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선뵐 국립발레단 ‘카르멘’ 20대 김주원과 발탁
“나이들수록 자신과 경쟁…한-일발레 교류 물꼬 되길”
“나이들수록 자신과 경쟁…한-일발레 교류 물꼬 되길”
영화 ‘쉘 위 댄스’ 구사가리 다미요 서울에
“젊은 사람의 춤과 나이 든 사람의 춤은 다르죠. 이해력, 표현력이 다르고 몸도 다르니까요. 어느 게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구사가리 다미요(41)는 눈을 지그시 내리깔고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20대인 김주원(28·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과의 경쟁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나이가 쌓여갈수록 상대와의 경쟁보다는 자기 자신에게로 에너지가 쌓인다”며 “스스로 너무 열심히 해서, 더는 올라갈 곳이 없는 상태에서 춤을 추어야 무대 위에서 존재감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나이듦에 대한 고독한 성찰이 엿보였다.
영화 〈쉘 위 댄스〉에서 냉정하면서도 고혹적인 무용교습소 강사로 출연했던 그의 본업은 발레리나. 오는 10월 24~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의 〈카르멘〉에서 주인공 카르멘 역을 맡았다. 정식 오디션을 통해 경쟁을 거쳐 주역으로 발탁됐으며, 김주원과 번갈아 공연한다. 앞으로 6주간의 국내 연습을 소화할 예정이다. 일본 발레리나가 국내 공연에서 주연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레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나라들과는 개별적으로 활발히 교류하면서도 정작 아시아 나라들끼리는 거의 교류하지 안잖아요. 이번 공연으로 한-일 발레 교류의 물꼬가 트인다면 굉장히 기쁠 거예요.”
발레로 중국과 일본, 한국을 잇는 다리 구실을 하고 싶은 걸까. 그는 요즘 발레 안무가 롤랑 프티의 작품을 일본과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지역 무대에 올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기획·제작하는 것으로, 일본의 무용수들과 함께 중국의 발레리노 1명도 출연한다. 8살 때 발레를 시작한 그는 현재 일본 신국립극장 발레단의 예술감독인 마키 아사미가 세운 ‘마키 아사미 발레단’에서 주역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다. 1996년 출연했던 〈쉘 위 댄스〉의 감독 스오 마사유키와 결혼했으며, 광고·잡지 모델로도 활약하고 있다. 키 160㎝에 50㎏의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은 채식주의에 가까운 일본의 전통 음식에 있다고 한다.
스웨덴이 낳은 선구적 안무가 마츠 에크가 비제의 격정적인 음악을 현대발레로 탄생시킨 〈카르멘〉은 활기차고 극적이며 기발한 해석이 매력인 작품이다. 현대발레이므로 토슈즈를 신지 않는다.
“마츠 에크의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영광이에요. 제가 원래 개성이 강하고 나쁜 여자 역을 잘 하는 편인데, 제 껍질을 깨고 마츠 에크 스타일을 체득해서 다시 태어나야죠.”
영화에서와 달리 그는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성격도 그런 편이라고 했다. 무대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티켓링크 1588-7890.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국립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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