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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대학로에서 브레히트 만나실래요?

등록 2006-09-17 21:16수정 2006-09-18 01:18

사진 연희단거리패, 서울시극단 제공.
사진 연희단거리패, 서울시극단 제공.
브레히트 타계 50주년 기념작품들
가을 대학로 극장가에 브레히트의 숨결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윤택의 연희단거리패가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게릴라 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서울시극단은 이기도의 연출로 <그래도 지구는 돈다>(원제 <갈릴레이의 생애>)를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올해는 브레히트 서거 50주년으로 두 작품 외에도 여러 브레히트 관련기획이 준비되고 있다.

브레히트의 한국적 수용,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한국전쟁중임을 알리는 자막과 함께 시작되는 연극은 두 군인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탈을 쓴 군인의 동작이 전통 광대놀이와 닮아 있고, 아비 다른 세 자식과 수레를 끌고 나타난 억척어멈의 걸쭉한 말투는 판소리의 리듬으로 펼쳐진다. 이처럼 연극 <억척어멈…>은 처음부터 브레히트의 한국적 수용이라는 점에 따옴표를 찍고 진행된다. 17세기 독일의 30년 전쟁을 한국전쟁으로 옮겨왔고 독일 시골의 방언은 전라도 사투리로, 독일민요는 한국의 오래된 대중가요와 빨치산 군가 등으로 바꿔졌지만 억척어멈이 끄는 수레가 드라마의 중심축이 되는 건 원작과 같다.

두 아들과 말 못하는 딸을 데리고 군인들을 상대로 억척스럽게 장사를 하면서 살아가는 억척어멈은 군인들의 위협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을 만큼 강인한 어머니다. 그러나 남북이 번갈아 쓸어내는 전쟁의 상흔에서 억척어멈도 벗어날 수는 없다. 아들들을 차례로 군대에 끌려보내고 애간장을 녹이면서도 둘째 아들의 목숨흥정에서 돈 몇푼 때문에 아들을 죽게 하는 미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결국 억척어멈은 자식 셋을 모두 잃고 텅빈 수레만을 손에 남긴 채 모진 생명줄을 잇기 위해 퇴각하는 군인들을 따라 떠난다. 눈치 보며 인공기와 태극기를 번갈아 끼우다가 희생당했던 양민들의 비극적인 상황 묘사가 새로운 건 아니지만, 자신이 어디로 밀려가는지 모른 채 전쟁의 상흔에 찢기는 인간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특히 죽은 줄도 모르고 전쟁영웅 큰 아들을 찾아가겠다고 외치면서 억척어멈이 혼자 수레를 끌고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배우 김미숙씨의 호연에 힘입어 가슴이 베이는 것같은 슬픔을 전한다. 10월8일까지. (02)763-1268.

현대성 가미한 갈릴레이 초상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언어로 만나는 브레히트, <그래도 지구는 돈다>=신념과 현실, 그리고 정치 권력의 억압 사이에서 갈등했던 과학자 갈릴레이의 초상화인 <갈릴레이의 생애>는 브레히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국내에서는 지역 축제에 한번 소개됐을 뿐 정기공연으로는 처음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연극은 원작에서 갈릴레이를 영웅적으로 묘사하는 일부의 장을 빼 핍박받는 양심적 과학자로의 모습 못지 않게 출세욕, 식탐 등의 개인적 욕망과 갈등하는 인간적 모습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지동설을 확신하는 갈릴레이는 독창적인 연구자이면서 연구 지원을 받기 위해 거짓말도 하는 욕심 많은 인물이다. 망원경 제작에 대해 재정지원자를 속였던 사실이 들통나고 그의 학설이 민간에 유포되면서 그는 이중의 위협을 받게 되고 종교재판소에 끌려나간다. 개인과 정치권력의 갈등, 개인 안에서 순수한 열정과 속물적 욕심의 갈등을 중첩해 보여주며 스타일 있는 무대 디자인이 작품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추가한다. 대학로와 충무로를 활발하게 넘나들며 활동하는 정원중이 갈릴레이를 연기한다. 올해 베세토 연극제 출품작이다. 10월15일까지. (02)396-5005.

이밖에 서울공연예술제의 일환으로 김광보 연출의 <억척어멈과 자식들>을 서강대 메리홀(10월 18,19일)에서 공연하며, 서울 예술의전당이 <서푼짜리 오페라>를 토월극장(11월 15일∼12월 3일)에서 선보인다.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독일 베를린 앙상블의 전 예술감독 홀거 테슈케가 국내 배우들과 함께 한다. 12월 중에는 한국배우협회가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채윤일 연출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올릴 계획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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