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컷서 골라낸 46점…고향같은 편안함
대상과 교감해야 셔터 눌러…반응 폭발적
대상과 교감해야 셔터 눌러…반응 폭발적
[이사람] 베트남서 사진전 연 최경자씨
베트남의 풍물을 담은 한국 작가의 사진전이 베트남 현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작가 최경자씨의 사진전 ‘베트남 신(SCENE)-얼굴’이 그것이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29 항바이 갤러리’에서 지난 26일 개막해 1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베트남의 자연과 풍물, 사람을 담은 100여 컷 46점의 사진작품이 걸렸다. 지난 2000년부터 매년 두어 차례씩 도합 100여 일 이상 찍은 수천 컷에서 고르고 또 고른 것들이다. 한국 문화예술위원회와 베트남 주재 한국 대사관의 지원으로 뜻깊은 전시를 마련한 사진작가 최씨를 전시 개막일인 지난 26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왜 하필 베트남이냐’는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제게 베트남은 다른 외국과는 달리 편안한, 고향 같은 느낌을 주어요. 어떤 경험이랄까, 시절을 같이 지나 온 것 같은 친밀감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베트남의 유명한 명승지 하롱베이의 수려한 풍광을 비롯한 풍경 사진들, 논과 공사장, 휴양지의 마을, 음식과 과일 좌판, 사당지기 할아버지와 아이들, 단란한 가족사진, 닭·돼지·고양이·소 같은 동물, 창문과 문살 등 베트남의 다채로운 얼굴을 담았다. 작가 스스로는 “베트남이라는 영화의 장면 장면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낯선 이의 카메라 렌즈 앞에서 긴장하거나 불퉁한 표정을 지을 법도 한데 한결같이 밝고 환하게 웃는 얼굴의 인물 사진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베트남 기자들도 인물 사진의 그런 특징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더군요. 제 비결이란 건 단순해요. 가령 찍고 싶은 좌판 아주머니가 눈에 뜨이면, 그 앞에 가서 한 십 분 가량 가만히 앉아 있는 겁니다. 그러면 상대방이 마음을 열고 미소를 보여주죠. 그렇게, 대상과 제가 교감에 이르렀다고 느낄 때에만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람만이 아니라 풍경이나 사물도 마찬가지였어요.”
최씨는 이번 사진전 준비를 위해 지난 22일 베트남에 온 이래 하루 3~5차례씩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개막일인 26일에도 신문과 방송, 잡지 등에서 5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왔고, 전시를 주선한 베트남사진작가협회 회원 등 문화예술인들의 발길이 쇄도했다. 한국 작가가 찍은 베트남 풍물의 베트남 현지 전시는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다.
“어려움도 많았죠. 베트남은 체제의 특성상 전시되는 사진을 사전에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사진의 규격도 미리 정해져 있었죠. 왜 굳이 지저분하고 낙후된 것들을 골라 찍었느냐는 항의 섞인 질문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들 나름의 아름다움을 찾아내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어쨌든 전체적으로는 반응이 좋았어요. 제가 찍은 사진을 그 주인공인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 큰 보람을 느낍니다.”
최씨는 “베트남에 올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들이 사라져 가는 게 확연히 보여 안타깝다”며 “기회가 닿으면 한국에서도 베트남을 주제로 한 사진전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하노이/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파란 하늘 아래 빨강노랑별 베트남기’
최씨는 “베트남에 올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들이 사라져 가는 게 확연히 보여 안타깝다”며 “기회가 닿으면 한국에서도 베트남을 주제로 한 사진전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하노이/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최경자 사진전 출품작.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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