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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비오는 날, 출구없는 인생들의 일장춘몽

등록 2006-08-13 19:52

연극 ‘삽 아니면 도끼’
비가 내린다. 교도소 철문을 막 나선 아들(윤제문, 김영필)과 맨발(엄효섭, 이승준)은 갈 곳이 없다. 맨발은 “홍수 때는 인간의 중추신경도 습기가 가득 차서 머릿속이 엉뚱한 생각들로 뒤죽박죽이 되고 평소에는 생각도 못했던 말들을 태연하게 하게” 된다고 말을 건넨다. 환상이 시작되는 것은 여기부터.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별(전과)이 몇 개인지를 털어놓으면서 의기투합한다. ‘별 다섯개’짜리 아들은 ‘구성 장군’ 맨발을 (야구)감독님이라며 따르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대학로의 스타 연출가 박근형이 쓰고 연출한 〈삽 아니면 도끼〉는 비를 핑계로 “평소에는 생각도 못했던” “엉뚱한 생각”을 펼쳐놓으며, 출구 없는 인생들의 일장춘몽을 다룬 우화 같은 작품이다. 무대는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 등 추억의 가요가 통속적으로 흐르는 서민적 공간이다. 서민들의 남루한 일상을 다루긴 하지만, 이야기는 상식적이지 않다. 박근형의 연극이 통쾌한 것은 그런 의외성 덕이다.

아들은 화가 나면 웃통을 벗어던지고 자기 배를 칼로 자해하고, 그러면 모든 갈등이 거짓말처럼 해소된다. 노부모는 이상하리만치 아들 말에 꼼짝을 못하고, 맨발을 (영화)감독님이라며 떠받든다. 맨발은 노부모의 딸(아들의 여동생)과 연분을 맺는데, 조강지처가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면서 갈등이 커진다. 갈등을 푸는 건 역시 아들의 자해. 결국 이들은 모두 함께 모여 살게 되고, 맨발은 두 여자를 두 팔에 끼고 행복하게 잠든다. 관객들은 이런 비상식적 상황에 갸우뚱하지만 결말에 가면 모든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오랜만에 연극에 출연하는 방은희가 아내로,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고수희가 여동생으로 나온다. 20일까지 대학로극장. (02)766-0773.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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