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 루프에서 전시(9일까지)중인 김종환씨의 실크스크린 작업 <라이크유라이크미>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 엇갈리는 평가…치솟는 경매가 속 위기 징후 경계론
무담론·지난친 상업성·중국팽창 등 인기작만 연연…문제작 발굴해야
무담론·지난친 상업성·중국팽창 등 인기작만 연연…문제작 발굴해야
올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에 유례없는 격변을 몰고온 주역은 젊은 작가들이다. 경매에서 주가가 치솟은 신예 작가들이 국내외 미술시장을 휘젓고, 화랑주는 학생들의 작업실까지 누비면서 젊은 작품 확보에 혈안이 된 상태다. 불과 2년여전까지 작가들이 화랑 전시를 꺼렸던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서울옥션의 젊은 작가 7명의 작품 경매 행사인 ‘커팅에지’에서는 출품작 28점이 평균 추정가의 2배 이상 값으로 모두 낙찰됐다. 지난달 14-18일 열린 스위스의 국제미술품 장터인 바젤아트 페어의 한국 화랑 부스는 김준, 최우람, 정연두, 박미나씨 등 젊은 작품으로 뒤덮였고,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신예 최소영씨의 청바지 기운 평면그림이 1억95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치솟는 판매성과를 놓고 이런 물음을 제기할 법하다. 청년 작가들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국제 시장에서 생존할 콘텐츠 생산을 지속할 수 있을까. 답은 부정적이다. 젊은 작가 대망론을 장담하는 화상들과 달리 현장의 미술인들은 대부분 위기의 징후를 이야기하고 있다.
담론이 없다
“젊은 미술판은 담론의 사막이 되어버렸다.” 기획자 ㄱ씨의 단언이다. 팔리는 트렌드는 있어도, 심도있는 미학 담론은 사라졌다는 말이다. 올 상반기 청년작가들의 기획전은 빈곤했고, 개인전들도 거의 이슈를 제기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아라리오 갤러리의 의욕적인 젊은 작가 지원 프로그램의 첫발로 관심을 모았던 기대주 권오상, 박세진씨 등의 근작전(3~4월)은 안일한 틀거지로 호평을 받지 못했다. 전위적인 한국화 연작들을 내놓았던 갤러리 꽃의 ‘미+끼’전 등을 제외하면 한국화쪽도 전반적으로 매끈한 그림 트렌드의 관성을 벗지못했고, 담론의 장이던 영상미디어 작업의 급격한 퇴조도 뚜렷하다.
오히려 고 박이소, 강홍구씨 등 중견 작가들의 회고전들이 철지난 포스트모더니즘이나 디지털 사진작업의 재조명 논의를 이끌었다. 4~5월 열린 미술관 리움의 유망작가 소개전인 ‘아트스펙트럼 2006’전은 인기작가 줄세우기에 급급한 전시의 전형으로 회자됐다. 노쇠한 대안공간들은 무기력한 상황에 놓여있고, 젊은 유망주들의 광장이었던 아트선재도 공간성격이 바뀌면서 문제 작가들의 배출통로는 더욱 좁아졌다. 평론가 강수미씨는 “미술판 담론을 상업적 트렌드의 강박이 대체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몇년 안에 거품이 꺼지는 공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회화의 강세? 시장 논리!
요즘 젊은 작품들의 특징은 수작업으로 사물들의 이미지를 약간씩의 상상력을 가미해 풀어내는 구상회화류가 압도적이다. 편안함과 독특한 동화적 감성 어린 이런 류 작업들을 일부 언론이나 화상들은 회화의 강세로 부각시키는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세계시장의 상업적 흐름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미대 졸업반이나 재학생들의 작업실에 화상들이 찾아와 이런 구상적 특징 등을 주문하는 경우도 적지않다는 전언이다. 미대 시간강사로 뛰는 ㅇ씨는 “요즘은 눌러앉아 주로 그림만 그리는 게 졸업반 학생들의 일상 풍경”이라며 “너무 일찍 시장을 의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화랑들은 변화를 쫓아갈 뿐 지난달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국미술시장의 전망과 정책’포럼에서 평론가 유진상씨는 △화랑과 경매의 시장 역할 분담 △이중가격 해소 등 가격 투명화 △시장 전문가 양성 등의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이들 제안처럼 미술시장의 활기는 자체적인 노력보다 중국미술의 팽창과 세계 시장의 호황세 등에 따른 투자 심리 등의 외생적 변수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대다수 화랑주들이 젊은 작가들을 장기 안목으로 지원하기보다 국내값보다 높은 해외 경매에 당장 팔아치우는 데 급급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중견 화상 박영덕씨는 “국내 1차 시장을 건너뛴 젊은 작가들이 해외 경매에서 높은 값으로 작품이 팔린다고 국내 시장에서도 그 값에 거래되지는 않는다”며 “지나친 20~30대 작가 편중으로 40대 작가의 전시기회가 막히는 등 작가층 구조가 왜곡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명이던 대전의 40대 중견 작가 김동유씨의 모자이크 그림이 국내 작품 해외경매사상 최고가인 3억여원에 낙찰된 것은 작가 발굴에 둔감한 화랑가의 단견을 보여준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화랑들은 변화를 쫓아갈 뿐 지난달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국미술시장의 전망과 정책’포럼에서 평론가 유진상씨는 △화랑과 경매의 시장 역할 분담 △이중가격 해소 등 가격 투명화 △시장 전문가 양성 등의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이들 제안처럼 미술시장의 활기는 자체적인 노력보다 중국미술의 팽창과 세계 시장의 호황세 등에 따른 투자 심리 등의 외생적 변수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대다수 화랑주들이 젊은 작가들을 장기 안목으로 지원하기보다 국내값보다 높은 해외 경매에 당장 팔아치우는 데 급급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중견 화상 박영덕씨는 “국내 1차 시장을 건너뛴 젊은 작가들이 해외 경매에서 높은 값으로 작품이 팔린다고 국내 시장에서도 그 값에 거래되지는 않는다”며 “지나친 20~30대 작가 편중으로 40대 작가의 전시기회가 막히는 등 작가층 구조가 왜곡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명이던 대전의 40대 중견 작가 김동유씨의 모자이크 그림이 국내 작품 해외경매사상 최고가인 3억여원에 낙찰된 것은 작가 발굴에 둔감한 화랑가의 단견을 보여준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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