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공연 ‘라이언 킹’
국내 제작기회 선점당해
국내 제작기회 선점당해
‘시키’ 국내진출 무엇이 문제
한국뮤지컬협회가 시키의 〈라이언 킹〉 잠실 샤롯데극장 공연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내 뮤지컬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뮤지컬 전용관이 생기자마자 일본 극단이 장기 독점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오래 할수록 입장권 가격이 싸지는 공연의 속성상 시키는 최고 9만원을 책정했는데, 이는 국내 제작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저가라는 주장이다. 새로 생기는 샤롯데 극장을 대체할 만한 다른 뮤지컬 전용관이 없는 이상 시키가 이를 장기독점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런 불평등한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 제작사들은 모두 고사하고 말 것이며, 일본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논리도 편다. 제작자든 배우든 스태프든 모두 시키 밑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사리 게이타 대표는 “롯데 신격호 회장으로부터 개관 초기에 최소 3년 동안 공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라이언 킹〉은 공연 종료일을 정하지 않는 오픈 런 방식으로 진행한다. 우리나라에서 공연한 대형 뮤지컬 중 기간이 가장 길었던 것은 〈아이다〉의 8개월이었다.
둘째, 한국의 제작자들도 〈라이언 킹〉 같은 라이선스 공연을 충분히 무대에 올릴 능력이 있는데 왜 굳이 일본 기업의 손을 통해 들여와야 하느냐는 것이다. 한국 제작자들도 원작자인 미국의 월트디즈니사에 〈라이언 킹〉을 공연하겠다고 여러차례 타진했지만, 결국 로열티를 많이 주는 아사리 대표에게 권리가 넘어갔다는 것이다. 시키는 매출의 20% 가량을 원작자인 미국 월트디즈니사에 로열티로 지급한다. 우리(13% 안팎)보다 퍼센티지도 높은데다, 워낙 장기공연을 하기 때문에 디즈니에 돌아가는 전체 수입은 우리가 공연할 때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많다.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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