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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소통의 목마름 그 타는 열기 속으로

등록 2006-06-20 19:05

2층집 직접 수리해 11명 연작 전시 ‘맛없는 음식전’ 작품 미감 즐기기
국내외 전위작가·잭슨홍 디자인도
화랑가 달구는 젊은 기획자·작가들 협업전

미술시장 회복기에 접어든 여름 화랑가는 젊은 작가들의 열기로 뜨겁다. 20~40대 작가들의 근작이 홍콩 크리스티와 바젤 아트페어, 뉴욕 소더비를 비롯한 해외시장 곳곳에서 높은 값에 팔린다. 화랑주들이 미대 졸업전까지 훑으며 예비작가를 찾는 신풍속도도 생겼다. 그러나 양극화가 심화하는 젊은 작가군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지 회의론도 적지않다. 잇따르는 청년 기획자·작가들의 협업 전시는 그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화랑주의 자장을 벗어난 그들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까닭이다.

송원아트센터? 서울 북촌 재동초등학교 사거리 서쪽 언덕길, 들머리에 자리잡은 근사한 2층 옛 양옥집은 이달부터 이런 이름의 전시장으로 바뀌었다. 11명의 젊은 작가들이 기획자 서진석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와 각 공간을 분담해 벽지부터 바닥까지 모두 뜯어고쳤다. 이름하여 ‘순환하는 다이어그램’전(7월15일까지, 02-735-9277~8). 정원은 홍성민씨의 장난감 알파벳 ‘RED’와 러브체인 넝쿨로 수놓아지고, 1층 거실벽은 혓바닥 사진 이미지를 모은 이중근씨의 벌건 모자이크 작업이 덮었다.

1, 2층 각 방마다 작가들의 각양각색 작업들이 다른 얼굴로 맞고 있다. 꽃밭 속 병사들의 매복 이미지를 담은 이용백씨의 ‘앤젤 솔저’, 마구 뒤틀리고 해체된 남성의 반누드 영상 이미지가 여성 앞에서 흐늘거리는 한계륜씨의 ‘누드의 민망함에 관한 연구’(위) 등이 2층 다락방과 서재방에서 관객들을 멈춰 세운다. 양아치의 대형 크레인 사진, 김상균씨의 콘크리트 건축 모조물 〈인공낙원〉, 지하층에 있는 목진요씨의 〈디지털 음악박스〉 등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가들의 근작들이 꼼꼼히 끼어들어찼다.

작가적 개성을 발산하는 차원보다 기획자 서씨와 친밀한 작가들 11명의 인간관계망을 밝히려는 게 전시의 의도다. 현대미술은 창작만이 아닌 발표와 소통이란 관계로도 가치를 부여받는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기획자는 말한다. 좁은 집 안에 들어찬 작품들 자체로 암시하는 그네들 사회의 인간적 소통망을 더듬어보는 재미가 있다.

홍대 근처인 서교동 아트 스페이스휴는 맛의 느낌이란 열쇠말로 작품 미감을 즐겨보자는 이색 기획전 ‘맛없는 음식’전(7월1일까지, 02-333-0955)을 여는 중이다. 작업실의 알몸 여성을 커피로 그린 이제씨의 쓴 맛 나는 회화, 커다란 수박과 할머니를 그려넣은 방은겸씨의 풍자그림 등은 맛이 단순 미각이 아닌 재미, 만족 등의 복합 경험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인사미술공간(7월2일까지, 02-760-4728)은 이전 프로젝트로 미술과 공공영역 사이 소통의 경계를 오가며 작업하는 국내외 전위 이미지 작가들을 초대했다. 키치 아트의 대명사가 된 최정화씨, 넷 아트 장인인 슬로베니아의 뷕 코식, 세르비아의 작가그룹 슈카르트, 한국의 슬기와 민, 프랑스의 엠/엠이 그들이다. 전시의 ‘선택의 조건’은 그래픽, 웹, 북 디자인 등을 통해 순수미술과 패션, 디자인 등을 자유롭게 섭렵하는 이 시대 소통꾼들의 고민이다.


서울 소격동 원앤제이 갤러리(02-745-1644)에서 열리는 디자이너 작가 잭슨홍의 개인전을 눈여겨 볼 만하다. 타인과의 소통을 두려워하고 벽을 쌓는 현대인의 속성을 표정관리를 위한 얼굴 가리개, 접근을 차단하는 칼날 헬멧(아래 오른쪽), 칼날 의자 등의 기발한 디자인 상품으로 상징화한 재치가 상큼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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