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연출 ‘조씨고아’
동양의 〈햄릿〉으로 일컬어지는 중국 원대의 희곡 〈조씨고아〉가 중국인 연출의 손을 거쳐 국내 무대에 오른다.
연출을 맡은 톈친신(38)은 중국 문화부 대상, 제6회 예술제 대상 등의 상을 휩쓸며 현대 중국 주류 연극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인물. 그는 올해로 창단 20돌을 맞은 극단 미추의 초청을 받아 한국판 〈조씨고아〉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인물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사건을 재구성해 보여주는 해체 작업을 시도할 예정이다.
13세기 중엽의 작가 기군상이 쓴 잡극 〈조씨고아〉는 이미 18세기부터 유럽에서 번역되고 공연된 고전이다. 내용은 이렇다. 춘추시대, 진나라 왕 영공의 딸 장희 공주는 남편 조삭의 숙부와 정을 통하다 발각된다. 이에 분노한 남편 조삭이 숙부를 죽이자, 장희는 아버지 영공에게 조씨 집안이 역모를 꾀한다고 모함한다. 영공은 조씨 일가를 멸족하라고 명하지만, 조씨 집안은 영공을 시해하고 경공을 옹립한다. 그러나 혼란 중에 조씨 집안을 시기하던 도안고에 의해 일족 모두 몰살당한다.
조씨 집안의 마지막 후손을 잉태하고 있던 장희 공주는 엄청난 사태로 발전한 자신의 거짓말을 한탄하며 아들 이름을 ‘고아’라 짓고, 시골의사 정영에게 맡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정영은 고아를 찾는 데 혈안이 된 도안고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친아들을 고아 대신 죽게 하고 도안고를 고아의 수양아버지로 삼아 안전을 도모한다. 두 아버지 밑에서 자란 고아는 양아버지가 자신의 가족을 몰살한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고 혼돈에 빠진다. 9월3~14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747-5161.
이재성 기자, 사진 극단 미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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