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28일 첫날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미국 록밴드 ‘스트록스’와 둘쨋날인 29일 무대에 오른 가수 싸이가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폭우 속에서 시작된 페스티벌에 참가한 음악 팬들이 빗줄기에도 아랑곳없이 공연을 즐기며 열광하고 있다. 진흙탕으로 변한 행사장 한 쪽에 피로에 지친 팬들이 선잠을 자고 있다.(위에서 부터)
인천/연합뉴스
첫날 폭우도 “열정은 못 식혀”
국내외 2만여 관객 열광…노숙도
국내 음악인 홀대 등 ‘흠집’
국내외 2만여 관객 열광…노숙도
국내 음악인 홀대 등 ‘흠집’
인천 록페스티벌 2박3일 현장
발 밑에는 진흙 벌판, 땅 위에는 록의 세상. 록 음악 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이 개막 첫날 ‘악천후’의 ‘훼방’을 딛고 30일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송도 유원지에서 사흘 동안 진행된 이 행사에는 2만여 관객과 70여개팀의 국내외 음악인들이 참여해 여름날 록의 향연을 펼쳤다.
공연 전 날과 첫 날인 27, 28일에는 인천 지역에만 235㎜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9만평의 행사장이 일시에 거대한 펄밭으로 변했다. 주최 쪽에서 급하게 포클레인을 동원해 길을 닦았지만, 고인 물을 걷어내기에는 태부족이었다. 발목까지 쑥쑥 빠지는 진흙 속에서 몇몇 관객들은 아예 맨발로 다녔고 신발을 둘러쌀 수 있는 비닐 봉투와 장화도 인기 종목으로 떠올랐다.
종종 불평 소리가 들렸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사서 고생하기’를 선택했다. 29일 저녁 무대 앞 진흙 바닥에 선 채로 친구들과 피자를 먹던 공정민(37)씨는 “편할 생각하면 여기에 왜 왔겠냐”며 “불편해도 좋아하는 음악을 실제로 들을 수 있어서 즐겁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첫날 미국 록 그룹 스트록스의 공연을 맨발로 진흙탕 속을 첨벙첨벙 뛰면서 봤다는 이준섭(29)씨는 “어떤 공연에서는 일부러 물을 뿌려주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늘에서 물을 부어주니 좋은 것 아니냐”며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답했다. 록 페스티벌 문화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외국인들은 한 술 더 떴다. 캐나다인 영어 교사 루칸 아네트(26)는 “캐나다에서도 몇 번 록 페스티벌에 갔지만 이렇게 평화롭고 관객들까지 사이 좋게 소통하는 페스티벌은 보지 못했다”며 “마치 60년대 우드스톡 페스티벌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록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도 눈에 띄었다. 몇몇 공연에서는 일부 관객들은 동그란 원을 만들면서 뛰다가 일부 관객들은 서로 격렬하게 상체를 부딪히는 ‘모싱’ 또는 ‘스래밍’을 보여주기도 했다. 29일 크래쉬 공연 동안 모싱에 참여한 김희천(23)씨는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 서머소닉 페스티벌에 두 번 갔다는 그는 “일본 사람들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열정적으로 모싱에 참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록 동호인들은 단체로 축제를 찾기도 했다. 한 포털의 영국 록 동호회에서는 축제에 참여하려고 약 260여명이 숙소를 함께 예약했다. 이들은 영국 국기 모양을 본 뜬 깃발을 두 개 제작해 와서 눈길을 끌었다.
거꾸로 축제가 모임을 만든 경우도 있었다. 인디 밴드 더 코인로커 보이즈에서 활동 중인 김환(24)씨는 축제를 앞두고 인터넷을 통해 동행할 사람들을 모은 경우. 약 10여명으로 ‘급조’된 이 모임은 ‘러브 앤드 피스’라고 적힌 깃발을 제작하고, 노랑색 티도 나란히 맞춰입고 와서 단결력을 과시했다. 김씨는 “체력이 떨어질 때까지 춤추고 놀았다”며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오니 더 즐겁다”고 말했다.
주최 쪽에서 마련한 캠핑촌에서는 약 1500명이 야영을 하며 축제에 참가했다. 이들은 직접 가져오거나 빌려온 텐트를 야영장에 폈다. 친구 2명과 함께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박4일 동안 텐트에서 지낼 계획이라는 정진영(30)씨는 “공연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야외에서 자연과 호흡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행사장 근처 찜질방과 모텔에도, 축제 관객임을 표시하는 비닐 팔찌를 두른 사람들로 붐볐다. 몇몇 열혈 관객들은 행사장 주변 적당한 자리를 골라서 노숙을 하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편의점 의자에 앉아서 밤을 샌 이진성(19)씨는 “말로만 듣던 음악인들의 공연을 들을 때마다 찌릿한 감동을 받기 때문에 이런 고생쯤은 문제 없다”고 말했다.
내한한 음악인들도 이런 극성스런 관객의 호응에 개성적으로 답했다. 미국의 록 밴드 스트록스는 28일 공연 중에 서태지의 ‘우리들만의 추억’의 한 자락을 불러서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29일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리더 윌 아이 앰은 공연 중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관객의 응원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건조하고 우울한 얼굴로 유명한 ‘플라시보’의 보컬 브라이언 몰코는 공연 중에 잠시 웃음을 내비쳐서, 열혈팬들을 흥분시켰다. 행사를 기획한 아이예스컴의 윤창중 사장은 “우리 나라에서 록 페스티벌이 뿌리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내년에는 더 나은 펜타포트 페스티벌을 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페스티벌은 성대하게 막을 내렸지만, 블랙 아이드 피스 공연 앞부분에 여성 보컬의 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등 부분적으로 매끄럽지 못했던 행사 진행과 외국 음악인들에게만 공연 전 리허설 시간이 제공되는 등의 국내 음악인들에 대한 상대적인 홀대는 이후 ‘2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인천/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내한한 음악인들도 이런 극성스런 관객의 호응에 개성적으로 답했다. 미국의 록 밴드 스트록스는 28일 공연 중에 서태지의 ‘우리들만의 추억’의 한 자락을 불러서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29일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리더 윌 아이 앰은 공연 중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관객의 응원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건조하고 우울한 얼굴로 유명한 ‘플라시보’의 보컬 브라이언 몰코는 공연 중에 잠시 웃음을 내비쳐서, 열혈팬들을 흥분시켰다. 행사를 기획한 아이예스컴의 윤창중 사장은 “우리 나라에서 록 페스티벌이 뿌리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내년에는 더 나은 펜타포트 페스티벌을 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페스티벌은 성대하게 막을 내렸지만, 블랙 아이드 피스 공연 앞부분에 여성 보컬의 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등 부분적으로 매끄럽지 못했던 행사 진행과 외국 음악인들에게만 공연 전 리허설 시간이 제공되는 등의 국내 음악인들에 대한 상대적인 홀대는 이후 ‘2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인천/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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