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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때론 주류로, 때론 비주류로 ‘해피데이’

등록 2006-08-20 21:32수정 2006-08-20 21:38

작사·작곡·프로듀싱 다 하고
부끄럽잖은 사운드 만드느라
일본 녹음실 5번 들락날락
묵직한 록부터 말랑한 록까지
3년만에 4집 ‘피스 앤드 록큰롤’ 들고 온 체리필터

4인조 혼성 록 밴드 ‘체리필터’는 의외로 오해를 많이 받는 그룹이다. 2002년 ‘낭만고양이’로 갑자기 뜬 그룹쯤으로 보는 이도 있겠지만, 1995년 ‘무단외박’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팀을 짠 이후 나름대로 언더그라운드 생활에 잔뼈가 굵은 밴드다. ‘낭만 고양이’와 ‘오리 날다’라는 두 히트 곡 덕분에 말랑말랑한 노래를 부르는 밴드 정도로 바라보는 이들도 이들의 음반을 꼼꼼히 듣고 나면 생각을 고쳐먹을 법하다. 사실 이들의 노래는 대부분 음악적인 톤이나 가사가 무겁고 음울하다. 그나마 상큼했던 ‘낭만고양이’의 가사도 다시 보면 “서럽게 울”면서 “한없이 밑으로만 가라앉고 있”는 고양이가 그다지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체리필터에 대한 이런 ‘편견’에는 보컬을 맡은 조유진의 귀여운 외모도 한몫을 하는데, 그도 알고 보면 목소리가 육중한 록에 더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도맡아 하면서, 노래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악기를 사는 데 모조리 쏟아 붓는 ‘음악신도’들이다.

이들이 4집 〈피스 앤 로큰롤〉을 내놓았다. 2002년과 2003년 〈낭만고양이〉와 〈오리 날다〉를 내놓은 이후 꼬박 3년 만이다. 2000년 데뷔 이후 4년간 숨가쁘게 3개의 음반을 내놓더니, 돌연 호흡이 길어졌다.

“저희가 작사, 작곡을 다 하고 프로듀싱까지 하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가수들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음반 하나에 한 1년반에서 2년 정도 필요한 것 같은데, 이번에는 조금 더 걸렸네요.”(정우진, 기타) “어디 가도 부끄럽지 않은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컴퓨터로 내려받아서는 들을 수 없는, 좋은 소리로 승부하고 싶었어요.”(연윤근, 베이스)

이들은 실제로 이번 음반의 마무리 작업을 위해 2004년부터 일본에 다섯 차례나 드나들었다. 음반의 노래들을 만들어서 한꺼번에 후반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두세곡씩 만들어서 도쿄의 녹음실을 드나드는, 독특한 방식을 선택했다. 그래서 음반에 실린 ‘포이즌 애플’, ‘엑스트라 출동기’와 ‘틈’은 2004년에 이미 녹음이 마무리되었다.

2년 반 동안 집과 작업실을 오가면서 “고시생”처럼 작업을 한 이들의 새 작품은 들을수록 우러나는 맛을 품는다. “밤새 절망에 무너졌던 또 하나의 영혼은 천국에 갔을까?”로 ‘세게’ 시작하는 음반의 첫 곡 ‘레볼루션 에이디(AD)’는 체리필터 스타일의 록 음악의 선언처럼 읽힌다. 이어지는 ‘피스 앤 로큰롤’에서도 묵직한 록의 무게감 속에 흥겨운 리듬을 실었다. 타이틀곡인 ‘해피데이’와 ‘유쾌한 마녀’는 그나마 체리필터의 ‘말랑말랑한 이미지’에 부합하는 노래들. 한편 ‘전장의 마돈나’와 ‘포이즌 애플’ 같은 노래는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하드 록의 선율에 얹었다.

“이전 음반보다 훨씬 더 스스로에게 자연스러운 노래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훨씬 덜 꾸미면서, 우리의 정서를 솔직히 드러냈어요.”(조유진, 보컬) “우리에게 주류와 비주류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는 분들이 있는 것도 알고 있는데요. 그 사이에서 훌륭한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손스타, 드럼)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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