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진중해진 사색 담은 ‘모던 타임스’
‘살아 있는 전설’이란 말은 그를 위해 쓰라고 있는 것 같다.
포크록의 산 역사 밥 딜런이 그의 44번째 음반인 〈모던 타임스〉를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1400만장이 팔렸던 전 앨범 〈러브 앤드 세프트〉를 낸 지 꼭 5년 만이다. 이번 음반에서도 그는 작사, 작곡을 도맡았고, 노래와 키보드, 기타, 하모니카를 연주했다. 그래서 꼭꼭 눌러담은 노래가 10곡이다.
새 음반은 이전 음반에 비해서도 더 낮고 진중해졌다. 이전 음반에는 몇 곡씩 있던 흥겨운 선율들도 찾기 어렵다. 그 대신 노장의 깊은 사색과 관조가 남았다. 그리고 그의 가사는 여전히 불분명하고 시적이다.
음반의 첫 노래 ‘선더 온 더 마운틴’에서 그는 내리치는 천둥 속에서 “내가 다 고백했던가? 다시 고백할 필요는 없을 거야”라고 다소 모호하게 되뇐다. 여섯번째 노래 ‘워킹맨스 블루스 #2’에서 그는 “해외에서 경쟁하려면 저임금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강요당하는 노동자로 분해서, “어떤 사람들은 일생 동안 하루도 일하지 않네/ 그들은 노동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네”라며 ‘그들’에게 야유를 보낸다.
음반의 9분짜리 마지막 노래 ‘에인트 토킹’에서 그는 황폐한 삶을 상징하는 듯한, ‘정원사도 떠나고 아무도 없는정원’에서 “고통은 끝없고/ 곳곳에 눈물이 뿌려져 있고/…/나는 과도한 두려움은 품지 않는다”고 읊조린다.
지난달 29일 전세계에서 동시에 발매된 이 음반은 벌써부터 평론가들의 도드라진 찬사를 받는다. 미국의 대중음악 잡지 〈롤링 스톤〉은 “이 음악은 여유롭다”는 평과 함께 만점인 별 다섯개의 평점을 줬다. 이 잡지는 그의 전 음반인 〈러브 앤드 세프트〉에도 같은 수의 별을 준 바 있다.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 역시 새 음반을 30초만 들어도 딜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호평을 쏟아부었다. 이미 영미 언론에서는 딜런이 97년부터 낸 세 음반을 합쳐 “3부작의 완성”이라고 축하하는 분위기. 실제로 이 석 장의 앨범에는 기타에서 베이스, 드럼까지 다섯 명의 음악인들이 10년째 변함없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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