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록축제 새 지평 독자적 형식 새 과제
“이제는 록 페스티벌을 보러 일본까지 건너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대형 야외 무대가 설치되고 그 앞에 만명의 록 팬이 몸을 흔들며 열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감계무량합니다”
지난 7월 30일 막내린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대한 대중음악계의 평가가 호의적이다. 일단 국내의 낙후된 공연기획 시스템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대중음악평론가인 김작가는 “약간의 과장을 붙이자면, 스포츠계에서 월드컵을 개최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라이즈의 한상훈 실장도 “그동안 음악인들과 음악 팬들의 눈은 높아진 반면, 공연 시스템은 낙후되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행사가 국내 록 페스티벌의 하나의 전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행사를 기획한 아이예스컴도 고무된 상태다. 이들은 어차피 올해 수익은 포기하고, 적자가 나더라도 한국 록 페스티벌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에 의의를 뒀었다. 아이예스컴의 윤창중 사장은 행사를 마치고 “내년에 2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또 주류 음악에서 떠밀려 있던 록 음악의 재도약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이번 페스티벌은 록 음악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라며 “주류 음악이 제공할 수 없었던 음악적인 갈증을 록 음악이 풀어줄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행사를 찾은 2만명의 관객들은 행사 당일 폭우가 쏟아져서 매우 불편한 여건이었음에도, 특별한 불평 없이 공연을 관람해 행사 관계자들과 공연진이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성과가 많은만큼 이번 페스티벌은 숙제도 많이 남겼다. 아무래도 이번 성공에는 이웃한 후지 페스티벌의 공이 컸다. 실제로 주최 쪽에서는 이번 행사의 하나에서 열까지 후지 록 페스티벌의 진행 방식을 고스란히 따랐다. 월간 <핫뮤직>의 조성진 편집장은 “한국 행사의 독자자적인 내용을 얻어가는 것이 펜타포트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행사 곳곳에서 눈에 띈 인천시의 불필요한 입김도 개선할 점이었다. 행사 기간에 대형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천막에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인천시 공무원들이 독차지하고 앉아서,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인천시는 행사장 한가운데에 인천경제자유구역 홍보 부스를 생뚱맞게 설치하기도 했다. 한 음반회사 관계자는 “인천시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국제적으로 키우고 싶으면, 지원은 하되, 개입은 하지 않는 문화정책의 기본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사 주최쪽의 국내 음악인에 대한 홀대도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다. 주최한 회사들이 국외 음악인들에 집중한 나머지, 개런티나 연주 여건 등의 대우에서 상당히 열악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내 밴드들은 무료 공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대에 오른 한 유명 가수는 공연 직후 “주최 쪽의 처우가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수준”이라며 “내년에는 펜타포트에 오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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