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포크그룹 ‘하찌와 티제이’ 18~19일 대학로 공연
독특한 멤버 구성과 음악 색깔로 주목받는 포크 그룹 ‘하찌와 티제이’가 오는 18일과 19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을 연다.
이들은 일본 출신의 일류 기타리스트인 하찌(53·본명 가스가 히로후미)와 부산 출신의 보컬 티제이(28·본명 조태준)가 국적과 나이 차이를 초월해서 결성한 그룹. 하찌와 티제이는 지난 4월에 첫 싱글 음반을 냈고, 5월에는 첫 음반 〈행복〉을 출시했다. 첫 싱글 음반에 담긴 노래 ‘장사하자’의 플래시 뮤직 비디오는 재치있는 내용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의 노래는 포크의 기본 뼈대에 트로트, 레게, 보사노바와 심지어 오키나와 전통음악의 요소까지 섞어서 독특한 음색을 지녔지만, 듣기에 부담이 없다. 차라리 노래가 주는 느낌은 경쾌하고 나긋나긋하다. 노랫말도 어깨에 힘을 뺀 이들의 음악 스타일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어느 오후’에서는 어느 날 낮잠 자고 일어난 느낌을 담백하게 그렸다. “어떤 꿈을 꿨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나 그렇지만 왠지 웃고 있었던 건 같아/ 너도 본 거 같고 나도 본 거 같고 어쨌든 이대로 좋은 기분.”
지난 9일 만난 이들은 서로를 ‘아저씨’와 ‘태준이’이라고 부르면서, 자신들의 음악만큼이나 격의 없고 스스럼 없이 자신들의 첫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풀었다.
“우리 음악은 특정한 양식이 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흔한 말로 ‘짬뽕’ 음악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공연에서 그런 독특한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하찌)
“공연 주제를 여름휴가로 잡았는데요, 저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남쪽 끝섬’의 바닷가에서 노래를 부르는 기분으로 공연을 할 생각이에요.”(티제이)
하찌는 1970년대 일본 ‘카르멘 마키 앤드 오즈’라는 사이키델릭 록 그룹에서 ‘날리던’ 기타리스트 출신. 당시 평단의 찬사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던 그는 우연히 접한 사물놀이에 반해 85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사물놀이 명인 이광수 선생에게 꽹과리를 배우기도 했던 그는 이후 “한국의 모든 것들이 잘 맞아서” 아예 음반 프로듀서로 눌러앉았다. 강산에와 전인권, 서우영 등 국내 음악인의 음반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가 음향기사 지망생이던 티제이를 만난 것은 2003년 9월. 우연히 티제이의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노랫소리를 듣고 반해서 그룹을 만들자고 제의했다. 티제이도 대학 때 헤비메탈 그룹에서 활동했고, 여전히 음악적 미련을 가지고 있던 터라 두사람은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공연장에서 종종 “아버지와 아들이냐?”는 질문을 받는 이들의 독특한 조합은 메탈과 일본 민속음악의 만남만큼이나 개성적 공명을 만들어냈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들려주고 싶은 음악의 내용도 엇갈리는 듯 교차했다. “젊었을 때 무거운 음악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제는 좀 가벼운 음악으로 가고 싶습니다.” (하찌)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진솔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티제이)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