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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어린이 마음 두드리는 ‘우주여행의 꿈’

등록 2006-09-17 21:17

연극 ‘우주비행사’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은 우주 여행의 꿈을 꾸어 보지 않았을까? 밤하늘의 별을 보며, 혹은 한번쯤 천체 망원경을 통해 가까이 다가온 목성을 느끼며…. ‘여행’이 인생의 은유라면 ‘우주 여행’은 노마드적 삶의 상징어일까?

하지만 우주 여행의 꿈을 노래하는 연극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의 연극이 주로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더욱더 그러하다. 무대는 점점 작아지고 배우들은 관객의 코앞에서 관객의 반응을 받아먹으며 반은 개그처럼 되어 가는 요즘 연극의 풍경 속에서 신예 작가 배강달이 쓰고 연출한 <우주비행사>는 그 자체로 낯선 풍경이다.

낯선 환경에선 작은 소리에도 귀기울이게 된다고 했던가. 어린이 연극이라 이름 붙이지 않았으되 주로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이 연극에서,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울려나오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가냘픈 노래 소리는 우리를 자유로운 영혼의 축제에 동참케 한다. 이 연극을 보며 우리는 거대한 우주공간에서 길 잃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자유, 어린 시절 밤하늘을 보며 느끼던 황홀감 같은 것을 잠시나마 되찾는다.

우주비행사와 로봇이 등장하고 외계생명체들이 나오지만 이 연극은 과학적이기보다는 문학적이다. 우주비행사의 현재보다 그의 과거의 기억들, 그의 꿈의 편린이라 할 “자아를 찾기 위해 세상 끝으로 나아가는 팔 없는 아이 이야기”가 강조된다는 면에서 더욱 그렇다. 훈련 중에 정전이 되거나 우주공간에서 블랙홀에 빠지는 통제불능의 상태에서 우주비행사의 의식은 언제나 과거로 돌아간다. 그의 여행 이야기보다 그것의 동형적 기억일 어린 시절 이야기가 연극을 주도하기에 관객은 미래적 상상력을 자극 받기보다는 ‘여행’과 ‘만남’의 오랜 원형적 신화 속에 빠진다.

그것은 바로 타자와 만남을 언제나 적대적으로 느끼는 로봇영화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산에서 마주친 애벌레와 느끼는 감미로운 해후의 세계로 옮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다. 타자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범벅된 어린 시절의 반추와 결국에는 타자가 ‘괴물’이 아니라 생명의 원천이라는 인식에 이른 작가의 자기고백과 같다. 연극은 호기심만이 아니라 애정이 없으면 만날 수 없는 ‘너머’의 세계로 여행할 것을 권유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에게는 우주도 산과 같다. 작가는 산에서 만나는 풀꽃 벌레들의 아름다움과 우주의 아름다움을 등가로 놓는다.

과학 혹은 테크놀러지와 너무나 거리가 먼 우리 연극 현장에서, 예술무대 산이 만들어낸 등신대의 섬세한 인형들과 형광의 무대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아이들을 꿈꾸게 한다. 이 연극을 보고 우주에 대한 꿈을 꿀 아이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지구에 사는 몇 명이나 우주를 볼 수 있겠어!” 정말 자극적인 대사다.

노이정/연극평론가 voiv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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