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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도시 풍경에 누적된 욕망과 권태

등록 2006-08-22 18:26

‘386세대’ 작가 황세준 10년만의 근작전
현기증 나는 풍경, 구역질 나는 풍경, 눈물 나는 풍경, 상스러운 풍경…이른바 전형적인 ‘386세대’ 작가인 황세준(43)씨의 근작 그림들은 축축하면서도 끈끈한 시선의 촉수가 느껴지는, 감성적인 도시 풍경과 인간 군상들로 채워져 있다.

30일까지 서울 홍대 앞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인물과 풍경’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고답적이지만 야릇한 청량감 또한 느껴지는 전시다. 작가의 생각과 감정이 질박하게 얽힌 현대 한국 도시의 일상풍경들을 그렸다. 사실 황씨는 80년대 참여작가로 활동하다 90년대 이후 대안공간 기획자와 미술전문지 〈포럼 a〉의 필진으로 오랜 외도를 했다.

그런 그가 10여년 만에 다시 작가의 본업으로 돌아와 내놓은 작품들이 80년대 참여미술의 리얼리즘적 맥락을 여전히 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선 주목해 볼 만하다. 실제로 근작들은 대다수가 대도시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리나 공원 풍경, 꽃, 도시인들에 대한 집요한 관찰의 결과물들이다. 사실적 묘사에 복잡미묘한 감정과 정서를 입혀 동시대의 누적된 욕망, 권태를 표출해내고 있다.

구역질 날 정도로 푸른 장벽처럼 다가왔던 학창시절 인왕산 위의 푸른 하늘(〈고 2때 본 인왕산〉), 운동장을 덮칠 듯 다가오는 인왕산의 바윗덩어리들(〈운동장〉) 등이 까끌한 질감처럼 다가오는 것은 심연을 더듬는 사색과 예민한 감성의 힘 때문일 터다. 작가는 뭉게구름 깔린 하늘 아래 공원을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공원〉·사진)에서 처연한 인간존재의 뒤끝을, 알록달록한 쓰레기 봉지와 회색빛 실루엣만 보이는 그 옆의 고양이(〈현기증2〉)에서 신물 나는 일상의 권태를 발견한다. 작가는 “욕망으로 달려가는 사회의 교만함과 인간 존재의 보편적 비참함을 드러내려고 그린 그림”이라고 말한다. 황씨가 시선 속에 숨긴 안간힘이야말로 전시를 읽는 열쇳말일 것이다. (02)3142-1693~4.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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