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사라예보 거리의 활력’ 서울 나들이

등록 2006-08-27 18:31

동유럽 록뮤지션 고란 브레고비치 이번주 공연
옛 사회주의권 출신 뮤지션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자신의 음악을 누구보다도 사랑하지만 자기 직업을 매우 일상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보스니아 사라예보 출신의 뮤지션 고란 브레고비치가 작년에 한국에 왔을 때 그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동유럽 최고의 록 뮤지션이라는 것을 자부하면서도 ‘자동차를 잘 수리하는 솜씨 좋은 정비공’과 자기가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소박함을 지니고 있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쿠바의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나 이번에 오는 로스 반 반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들의 음악은 한 마디로 일상생활의 연장선상에서, 혹은 일상생활의 흐름 속에 녹아 있는 채로 존재한다. 서구의 콘서트 홀 뮤지션에게서 찾기 힘든 삶의 활력을 고란 브레고비치가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밴드 이름은 ‘웨딩 앤 퓨너럴 밴드’. 실제로 밴드 멤버들은 결혼식, 장례식 같은 일상적인 경조사에 초대되어 연주하는 뮤지션들이기도 하다. 브레고비치는 특히 ‘브라스 밴드’의 음악에 강한 애착을 갖는다. 그에 의하면 동유럽의 집시 음악은 고급 레스토랑 때문에 많이 변질되었다. 그러나 브라스 밴드의 음악만큼은 길거리 집시 음악의 활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란이 말해준 그 이유가 너무 재미있었다. 브라스, 다시 말해 나팔을 불면 악기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고 연주하는 사람들도 어떻게든 그 침을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브라스 음악은 여전히 사라예보 거리의 활력을 그대로 전해준다.

고란 브레고비치의 음악을 우리는 에밀 쿠스트리차의 영화를 통해 처음 접했다. <집시의 시간>에서 들은 그의 음악은 압권이었다. <언더그라운드>에서는 록 비트도 많이 섞여 있었고 축제의 기분이었다. 또다시 압권이었다. 그를 집시 음악가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도 많으리라. 그는 집시는 아니다. 그의 음악은 스스로 표현하듯 ‘발칸의 음악’이다. 발칸반도, 맺힌 것 많고 풀 것도 많은 땅. 발칸은 인종청소가 자행되는 잔혹한 광경을 목격했다. 우리가 예전에 유고슬라비아로 알고 있던 나라는 공중분해 되었고 세르비아,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등 생소한 이름의 신생국들이 새로운 국경선을 긋고 살림을 꾸리고 있다. 그런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응어리는 종종 고란의 것처럼 맺힌 음악으로 응고된다.

그렇다고 해서 고란의 음악이 발칸의 전통음악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가 소속되어 있던 ‘비엘로 두그메’는 동유럽 최고의 록 밴드로 오랫동안 군림했다. 무려 1500만장의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린 이 밴드가 등장했을 때, 유고슬라비아는 동유럽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였다. 고란은 록 음악을 바탕으로 슬라브, 집시, 아랍 사람 등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한 집 건너 한 집 모여 사는 사라예보의 다양한 음악적 언어를 섞는다. 작년에 이어 내한하는 그의 음악은 먼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사운드로 그려줄 것이다. 규모도 커지고 뮤지컬 형식의 레파토리도 풍부해졌다니 자못 기대가 크다.

성기완/ 대중음악 평론가,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기타리스트

고란 브레고비치와 그의 ‘웨딩 앤드 퓨너럴 밴드’는 오는 3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영화 <언더 그라운드>, <여왕 마고> 등에 나온 음악을 중심으로 공연을 하고, 이틀 뒤인 9월 2일 엘지아트센터에서는 콘서트 오페라 형식의 <해피 엔딩 카르멘>을 무대에 올린다. 두 공연에 대해 문의할 곳은 각각 (031) 783-8000과 (02) 2005-1426.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