테이디엄 아케이디엄’

미국의 대중음악 전문 사이트인 엠티브이닷컴은 최근 기사에서 “록 음악을 이제는 죽은 장르라고 도맷값으로 넘겨버린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록은 잠시 낮잠을 잤을 뿐이다”라면서 거물급 록 그룹의 최근 잇따른 복귀를 환영했다. 실제로 미국 대중음악계에서는 몇 주 전부터 ‘툴’, ‘펄 잼’, ‘테이킹 백 선데이’ 등 굵직굵직한 밴드들이 새 음반을 내면서 록 음악의 존재감을 묵직하게 확인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런 록의 위세를 다시 확인하듯, 4인조 펑크 록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이 달 초 아홉번째 음반 <스타디움 아카디움>을 내놓았다. 이 음반은 발매되자마자 단숨에 빌보드 순위에 올라선 이후 2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발매 첫 주 음반 매장 판매량만 44만여 장으로, 약 25만여장을 판매한 닉 러세이의 <와츠 레프트 오브 미>를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차이로 따돌렸다. 미국 뿐 아니다. 음반사인 워너 뮤직에 의하면 발매 첫 주 전 세계 20개국에서 음반 순위를 석권했다.

2002년 음반 <바이 더 웨이> 이후 4년 만에 발표된 이번 음반에서 페퍼스는 ‘목성’과 ‘화성’이라 이름 붙여진 두 개의 시디에 무려 28개의 노래를 눌러 담았다. 원래는 38곡을 세 개의 시디에 담는다는 좀더 야심찬 계획이었지만 제작과정에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음반에서 ‘페퍼스’는 자신들의 개성과 장기를 얄미울 정도로 솜씨 있게 담아냈다. 머릿곡인 ‘대니 캘리포니아’와 ‘스노우 (헤이 오)’ ‘험프 드 범프’ ‘디세크레이션 스마일’ 같은 노래에서는 ‘펑크록의 황제’답게 록과 펑크, 랩의 맛깔스런 접목을 보여 준다. 여기에 적절하게 배합된 브라스와 퍼커션은 보컬을 맡은 키디스의 노려한 목소리와 함께 귀를 잡아끄는 매력을 뿜어냈다. 국내 음악 전문지 <핫 뮤직>은 이번 음반을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진정한 거장의 길로 한걸음 다가”선다고 격찬하기도 했다.

페퍼스는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같은 고등학교 다니던 마이클 밸저리와 앤서니 키디스, 하일렐 슬로박 등 4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그룹. 엘에이 등지의 펑크(punk) 록과 흑인계 펑크 (funk) 음악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개성적인 색의 음악을 선보이면서 이듬해에 음반회사 이엠아이와 계약하는 등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슬로박이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고, 인원이 자주 교체되는 등 험난한 세월을 거쳤다. 198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이 밴드는 기타리스트인 존 프루시안테와 드럼 주자인 채드 스미스를 영입하면서 현재의 진용을 갖췄다. 그리고 1989년에 내놓은 <마더스 밀크>는 이들의 첫 번째 ‘골든 디스크’가 된다. 그 이후 잇따라 내놓은 <플러드 슈거 섹스 매직>, <원 핫 미니트>, <캘리포니캐이션> 을 통해 대중적인 성공과 평단의 찬사를 함께 받으면서, 거의 20년간을 록 음악의 우상으로 군림했다.


페퍼스는 끊임없는 음악적 실험 이외에도 무대에서의 온갖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94년 우드스탁 공연에서는 우스꽝스런 대형 전구 모양의 무대복을 입고 등장하는가 하면, 종종 나체로 공연을 하기도 해서 팬들을 당황하게 하거나, 혹은 열광하게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 <비비시>의 보도에 의하면 이들은 해외 공연을 갈 때마다 명상을 할 수 있는 방에 방향초를 함께 비치할 것을 요구하는 등 까다롭기로도 유명하다.

최근 이들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 두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발매 직전에 이들의 음원이 인터넷으로 유포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이번 앨범 머릿곡이 표절시비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음원 유출이 대해, 밴드의 베이스 주자인 밸저리는 밴드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여러분이 파일 공유 사이트들을 통해서 우리 음반을 내리받는다면, 음반의 조악한 복제판을 받을 거에요. 그건 음질이 안 좋은 건데, 참 가슴이 아프군요”라면서 그들이 “일년 넘게 밤낮으로 만든” 음반을 구입해서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표절 시비는 최근 미국에서 라디오 디제이 한명이 이번 음반의 ‘대니 캘리포니아’가 미국에서 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톰 페티의 ‘메리 제인즈 라스트 댄스’와 코드 진행과 선율, 박자가 흡사하다고 지적하면서 생겨났다. 불혹을 넘어서도 개성과 끼가 넘치는 이 록 음악의 거물이 이에 대해 또 어떤 독특한 방식으로 화답을 할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워너 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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