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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작은 연극 큰 소문 대학로 떠들썩

등록 2006-06-04 22:00

네 청년 살인누명 쓰는 ‘일주일’
한달간 매진사례로 공연 계속
“진정성 있는 얘기 쓰고싶어”
다른 작품도 주말 대학로에
오픈런 돌입한 연극 ‘일주일’의 작가 고연옥

대학로에 작은 파란이 일고 있다. 소극장 연극 하나가, 무대에 오른 지 한달 만에 매진 사례를 이루며 오픈 런(끝나는 날을 정하지 않고 공연하는 것)에 돌입한 것이다. 보조석까지 놓아 극장을 꽉 채우고 있지만, 예매하지 않고 현장에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배우 김갑수(49)가 대표로 있는 ‘배우세상 소극장’ 개관 기념 공연 〈일주일〉(연출 박근형)이다. 무고한 젊은 청년 넷이 살인죄를 뒤집어쓰게 되는 일주일 동안의 과정을 통해 제도의 폭력성과 인간의 나약함을 그리면서, 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이다.

스타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뮤지컬도 아닌, 더구나 진지하기까지 한 이 작은 연극이 입소문만으로 관객 몰이를 하고 있는 점이 놀랍다. 〈청춘예찬〉 〈선착장에서〉의 박근형이 보여주는 속도감 있는 연출, 배우들의 힘이 넘치는 연기 등이 흥행 요소일 것이다. 그런데 그 밑바닥에는 소외된 삶의 눈높이에서 기성 질서에 비수를 들이대는 하나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희곡작가 고연옥(35)이다.

고연옥은 지금까지 어둡고 은밀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회성 짙은 사건을 주로 다뤄왔다. 청송감호소에서 풀려나려고 몇 달 동안 똥을 먹으며 정신 나간 체하는 인물을 그리기도 했고(〈인류 최초의 키스〉), 자신의 장례 비용 100만원을 준비해 놓고 살던 한 홀몸 노인이 그 돈을 욕심내는 이웃들에 의해 죽게 된다는 세태비판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웃어라 무덤아〉).

이번 주말부터는 그의 또다른 희곡 〈백중사 이야기〉(연출 문삼화)가 무대에 올라간다. 〈일주일〉의 장기흥행 덕에 그의 작품 두개가 동시에 대학로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백중사…〉는 “갈 데가 없어서 군대에 ‘짱박은’” 직업군인 백중사와, 그를 비웃으면서도 두려워하는 사병들의 모습을 통해 조직에 길들여지는 인간 군상을 씁쓸하게 그린 작품이다. 얼핏 보면 무거울 듯하지만, 〈일주일〉보다도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작가는 귀띔한다.

군대는 당연히 갔다 오지 않았고, 감옥이라고는 며칠간의 경찰서 유치장 경험이 전부인, 그리고 애가 둘이나 딸린 주부가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을까?

“경험이 많다고 더 잘 쓸 것 같지는 않아요.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진정성 있는 얘기를 붙들 수밖에 없죠. 감옥이나 군대 같은 공간에서 느끼는 절망, 회의 같은 거요.” 아이들을 돌보느라 시간을 빼앗기기는 하지만 아들을 통해 받는 위로가 더 크다.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본 짧은 뉴스 혹은 사람들한테 들은 얘기가 소재가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니까 자연히 사회성이 담긴다. 그런 사건 속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연민과 동질감을 가지면 진정성을 찾아낼 수 있죠. 그런 진정성을 찾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작가 기근의 시대에, 의식과 재능을 두루 갖춘 이야기꾼이 꿋꿋이 자기 세계를 구축해 가는 광경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은 든든하다. 〈일주일〉 오픈런, 배우세상 소극장 (02)743-2274. 〈백중사 이야기〉 6월9일~7월23일, 대학로 우리극장 (02)745-0308.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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