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수 이지상 4집 ‘기억과 상상’
민중가수 이지상의 노래는 묵직하다. 그는 노래를 통해 당대의 아픔을 거짓 없이 직시한다.
‘비주류’인 민중음악계의 한몫을 10여년 동안 지키면서 그는 일본군 위안부나 베트남 양민 학살, 일본의 민족학교와 같은 굵직한 사회문제를 꼼꼼히 기록했다. 그가 4집 음반 〈기억과 상상〉을 내놓았다. 두 개의 시디에 각각 아홉곡과 열곡을 담았다. 포크의 형식에 담긴 감수성은 진솔하다.
첫번째 시디 ‘기억’ 편에서 역시 그는 세상에 대한 예민한 촉수를 들이민다. 세번째 노래 ‘해빙기’는, 그가 직접 경험한 난곡 판자촌의 마지막 성탄 예배 광경을 그렸다. “돌계단 틈으로 바람이 불어오면/ 어느새 묵었던 잔설이 녹고/ 무너진 예배당 십자가 위엔/ 또 다른 햇살이 비칠테지.” 네번째 노래 ‘나무를 심는 사람들’에 담긴 반전의 메시지는 듣는 이의 가슴을 두드린다. “저 총탄이 아이와 군인을/ 구별한단 얘기를 난 듣지 못했네/ 저 총탄이 우유공장과 탱크를/ 구별한단 얘기를 난 듣지 못했네.” 그 밖에 ‘오늘도 한 아이가’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편지’에서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기억한다.
두번째 시디 ‘상상’에서 이지상은 모순과 아픔을 넘어선 사랑의 세상을 떠올렸다. 정양, 도종환, 김경환의 시에 곡을 입힌 노래들은 뚝배기처럼 질박하다. “썰물 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대문짝만한 큼직한 글짜엔/ 시리디시린 통증이 몸에 감긴다/ “정순아 보구자퍼 죽것다 씨벌””(토막말·정양 시)
음반의 마지막 곡 ‘12월 이야기’는 이채롭게도 소설가 한강이 노랫말과 곡을 만들었다. 그는 이지상과 함께 직접 노래도 불러서, 소설가와 가수가 부르는 보기 드문 이중창을 들려준다.
이지상은 ‘전대협 노래단 준비위’, 서총련 노래단 ‘조국과 청춘’, 사회노래패 ‘노래마을’, ‘민족음악인협회’를 거치며 민중음악계에서 잔뼈가 굵은 가수. 90년대 초반에 대학가에서 즐겨 불리던 ‘통일은 됐어’ ‘내가 그대를 처음 만난 날’ 등이 그의 작품이다.
글 김기태,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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