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파문 일본가족들 오지 않고 작품 거래도 끊겨
황소와 물고기, 아이들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국민작가 이중섭(1916~1956·사진)에게는 저주가 따라다니는 것일까. 56년 9월6일 적십자 병원에서 무연고자로 숨졌던 고인의 50주기는 적막하다. 지난해 사회적 파문으로 번졌던 유족들의 경매 출품 위작 논란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고인의 기일인 6일 추모행사는 한국미술품감정협회 회원 등 일부 미술인들이 서울 망우리 공동묘지의 이중섭 무덤을 찾은 것이 전부였다. 위작 논란의 당사자로 일본에 사는 부인 마사코와 둘째아들 태성씨는 입국하지 않았다. 작고 대가들에게 따라붙는 회고전이나 학술행사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피란 시절 거처였던 제주 서귀포시가 오는 14~17일 학술세미나, 미술실기 대회, 시낭송 무대 등으로 꾸민 9회 이중섭예술제를 정례 행사로 여는 것이 고작이다.
희소성 때문에 드로잉, 소품도 억대 이상 팔렸던 이중섭 그림들은 지난해 3월 위작 논란이 불거진 이래 미술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화랑, 경매사에서는 거래는 물론 작품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꺼린다. 중견 화랑주인 박우홍 동산방 대표는 “위작 논란에 유족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을 소장가들이 꺼림칙하고 언짢게 여겨 작품을 내놓지 않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위작을 단정짓는 관건인 위조조직 수사는 1년이 지나도록 감감소식이다. 수사 실무를 맡은 서울지검 형사 7부 관계자는 “위작범을 잡아야 전모가 나오는데, 위작으로 의심 되는 그림이 대부분 십여년 전에 그린 것인데다, 위조조직이 점조직이어서 추적이 어렵다”며 “담당 검사도 최근 두차례나 바뀌어 사실 언제 종결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고 했다.
고구려 벽화의 웅혼한 기상과 천진난만한 동심을 사랑했던 이중섭 그림이 응달을 벗어날 날은 언제일까.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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