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 음원까지 버린 “못된 짓”
옛노래들 되찾아 공연·음반으로
1년 절반 지내는 산이 작업실
“바람이 주는 느낌이 영감원천”
옛노래들 되찾아 공연·음반으로
1년 절반 지내는 산이 작업실
“바람이 주는 느낌이 영감원천”
내가 버렸던 노래들
이 사람, 고집불통이다. 본업이 작곡이면서도 10년이 넘게 노래 하나 안 만들었다. 이렇게 대담한 ‘직무유기’를 저지른 사람은 한돌. 노래 ‘터’, ‘땅’, ‘못생긴 얼굴’, ‘개똥벌레’의 주인이다. 그는 1993년 자신의 음반 네 개가 “음악적으로 부끄러워서” 음원까지 송두리째 내다버렸다. 그러고는 새 노래를 찾아 10년 동안 전국의 산을 찾아다녔다. 무수한 계곡과 능선을 오르내렸지만 새 노래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3년, 지리산에서 본 봄눈이 “아주 아름다워” 창작의 영감을 되찾았다. 허투루 노래를 만들지 않겠다는 고집을 부리는 동안 강산이 한번 바뀌었다. 그렇게 산에서 내려온 그가 작년에 14년 만에 공연을 열어 화제를 뿌렸다. 91년 대학로 학전에서 첫 공연을 한 이후 두 번째 무대였다.
그가 얼마 전부터 다시 바빠졌다. 이번 주말에 그의 음악 인생 세 번째 공연 ‘한돌 타래 이야기 - 금강초롱을 찾아서’를 열기 때문이다. ‘타래’는 그가 만든 우리말 단어로 포크송을 뜻한다. ‘박자를 탄다’에서 ‘타’와 ‘노래’에서 ‘래’를 가져와서 ‘타래’다. 그는 또 과거 노래들을 복원해서 다음달에 새 음반도 낸다. 13년 전에 ‘버림받았던’ 바로 그 노래들이다.
지난 19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과거의 음악과 화해한 이야기를 먼저 풀었다. “93년에 노래를 버렸으니, 노래한테 못된 짓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노래는 한번 발표하고 나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데, 지나치게 나만 생각했다”라며, 10년에 걸친 기나긴 침묵도 “잘 난 척하다가 받은 벌”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한 때 버렸던 옛 노래’들에 대해 새삼스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다시 들으니 옛 노래들이 사랑스럽네요. 나이를 먹으면 음악이 더 좋아지거나 깊어질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노래들이 음악적으로는 여전히 창피하지만, 노랫말은 그 때가 더 순수하구요.”
이 노래들은 13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되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음반사와 함께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간신히 22개의 음원을 찾아냈다. ‘땅’, ‘홀로아리랑’, ‘고운동 달빛’, ‘갈 수 없는 고향’ 같은 노래들이다. ‘못생긴 얼굴’ 같은 노래는 음원을 끝내 못 찾았다.
이번 주말 공연에서는 다시 찾아낸 노래들을 중심으로 해서, 2003년 이후에 만들어진 노래 두 곡도 함께 선보인다. 두 노래 중 ‘낯선 슬픔’은 처음 선보이는 노래다. “인터넷과 함께 사는 우리들에 대한 노래예요. 인터넷의 넷이 그물을 뜻하잖아요. 우리는 그 그물 속에 휩싸여 기쁨과 즐거움만 좇는데, 그러다보니 우리는 어쩌면 슬픔에 무뎌진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죠.” 이렇게 만든 새 노래들은 또 올해 연말에 하나의 음반으로 묶여 발매될 계획이다.
그가 새 노래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독특하다. 일단, 그의 작업실은 산이다. 그가 93년 이후 10년 동안 줄기차게 산을 오른 이유도 그에게는 이것이 ‘출근’이기 때문이다. “제가 직접 노래를 만들려고 하면 안 됩니다. 산의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이 확 던져주는 느낌이 있습니다. ‘슝’하고 지나가는데, 이걸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게 영감이 생기면 또 나머지는 산을 다니면서 머릿속으로 다듬는다. 산에서 내려오면 도통 “작업”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한창 때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산으로 떠났다. 한번 가면 보통 일주일은 산행을 했으니까 1년 가운데 반은 산속에서 보내는 셈이다. 밤에는 민가에서 신세를 지거나, 텐트를 친다. “사실 노래를 만든다는 말은 안 어울리죠. 있는 노래를 캐내는 건데 그걸 내가 만든다고 하면 미안한 거예요. 예를 들어 하늘 보고 애들한테 시 쓰라고 하면 애들마다 다 다르게 쓰죠. 거기에 엄청난 노래들이 숨어 있어요.”
이렇게 그가 만드는 노래에서 노랫말의 비중은 아주 크다. “굳이 말하자면 노랫말이 8할, 곡은 나머지 2할”이다. 실제로 그의 일상적이고 쉬운 노랫말의 바닥에는 산맥 같은 사회성과 역사성을 담아 강력한 여운을 준다.
그렇다면 그가 보기에 좋은 노랫말은 무엇일까. 그에 따르면 “무엇보다 쉬워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내용도 다듬다 보면 허무할 정도로 쉬워집니다. 그러면서 아주 원초적인 말을 찾아내고, 또 그 말을 우리말로 다듬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가사를 다듬다 보면 이상하게 ‘꿈’에 관한 노래가 많다. “처음부터 꿈에 관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노래를 만들다 보면 결국 꿈에 대한 얘기예요. 슬픈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 희망을 품더군요.” 공연 문의, 경기도 고양 어울림 누리(031-960-9632).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홀로아리랑] [갈수없는 고향] [고운동달빛]
그렇다면 그가 보기에 좋은 노랫말은 무엇일까. 그에 따르면 “무엇보다 쉬워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내용도 다듬다 보면 허무할 정도로 쉬워집니다. 그러면서 아주 원초적인 말을 찾아내고, 또 그 말을 우리말로 다듬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가사를 다듬다 보면 이상하게 ‘꿈’에 관한 노래가 많다. “처음부터 꿈에 관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노래를 만들다 보면 결국 꿈에 대한 얘기예요. 슬픈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 희망을 품더군요.” 공연 문의, 경기도 고양 어울림 누리(031-960-9632).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홀로아리랑] [갈수없는 고향] [고운동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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