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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정열의 스페인 달구는 한국의 미

등록 2006-06-06 20:3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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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배병우씨 소나무·타히티 풍경연작 호평
“한국 혼 담긴 소나무들 18세기 낭만주의 떠올려”

‘보따리’ 작가 김수자씨 왕실 유리궁전 설치작업 성황
거울·투명필름 궁전 뒤덮고 명상음악 흘려 환상 연출

무지갯빛 유리 궁전의 추억? 보따리 작업으로 알려진 설치 작가 김수자씨는 요즘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마드리드 시민들에게 색다른 환상 체험을 선사하는 중이다.

시민 쉼터인 도심 레트로공원 구내의 옛 왕궁 온실이었던 유리궁전(수정궁·오른쪽)을 빛과 소리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투명 보따리로 바꿔놓았다. 궁전 바닥을 100여개의 거울로 덮고 건물 유리 표면에는 무려 10㎞나 되는 투명 필름을 붙여놓아 서로 빛을 반사하면서 생기는 황홀한 무지갯빛이 궁전의 유리벽 안팎에 아롱진다. 환상공간이 된 수정궁 안에서 신발 벗고 바닥을 거닐면 김씨의 숨소리 음향과 웅웅거리는 명상음향까지 듣는다. 거울에 못에 잠긴듯 거꾸로 비치는 수정궁 천장의 환상적인 실루엣, 명상음악 체험을 하면서 관객들은 구도자가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지난 4월27일부터 시작된 이 설치작업전(7월24일까지)은 “공간과 작업 개념이 환상적 조화를 이룬다”는 호평 속에 연일 관객들이 몰리고 있었다. 수정궁은 피카소의 〈게르니카〉 소장처로 유명한 레이너 소피아 미술관의 부속 전시장이다.

김씨만이 아니다. 카스티요광장 옆에 있는 스페인 굴지의 사설 미술관인 티센 보르네미사에서는 한국 사진동네의 간판 작가인 배병우씨의 사진전(왼쪽)이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됐다. 스페인의 사진 예술 축제인 9회 포토에스파냐의 출품작을 겸한 그의 전시 출품작은 대표작인 소나무 연작과 2000년대 이후 작업인 타히티 풍경 연작 14점. 개막 간담회에만 100명 이상의 현지 언론계, 미술계 관계자들이 몰렸다.

세계적인 프라도 미술관, 레이너 소피아 미술관과 아울러 마드리드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티센 미술관이 첫 현대미술 기획전의 작가로 동양인 배씨의 사진작업을 골랐다는 점은 내내 화젯거리였다. 배씨의 전시를 유치한 기획자 마리아 올리바는 “자욱한 아침 안개 속에 솟아오른 배씨의 소나무 연작들은 18세기 프리드리히의 낭만주의 풍경화를 떠올리게 한다”며 “외세에 항거했던 한국인들의 강인한 정신과 혼을 상기시켜주는 작품”이라고 했다. 한민족의 역사의식과 사상이 투영된 그의 소나무 작품들이 스페인에서는 뜻밖에도 유럽인들이 잊어버린 낭만주의 정신의 상징으로 인식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작가 배씨는 “유럽 미술관 전시는 생각조차 못했던 영광”이라며 “알람브라 궁전 연작 등 스페인 사진작업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중견 작가의 마드리드 입성은 1999년과 지난해 베네치아(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김씨와 지난 2월 스페인 아르코(ARCO) 아트페어, 소더비 경매에서 호평을 받은 배씨의 사진들을 현지 관계자들이 눈여겨보고 파격적인 조건으로 현지 전시를 성사시킨 결과물. 경매나 해외전의 성과가 뜻밖의 수확을 낚은 셈이다.


스페인 바람은 국내에도 불어올 기세다. 내년 2월15~19일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2007 아르코 아트페어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뽑혔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의 주요 미술판매 전람회로 급부상한 아르코 행사에는 12~15개 국내 화랑이 부스를 차린다. 또 커미셔너 김선정씨의 총괄 기획으로 백남준 회고전, 한국현대작가전, 공공예술전 등이 펼쳐지며 국립무용단과 안은미 컴퍼니의 춤 공연, 어어부프로젝트의 사운드 퍼포먼스, 김기덕 영화 회고전 등도 준비되고 있다.

아르코 운영위원장인 루데스 페르난데스는 “스페인에는 한국 미술 경향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어 앞으로 어떤 기획전을 통해 계기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며 “한국 화랑의 수준별 편차가 심해 참가 화랑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마드리드/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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