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재즈 민요’ 어깨춤 들썩일걸요

등록 2006-07-02 19:31수정 2006-07-02 21:12

피아노와 가야금 선율 대화 피리 가락에 드럼 장단
민요 11곡 버무려 음반 내놔 가락·음정 맞추기 힘들었죠
국악기·양악기로 한팀 꾸린 ‘스톤재즈’

재즈와 국악은 의외로 친하다. 올해만 해도 지난 3월 대금 주자 이생강과 재즈 피아니스트인 신관웅이 서울의 한 재즈클럽에서 협연했고, 4월에는 퓨전 재즈의 거장 밥 제임스가 내한 공연에서 국악인들과 손을 맞췄다. 사물놀이패나 판소리 명창들과 재즈 음악인들의 협연은 이제 드문 얘깃거리는 아니다. 6인조 크로스오버 그룹 ‘스톤재즈’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갔다.

마주치면 반갑게 어울리던 두 갈래를 아예 하나의 팀으로 묶어버렸다.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해금, 피리, 가야금, 소금과 대금, 여기에 손님으로 끼는 드럼까지. 2004년 12월 결성 이후에 묵묵히 재즈와 국악 사이에 다리를 놓던 이들이 우리 민요 11곡을 모아서 〈크로스오버 코리안 솔〉을 내놓았다. 스스로도 완성도면에서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젊은 음악인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는 나름대로 매력적이다.

왼쪽부터 이원수(피아노), 김지민(해금), 임준형(대금), 양훈정(가야금), 이건승(콘트라베이스)씨.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왼쪽부터 이원수(피아노), 김지민(해금), 임준형(대금), 양훈정(가야금), 이건승(콘트라베이스)씨.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음반의 두번째 노래 ‘또 아리랑’에서는 콘트라베이스와 드럼이 받치고, 피아노와 가야금이 서로 선율을 주고받는다. 소리는 서늘하고, 신선하다. 세번째 곡 ‘군밤이요’에서 양금과 전통 현악기, 피아노가 신명나게 어우러지고, 11분이 넘는 ‘뱃노래’에서는 구성진 노랫소리와 피리를 피아노와 드럼, 콘트라베이스의 배경 위에 맛나게 얹었다.

스톤재즈의 대표 이원수씨는 “재즈 화성의 오묘함과 민요의 흥을 아울러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음반 제작의 취지를 설명했다. “국악기 중에서 가야금과 양금, 대금, 피리가 서양음악을 상대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골랐다”며 “욕심을 내자면, 한국의 정서를 재즈라는 그릇에 담아서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두 개의 이질적인 장르를 접붙이는 과정은 어쩔 수 없는 시행착오의 과정”이었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음반의 열번째 곡 ‘나의 아리랑’은 편곡 작업에만 두달이 걸렸다. 민요 ‘새야 새야’는 편곡된 노래에 국악기의 가락과 음정이 안 맞아서 고심 끝에 목소리를 싣기도 했다.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음정을 맞추는 일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이 대표는 “국악기는 음정이 두루뭉술하게 가는 부분이 있는데, 서양악기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욕심 부리지 않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리를 부는 윤형욱씨는 “국악에서는 플랫(내림)조를 많이 쓰는데, 재즈에서는 샤프(올림)조를 많이 써서 음정을 맞추는 것 자체가 큰 어려움”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현악기를 쓰는 임준형씨는 이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특수 대금 두개와 특수 소금 하나씩을 새로 구입하기도 했다.

‘스톤재즈’는, 국악과 재즈의 결합을 모색해온 이원수씨가 알음알음으로 지금의 구성원을 끌어들여 구성한 그룹. 6명의 성원에 드럼을 치는 박근혁씨가 객원멤버로 참여한다. 이들은 2005년 6월에는 원음방송 ‘신국악길라잡이’에, 같은 해 9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연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교육방송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도 섰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 인터넷 〈한겨레〉에서 스톤재즈의 음반 〈크로스오버 코리안 솔〉에 실린 ‘뱃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재즈인이 말하는 국악, 국악인이 말하는 재즈

이원수(피아노, 스톤재즈 대표·45)

재즈에서는 보기 힘든 국악의 흥과 장단이 있다. 그런 국악 특유의 느낌을 재즈의 틀 안에서 살리고 싶었다.

이건승(콘트라베이스·26)

국악의 박자를 알고 싶었다. 음반 작업을 하다보니 국악은 리듬을 호흡으로 가는데, 재즈는 상대적으로 계산해서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국악의 박자와 서양음악의 리듬이 어느 부분에서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양훈정(가야금·31)

국악과 재즈가 둘 다 즉흥 음악적인 요소가 있어서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 즉흥성의 내용이 달랐다. 재즈에서는 조화를 중시해서 즉흥연주를 하면서 서로 맞추는 부분이 많았다. 국악에서는 서로의 아귀를 맞추고, 나머지는 각자에게 맡기는 경향이 짙다.

임준형(대금, 소금·28)

고등학교 때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오텀 리브스’를 들은 이후 재즈를 좋아했다. 연주자 개인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김지민(해금·31)

98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정통 재즈 공연을 보러 갔는데, 그때는 나에게는 너무 안 맞아서 공연 중간에 나온 적이 있었다. 음반 작업을 한 이후에 재즈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낀다. 리듬이 매력적이다.

윤형욱(피리·28)

원래 재즈를 좋아했다. 막상 음반을 준비해 보니 재즈에서 하는 변주가 엄청나다는 걸 느꼈다. 재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