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천씨 근작전, 지난해 열차 휘감은 천으로 내부 복원
지난해 9월 중순 온통 흰색 천을 씌운 15량 열차가 미 대륙을 동서로 가로질렀다.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약 17일간 흰색 선을 그으며 달린 열차의 행로는 ‘무빙 드로잉’으로 이름 붙여졌다. 설치작가 전수천(59)씨가 낯선 이역땅에서 소통을 화두 삼으며 성사시킨 이 퍼포먼스의 이름은 ‘하필 미국 땅에서 드로잉을 하는가’라는 ‘뒷말’과 함께 그다지 인상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채 묻혀져 갔다.
14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시작한 전씨의 ‘움직이는 드로잉’전은 지난해 열차 드로잉 퍼포먼스를 아쉽게 추억하고 복기한다. 더불어 작가는 당시 작업의 의식적 바탕이 되었던 ‘선으로 생각하고 행한다’는 일념을 ‘바코드’를 활용한 근작들을 통해 다시 다짐하려는 의도를 내비친다.
1전시장은 흰 선을 그리며 황야와 삼림을 달려가는 열차의 파노라마 영상과 탑승했던 문화계 인사 50여명의 여러 사진들 모음이다.(사진)
당시 준비 자료, 미 대륙의 풍경사진들도 담긴 첫 전시장은 일종의 아카이브다. 야외에는 열차를 감쌌던 천(탑승자들의 글과 그림이 쓰여졌다)으로 열차 1량의 내부를 복원해 탑승했던 문화 인사들의 강연장으로 꾸몄다. 2전시장은 지난해 드로잉 퍼포먼스의 본질을 “선과 공간, 숫자에 의해 책정하는 기호”인 바코드를 친 200여개 나라의 국기 이미지로 변주한다. 획일적 인간 통제의 불길한 상징물로 생각하거나 물건을 팔고사는 거래 정보를 담은 기능물로 여기는 바코드는 그에 의해 균등한 세계 가치를 상징하는 소통의 선으로 바뀐다.
작가는 “열차의 시공간 이동을 통해 문명, 자연, 인간 사이에 보편적 소통을 추구했던 경험이 또다른 선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30일까지. (02)720-1020.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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