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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월드뮤직으로 맛보는 브라질 커피와 프랑스 탄산수

등록 2006-08-13 20:01

샹송-보사노바 썪어
나른함과 쓸쓸함 빚어낸 비아 하이브리드 컬처 팝에
신랄한 세태풍자 담은 마누 차오 음반 시장에 잔잔한 단비
대형 음반매장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음반업계의 심한 불황 속에서도 월드뮤직 음반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국의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개량한 월드뮤직의 약진은 가뭄 끝의 단비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아직은 시장 전체판도에 영향을 줄 정도의 판매량은 아니지만, 세계의 다양한 음악이 한국 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반가울 따름이다.

브라질 출신의 매력적인 여성가수 비아의 새 앨범 과, ‘프랑스 언더그라운드의 제왕’으로 평가받는 마누 차오의 98년도 명반 <클란데스티노(Clandestino)>의 지각 발매는 한층 넓어진 국내 월드뮤직 음반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좋은 일례이다.

비아의 새 앨범 〈코라서웅 바가붕두〉

브라질의 중견여가수 비아는 그간 수준높은 음악성으로 고정 팬을 확보해왔다. 새 앨범 제목인 <코라서웅 바가붕두>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방랑하는 자기 자신을 얘기하는 듯 하다. 앨범은 샹송과 브라질 음악의 손꼽히는 명곡들로 채워졌는데, 음반을 듣다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눈에 띈다. 프랑스 노래는 브라질어(포르투갈어)로, 브라질 노래는 불어로 부른 것이다. 브라질 음악 가운데 보사노바는 특히 샹송과 관계가 깊다. 보사노바는 삼바 리듬에 미국의 쿨재즈, 유럽의 클래식, 그리고 샹송의 ‘무드’가 섞인 음악이기 때문이다. 보사노바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차분함과 고독함은 바로 샹송의 무드에서 기인한 것이다. 비아는 바로 그 점을 살리려 음악적 궁합이 잘 맞는 양국의 노래를 상대편의 언어로 재해석한 것이다. 비아의 탁월한 센스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음반은 전체적으로 브라질 풍의 낭만과 샹송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이지적인 분위기로 채색되어 있다. 첼로, 콘트라베이스, 기타, 플루트, 퍼커션 같은 어쿠스틱 악기들의 포근한 울림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과도한 감정을 자제한 채 물 흐르듯 편안한 비아의 커피 빛 목소리, 담백한 편곡도 음반의 완성도에 힘을 실어준다. 감미로운 보사노바로 편곡한 타이틀곡과, ‘1980년대 최고의 샹송’으로 뽑힌 명곡 ‘벨일 엉 메르 (Belle Ile En Mer: 아름다운 섬)’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풀 성티멍탈 (Foule Sentimentale: 감상적인 사람들)’은 음반의 백미다. 가로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늦여름 오후의 나른함과, 가을 초입의 쓸쓸함이 공존하는 수작앨범이다.


마누 차오의 앨범 〈Clandestino〉

만능뮤지션 마누 차오는 1961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스페인 혈통의 그는 10대 시절 TV를 통해 영국의 펑크록 열풍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 자신의 사촌과 그룹 마노 네그라(Mano Negra)를 결성한다. 스페인의 무정부단체 이름을 빌린 이 그룹은 자신들이 존경하던 펑크록의 시조 ‘더 클래시’ 풍의 음악을 선보이며 데뷔한다. 이들의 첫 싱글 ‘말라 비다(Mala Vida)’는 프랑스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 점차 유럽에서 명성을 넓혀가던 마노 네그라는 남미 공연 등을 통해 스페인어권 전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밴드의 핵심인 마누 차오는 일약 ‘라틴 얼터너티브의 선구자’로, 동시에 ‘프랑스 언더그라운드의 제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1998년에 선보인 <클란데스티노>음반은 마누 차오의 첫 솔로앨범이다. 마노 네그라 시절보다 다소 얌전해진 사운드이지만, 그의 장기인 정치에 대한 냉소와 현대인의 가치관문제 등 신랄한 세태풍자는 변함이 없다. 영어, 스페인어, 불어를 사용하는 만큼 음악도 무척 다양하다. 경쾌한 록큰롤에서 살사, 전통 라틴리듬과 월드뮤직이 가미된 록, 약간의 테크노와 프렌치 팝, 그리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양만 사용되는 샘플링과 프로그래밍까지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 컬처 팝’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이렇게 다양한 음악스타일은 건조한 메시지로만 끝날 수 있는 그의 음악에 윤택한 생명력과 재미를 부여했다. 당대를 관통하는 센스와 튼실한 음악성이 함께 할 때 나올 수 있는 최상의 가치를 마누 차오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웅변하고 있다.

송기철/ 음악평론가, 케이비트 뮤직 대표

사진 소니비엠지, 이엠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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