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화랑 8곳에서 26일까지 사진 전시…입장료 5천원
"제가 이 사진을 찍은 것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본 후였어요. 그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나름대로 스토리를 설정했지요…"
토요일인 16일 오후, 인사동 토포하우스 2층 전시장에서는 젊은 사진작가 조습(31)이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앞에 앉은 관객 30여명과 대화하고 있었다.
'사진과 대중의 만남'을 내걸고 13일 시작된 제1회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SIPA)이 인사동 화랑가에 활기를 넣고 있다. 사진이라는 장르가 전시공간에 등장한지 오래지만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달고 서울에서 대규모 전시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토포하우스, 관훈갤러리, 인사아트센터, 갤러리쌈지, 갤러리 나우, 갤러리 룩스, 김영섭 사진화랑을 거쳐 덕원갤러리까지 인사동 곳곳 8개 화랑이 페스티벌 장소고 거리 곳곳에는 페스티벌을 알리는 포스터와 화살표가 붙어있다.
토포하우스와 관훈갤러리는 황규태, 정동석, 고명근, 강홍구, 데비한, 정소영, 조습, 이정, 임선영, 구성연, 파야 등 국내 사진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원로에서 신인이 어우러진 메인전시 '울트라센스'전의 주무대다.
파와 마늘 대신 멸치와 마른새우로 여성의 몸을 치장한 데비 한,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를 몸과 옷을 통해 풍자한 정소영 등 여성작가와 고명근의 사진 설치작업, 인체를 직접 복사기로 찍어내는 박진호의 제로그래피 등 참신한 최신작들이 많다.
인사아트센터 지하1층은 티엔타이콴, 쿠이시우웬, 미야오춘, 왕칭송 등 압도적인 스케일과 강렬한 메시지의 중국과 대만작가들, 캐서린 야스, 마시모 비탈리 등 유럽시장에서 뜨고 있는 영국과 이탈리아 작가 등 외국 작가들을 위한 공간이다.
갤러리 나우와 갤러리 룩스는 각 대학 사진학과나 사진평론가 등이 추천한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 '영 포트폴리오'가 있고, 김영섭 사진화랑은 사진계의 어른인 김한용 선생을 재조명하는 진지한 자리다.
관객들의 종착지가 될 덕원갤러리는 '포토 루덴스'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진을 놀이처럼 즐기는 작가들의 놀이터다. 김지숙 김화용 이은지 이한솔 민희영 옥정호 사타 퀸콩 등 놀이에서 기원한 사진의 특성에 맞게 재미있고 발랄한 작품들이 많다.
8곳을 돌면서 제대로 감상하려면 2-3시간은 족히 걸린다. 참여작가가 70-80명이고 전시작품 수가 수백점에 달하기 때문이다.
발품을 팔다가 힘들면 관훈갤러리에 마련된 장터에서 15만원 균일가로 마련된 표면이 유리처럼 매끄럽게 처리된 디아섹 사진들이나 엽서 사진을 구입하거나 사진관련 서적을 40% 정도 싼 값에 사 볼 수도 있다. 또 쌈지길에서 팔고 있는 사진용품이나 앨범을 구경하거나 화랑마다 릴레이 식으로 마련하고 있는 '작가와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도 재미있다.
페스티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사진작가 겸 기획자 김남진씨는 "이번 축제의 가장 큰 목적은 사진의 대중화이지만 우리 사진계의 주요 경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역량있는 작가들이 집결했고 대부분 최신작들을 소개하는 등 사진전문가들을 위해서도 큰 의미가 있는 전시"라고 자부하면서 "주말을 기점으로 상당히 많은 관객들이 전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화랑 8곳의 전시를 모두 관람할 수 있는 입장권은 5천원에 살 수 있다. 공간 한 곳을 돌 때마다 도장을 찍어주며 하루에 못 보면 다른날 봐도 된다. 26일까지. www.sipf.net. ☎02-2269-2613.
조채희 기자 chae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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