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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레게넣고 힙합더하고 퓨전 민중가요 감칠맛

등록 2006-06-18 20:49수정 2006-06-18 21:02

이적 한대수 전제덕 등 다양한 장르 가수·성악인
색다른 분위기로 노래 빚어내 판매수익은 문화기금으로
이색음반 ‘아가미’

민중가요인 ‘미칠 것 같은 이 세상’을 레게 스타일로 부르면 어떨까. 민요풍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힙합 리듬과 버무리면? 전제덕의 하모니카로 듣는 ‘타는 목마름’은 어떤 맛일까.

이번 주 출시된 음반 〈아가미〉는 70~80년대 민중가요와 다양한 음악 장르의 야심만만한 만남이다. 한때 디제이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이 기획한 이 음반에는 이적, 한대수, 전제덕(사진 왼쪽부터), ‘나비효과’, ‘못’ 등 쟁쟁한 대중음악인과 정세훈, 민수연 등 성악인이 참여했다. 촉망 받는 음악인 정재일도 음악 감독으로 참가해 전체 음반의 색깔을 조율했다. 결과는? 아름답지만 투박했던 재료는 성실한 요리사들의 손을 거치면서 푸짐한 성찬으로 거듭났다.

음반의 첫 트랙에서 1970년대 김의철의 노래 ‘불행아’는 ‘패닉’의 이적이 다시 불렀다. 나지막이 부르는 이적 목소리는 언뜻 낯설지만 따뜻하고 외롭다. 원래 네박자이던 곡을 세박자 리듬으로 바꾼 노래는 클래식 기타와 현악기 연주와 어울렸다.

4인조 아카펠라 그룹 ‘스윗소로우’는 서정적인 선율로 유명한 ‘사랑노래’를 색소폰 합주와 함께 재즈풍으로 풀었다. 원곡의 진한 감성은 덜한 대신, 담백하고 세련되게 재해석된 아카펠라를 들을 수 있다.

장중하고 침울한 ‘미칠 것 같은 이 세상’은 인디 밴드인 ‘윈디 시티’가 레게 스타일로 손봤다. 음악은 가벼워졌지만, 노랫말은 윈디 시티가 일부 바꾸어서 더 음울해졌다. 성가풍의 원래 노랫말 “예수님이 서서 눈물 흘리며/ 지체 말고 오라 하시네”는 새 노래에서는 “이 저열한 세상에서/ 난 뭘 해야 합니까”로 바뀌었다.

70년대 중반 이후 청계피복 노동자들 사이에서 불리면서 널리 퍼진 ‘불나비’는 실력파 록 밴드 ‘나비효과’가 다시 불렀다. 폭발적이고 정열적인 원곡의 스타일과 달리, 새 노래는 퉁퉁 낮게 두드리는 리듬과 코러스로 몽환적인 느낌마저 준다.

이상화의 시에 노래를 붙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는 민요와 힙합이 ‘부조화의 조화’를 엮어냈다. 세 여성 가수가 서도 민요풍으로 풀어낸 이 노래는 깔끔한 힙합 반주가 함께 진행하면서 잊기 힘든 음악적 조합을 만들었다.

아홉 번째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에서는 전제덕의 하모니카가 주선율을 이끌면서 나지막한 시 낭송과 현악 반주가 뒤를 받치는 작품. 원곡의 강렬함보다는 시적인 애잔함이 도드라진다.

음반의 열 번째 트랙은 듣는 사람의 허를 찌른다. 여기서는 일반인들과 문화운동가 등 ‘아마추어’들이 ‘어머니’를 합창한다. 음반에서 거의 유일하게 80년대 거리의 함성을 연상케 하는 이 곡도 곱게 지나가지는 않는다. ‘사바르’라는 세네갈 전통 악기 등 타악기만을 동원한 반주는, 80년대 어지러운 시위의 복판에 타악기를 흥겹게 치는 아프리카의 음악인을 보는 듯한 환시의 느낌을 준다.

이국적인 느낌은 가수 하림이 연주한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더 풍성하다. 그는 중세유럽의 악기인 ‘드렐라이어’, 인도 악기인 ‘가탐’ 등 다섯 개의 외국 악기를 혼자서 소화하면서 이 엄숙한 노래를 새롭게 풀어낸다. 다음 트랙에서는 한대수가 같은 노래를 굵직하게 소화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두가지 해석을 비교하면서 듣는 것도 재미를 준다. 그 밖에 ‘오월 이야기’는 카운터 테너인 정세훈이 침착한 코러스와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배경으로 풀어냈고, ‘진달래’에서는 소프라노 민수연이 규모를 키워서 수난곡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음반을 기획한 지금종 사무총장은 “대중에게 민중가요에 대한 감각의 폭을 넓혀주고, 민중가요 생산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형식적인 실험을 통한 음악적 자극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반을 내는 과정에서 민중가요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많은 음악인들이 참여를 기피했다는 후문이다. 이 음반을 기획한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에 따르면 이 음반의 수익금 전액은 문화운동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된다. 〈아가미〉라는 음반의 이름은 “물고기 아가미에서 사람의 귀가 진화했다”는 스웨덴 한 연구진의 학설에서 힌트를 얻어서 지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그림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제공


인터넷 한겨레(www.hani.co.kr)에서 음반 〈아가미〉 중 하림과 한대수가 재해석한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참여자들이 말하는 ‘아가미’

‘윈디시티’의 김반장 (보컬)

“레게가 ‘미칠 것 같은 이 세상’의 가사에 적합한 음악 형식이라고 생각했다. 신과 자신의 영성, 그리고 자유와 해방에 대한 갈망으로 계속 발전해 온 음악이기 때문이다.”

‘나비효과’의 최기호 (기타)

“‘불나비’에서 원곡에 비해 좀 더 아름다우면서도 더 비정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각이 큰 리듬과 기타 리프로 비정함을 주고, 건반 사운드와 노래 코러스로 아름다움을 전달하려고 했다.”

‘못’의 지이 (기타)

“처음 이 프로젝트의 제안을 받고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민중가요의 재해석이라니. 그렇지만 민중가요의 역할 중 하나가 투쟁과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라면, ‘못’의 노래도 슬픔을 노래하면서 듣는 이와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한다. 그런 부분에서 두 노래가 손을 맞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윗소로우’의 영우 (보컬)

“‘사랑 노래’가 시대의 아픔을 담은, 우리 역사 속의 한 장면을 담아낸 노래였기에, 어떤 종류의 책임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전제덕

“오래전 시대와 불화한 청춘들과 그 아픔을 생각했다. 그 때의 아픔을 기억의 저편에 머물게 하지 않고 다시 오늘 불러내 시대와 소통시키고 싶었다. 최대한 원곡과는 다른 해석을 하고자 했다.”

정재일 (음반 음악감독)

“하향평준화된, 한번 듣고 버려지는 가벼운 음악들로 가득 찬 지금,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었던 노래들에 새로운 옷을 입힌다는 점에 흥분이 되었다. 음반의 콘셉트는 새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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