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특색있는 문화축제로 가을 달력이 빼곡 차 있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지역축제가 만들어지면서 축제 내용의 부실함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전시성 행정에 대한 논란도 많았지만 해를 거듭하며 내실을 쌓아가는 축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속이 꽉 찬 열매처럼 실속있게 즐길 수 있는 지역축제들을 소개한다.
7개국 야외극 거리극 입맛대로
제10회 과천한마당축제=19일 막을 연 과천한마당축제는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녹지가 많아 쾌적한 동네 과천의 장점을 살린 야외극·거리극 중심의 국제공연예술제다. 올해는 프랑스, 폴란드, 네덜란드, 캐나다, 일본, 중국 등 6개국에서 온 10작품을 포함해 총 24개의 작품이 과천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한국팀 가운데 지난해에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코포럴 씨어터 몸꼴의 〈리어카, 뒤집어지다〉(사진 맨왼쪽)와 폴란드 극단 케이티오(KTO)의 〈시간의 향기〉(오른쪽)가 ‘강추’되고 있는 작품들. 모두 대사 없이 몸의 움직임만으로 인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이밖에 마임, 인형극, 익스트림 스포츠를 도입한 연극 등 다양한 갈래의 야외극들이 23,24일을 정점으로 펼쳐진다. 24일까지. www.gcfest.or.kr, (02)504-0945.
‘제4의 제국’ 가야 신비 속으로
가야세계문화축전 2006, 김해=지난해 첫행사가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 국제적인 규모로 부쩍 컸다. ‘제4의 제국-가야의 신비를 밝힌다’라는 슬로건으로 가야의 설화와 역사, 문화 등과 연관된 마당극, 음악회 등 다양한 갈래의 공연이 열린다.
올해 최고 화제작은 개막작인 초대형 야외극 〈제4의 제국〉이다. 소설가 최인호의 원작으로 연희단 거리패의 이윤택이 극본, 연출을 맡았으며, 가야축전 집행위원장이기도 한 임진택이 총감독을 맡았다. 여기에 원일이 음악감독을 맡아 참가자들의 면면만으로 궁금증을 일으킬 만한 작품이다. 가야 생활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딸림행사들도 준비돼 있다. 이 작품은 폐막 전날까지 매일 저녁 8시에 무료로 공연된다. 9월22일~10월3일. (02)395-3933.
‘왕의 남자’ 재주꾼 다 모이네
안성 남사당바우덕이축제=영화 〈왕의 남자〉로 젊은이들의 눈에도 더는 낯설지 않은 ‘외줄타기’와 ‘탈놀이’ 등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전통 축제다.
조선시대 놀이패 남사당의 발생지인 경기도 안성에서 열리며 풍물, 버나(가죽접시 돌리기), 살판(땅재주놀이), 어름(외줄타기·가운데), 덧뵈기(탈놀이), 덜미(인형극) 등 여섯마당으로 펼쳐질 ‘남사당놀이’가 당연히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이밖에 중국, 타이(태국), 불가리아, 멕시코 등에서 찾아온 민속 공연단이 자국의 다양한 음악과 춤 공연을 선보이며, 접시 돌리기, 줄타기 등을 전문가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또 축제성공 길놀이에도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어 ‘참여형’ 축제로서의 특징이 눈에 띈다. 9월27일~10월1일. (031)676-4601.
북한식에서 퓨전 사물놀이까지
부여 세계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올해로 15회를 맞는 전통공연예술축제로 대통령상을 두고 경합을 벌이는 사물놀이 경연대회이기도 하다. 국내외 80여개 사물놀이팀 1200여명이 참가한다.
김덕수씨가 예술감독을 맡은 연희극 〈광대놀이〉가 행사기간 중 초연되는데 탈춤, 상여놀이, 북놀이 등 다양한 전래놀이를 녹여낸 대작이다.
국외팀의 면면도 화려하다. 우선 중국 연길시 조선족예술단은 북한식 사물놀이를 선보이며, 하와이 원주민 여성과 뉴질랜드 출신의 학자까지 망라된 미국팀의 ‘사물놀이 잡탕’은 다국적 퓨전 사물놀이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9월30일~10월3일. www.samulfestival.com, (041)832-8533.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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