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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중시장 다진 뒤 미국 상륙 노린다”

등록 2006-07-16 20:22

아사리 게이타 극단 시키 대표가 지난 15일 일본 요코하마시 아자미노에 있는 시키예술센터 신축 건물 개관식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가 개관축하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오른쪽).
아사리 게이타 극단 시키 대표가 지난 15일 일본 요코하마시 아자미노에 있는 시키예술센터 신축 건물 개관식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가 개관축하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오른쪽).
53돌 맞는 뮤지컬 대기업
보수파 나카소네도 창립축하
한국쪽 “정한론 문화적 버전”
국내진출 논란 빚는 일본극단 ‘시키’ 아사리 대표

토요일이었던 지난 15일 낮 12시30분. 일본 정계의 거물 나카소네 야스히로(87) 전 일본 총리가 요코하마시의 한적한 주택가인 아자미노에 나타났다. 일본의 대형 뮤지컬 기업 ‘극단 시키(사계)’의 창립 53돌 기념식 및 신축건물 개관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시키는 오는 10월28일 국내 첫 뮤지컬 전용관으로 문을 여는 잠실 샤롯데극장의 개막공연으로 미국 라이선스 뮤지컬 〈라이언 킹〉을 올리기로 해, 국내 뮤지컬 제작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극단 시키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아사리 게이타(73)는 “올해는 한국, 내년엔 중국, 후년에는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세계 뮤지컬 시장을 석권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아사리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과 중국 배우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시키의 한국 배우는 현재 65명, 중국 배우는 60명으로, 전체 700여명의 10%를 넘어섰다.

한국뮤지컬협회(이사장 윤호진)도 아사리 대표가 나카소네와 친한 극우파이며, 그의 한국 뮤지컬시장 진출은 ‘정한론’ 혹은 ‘대동아공영론’의 문화적 버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을 발판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뮤지컬 시장을 장악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나카소네는 이날 본행사에 앞서 건배 제의를 했다. 나카소네를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은 아사리 대표. 그는 나카소네와 “40년이 넘은 친구”다. 나카소네는 지난 1985년 8월15일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으며, 평화헌법 개정과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주창해 온 대표적인 보수우파 정치인이다. 아사리 대표는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요즘도 매일 밤 11시에 (나카소네에게) 전화를 해서 일본과 미국 신문의 헤드라인을 보고한다”며 “나는 그의 조언자 중 한 사람”이라고 친분을 과시했다.

한국뮤지컬협회의 반발에 아사리 대표는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5년이나 걸려 뮤지컬 전용극장을 짓도록 롯데를 설득한 것이 바로 접니다. 샤롯데극장을 만들게 한 것이 한국 사람이고, 그것을 제가 가로챘다면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아닙니까?” 자신이 지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극장에서 공연하는데 왜 방해하느냐는 주장이다.

그는 또 신격호 롯데 회장과는 나카소네 이상 친한 사이라고 소개했다. “1년에 한번 이상씩 골프를 치는 모임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꼭 끼는데 그게 김종필 전 한국 총리와 신격호 롯데 회장입니다. 우리는 굉장히 친한 사이입니다.”


아사리 대표는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자신들의 대표상품인 어린이 뮤지컬을 공연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의 공연 관계자들은 시키의 어린이 뮤지컬이 한국 어린이들의 정신세계를 잠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요코하마/글·사진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연3천회 공연·연매출 2500억원 공룡극단

일본 도쿄의 하루(春)극장. 다음주로 공연 5천회를 맞는 뮤지컬〈라이언 킹〉의 전용관이다.
일본 도쿄의 하루(春)극장. 다음주로 공연 5천회를 맞는 뮤지컬〈라이언 킹〉의 전용관이다.

극단 ‘시키’는
1953년 설립된 극단 시키는 1200여명의 배우와 스태프로 이뤄져 있으며, 일본 전역에 9개의 전용극장에서 해마다 3천회의 공연을 통해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형 극단이다.

한해 매출액 5천억원에 이르는 일본 뮤지컬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연간 약 250억원의 순수익을 내는 알짜기업이기도 하다. 1983년 시작한 뮤지컬 〈캐츠〉를 지금도 전용극장에서 공연할 정도로 장기 공연을 정착시켰으며, 1998년부터 시작한 〈라이언 킹〉은 5천회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15일 개관한 요코하마 시키예술센터 신관은 대지 5200평, 연건평 3500평의 2층 건물이다. 100평이 넘는 연습실 6개를 포함해 26개의 연습실과 트레이닝룸, 식당, 휴게실, 사무실 등을 갖추고 있는 복합시설이다. 건설 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600억원. 연습실이 없어 이곳저곳을 전전해야 하는 국내 극단들의 현실에 비춰보면 꿈도 못꿀 호화판이다.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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