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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1인 25역 ‘멀티맨’…무대는 내 놀이터

등록 2006-06-11 20:30

스타 오만석·엄기준 틈에서
다양한 역할 ‘빛나는 조연’
인물 표현하려 사람 관찰 버릇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전병욱

희한하다. 오만석(30), 엄기준(30)이라는 뮤지컬계 최고의 청춘 스타들 틈에서 유독 그가 빛난다.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장유정 작, 김달중 연출)에서 25가지 역을 소화해 내는 ‘멀티맨’ 전병욱(27). 그가 옷을 갈아입고 무대에 ‘출현’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비명이 터져나온다. 돌이켜보면 그는, 지난해 연말 대학로를 뜨겁게 달궜던 〈오! 당신이 잠든 사이〉나 3년째 공연 중인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도 눈에 띄는 배우였다.

그의 비결은 등장인물의 특징을 정확히 잡아내 그걸 극대화하는 것이다. 여주인공 오나라의 아버지 역이 군인 출신이라는 점에 착안해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차지철(정원중)을 빌려오고, 오나라의 맞선 상대 ‘젠틀맨’을 연기할 때는 1970~80년대 ‘방화’의 성우 목소리를 흉내낸다. ‘느끼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오만석, 엄기준을 직장에서 해고하는 ‘부장’이었다가, 또 그들을 차버리는 애인 ‘봉숙’이 되기도 한다. 극을 열고 닫는 것도, 의자를 치우고 팻말을 다는 것도 온전히 그의 몫이다.

“지하철 타고 다닐 때 마주 앉은 사람들을 관찰하죠. 영화나 연극, 무용 같은 공연에서도 힌트를 얻고요. 곤란했던 일이요? 짧은 시간 안에 변신해야 한다는 거죠. 단추 하나 누르면 디자인이며 옷 색깔이 바뀌면 모르겠지만. 아, 그런 세상이 오면 연기도 로봇이 하려나?”

순발력을 갈고 닦은 것은 2003년 〈지하철 1호선〉에서다. 인신매매범과 잡상인 등 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 ‘포인터’ 역을 9개월이나 했다. 처음엔 “내가 보기에 나는 딱 ‘안경’(운동권 학생)인데, 왜 ‘포인터’지?” 하고 속상해했다.

연기관을 바꿔 놓은 것은 연출가 김민기. “한번은 엠티를 갔는데 김민기 선생님이 제 친구와 저를 바흐와 모차르트로 비유하시면서 ‘천천히, 천천히’ 하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꼭 안아주시는데, 가슴이 저릿했어요.”

군대에서 막 제대한 상태에서 조바심 내던 자신을 새삼 발견하고,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천천히 가보자’고 생각했고, “무대에서 진정으로 놀 수 있게 됐다.” 지난 2004년 〈김종욱 찾기〉 초연 때 주인공 김종욱 역을 했던 그가 스스럼없이 ‘멀티맨’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깨달음 덕이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 반장과 회장을 놓치지 않았던 모범생이었다. 고등학교(대전 한밭고) 2학년 때 방송반 후배의 권유로 연기학원 오디션에 응한 것이 인생을 바꾼 계기였다. 엄격한 공무원인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98학번)에 들어갔다. 지금은 뮤지컬에 열중하고 있지만, 연극이나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가다가 며칠 전 공연에서 봤던 배우의 표정이 너무너무 웃겨서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면 그게 얼마나 보람된 일이에요. 앞으로도 무대에서 잘 놀아아죠.” 7월30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02)501-7888.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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