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추사 김정희 서거 150주기전에 출품된 추사의 예서글씨 걸작 <잔서완석루>(사진 위)와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전에 나온 젊은 작가 황종명씨의 익살스런 석고상 작업 <쌩크로나이즈드>.
올 한가위 미술, 문화재 동네는 유례를 찾기 힘든 전시 풍년이다. 추사전, 비엔날레 등 숱한 갈래의 기획전들이 곳곳에 차고 넘친다. 색다른 나들이를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테마형 전시들을 추천한다.
역대 최대 명품 컬렉션
추사의 묵향 속으로
추사의 가을? 조선 말기 대석학이자 명필인 추사 김정희(1786~1856)의 150주기를 맞아 기념전이 잇따른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3일 개막한 ‘추사 김정희: 학예 일치의 경지’전(11월19일까지·02-2077-9326)은 90점 넘는 역대 최대의 추사 명품 컬렉션을 짰다. 〈세한도〉 〈불이선란도〉 같은 절대 권위의 명화를 비롯해 예서체 걸작 〈잔서완석루〉, 유배시절 편지 모음 〈완당척독〉, 친구 초의 스님에게 보낸 편지첩 〈나가묵연〉, 추사와 친구 권돈인의 산수화가 같이 표구된 일본 소장 족자 등이 처음 공개되었다. 〈세한도〉는 그림과 발문을 포함해 10m가 넘는 전폭이 공개되는데, 전체 발문 번역·해제글도 함께 볼 수 있어 감상의 맛이 색다르다.
과천시민회관의 ‘추사글씨 귀향전’(11월7일까지·02-504-6513)은 지난봄 추사 권위자였던 일본 학자 후지즈카 지카시(1879~1948)의 기증 자료 26점을 전시중이다. 제자, 동생에게 보낸 추사의 친필 편지글과 추사 시대 청나라-국내 학자들 사이의 교류상을 보여주는 서간, 서책, 글씨 등의 자료들이 나왔다.
공주박물관 백제유물 첫 공개
고대 유물과의 만남
충남 공주 수촌리, 서산 부장리 등의 백제 고분 유물들을 처음 선보이는 국립공주박물관 특별전 ‘한성에서 웅진으로’(8일까지·041-850-6362)가 눈대목이다. 보존처리된 금동관모, 금동신발, 중국제 도자기, 고리자루칼 등은 보기 드문 4~5세기 한성 백제 시대 지방세력의 유물들이다. 국립경주박물관(054-740-7539)은 금관총 발굴 85돌 특별전을 15일까지 열고 있다. 금관총 금관 등의 출토품들과 함께 당시 조사보고서 등이 전시되어 발굴사를 되돌아볼 수 있다. 전남 신안 원나라 침몰선 발굴 30돌을 맞아 진행중인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의 특별전 ‘14세기 아시아 해상교역과 신안해저유물’(061-270-2039)도 빼놓을 수 없다.
우아한 옛 그림 즐기기 국립민속박물관(02-734-1346)의 특별전 ‘민화-변화와 자유로움’(12월25일까지)은 사랑방, 안방 같은 옛 주거 공간을 수놓았던 민화 명품 250점을 모았다. 〈문방도〉, 〈호피도〉 등의 거실 그림, 〈모란도〉 등의 행사용 복그림 등을 쓰임새별로 감상할 수 있다. 북한 고구려 벽화 고분 6기의 대형 사진 140여점을 내건 서울역사박물관의 ‘인류의 문화유산 고구려 벽화’전(22일까지·02-724-0114)과 낯선 한국, 중국의 전통 진채(불투명 채색)화의 세계로 안내하는 국립광주박물관 기획전 ‘동아시아의 색 광채’(062-570-7020)도 가볼 만하다. 광주·부산에선 나들이 코스로 비엔날레 산책 국제 현대미술 큰 잔치인 광주, 부산 비엔날레는 연휴에도 전시마당을 활짝 연다. ‘열풍 변주곡’이란 주제로 아시아성을 강조한 광주비엔날레(11월11일까지)는 동양사상, 전통 산수 등을 설치, 회화, 영상 등으로 재해석한 본전시 ‘첫장’에서 눈맛을 다신 뒤 도시 문제들을 대안 작가들의 전위적 작업으로 정리한 ‘마지막장’을 책읽듯 훑는 것이 좋다. www.gb.or.kr 부산비엔날레(11월25일까지)는 부산 동래 온천천변에서 펼쳐지는 공공미술 설치 프로젝트(카페 3)와 해운대 해변의 바다미술제 설치작품을 산책하듯 즐기는 게 알짜 관람이다. 본전시(카페 1, 2)는 영화관 같은 공간 속에서 스펙터클한 영상물을 즐기는 편이 좋다. www.busanbiennale.org 현대미술관은 상상력 잔치 젊은 미술과 함께 젊은 작가 기획전도 솔깃한 나들잇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전 ‘젊은 모색’(11월26일까지·02-2188-6059)은 미술관이 2년간 발굴한 신예 작가 16명의 소개마당이다. 낙서 같은 박미경의 설치작업 〈몽정기〉, 수영선수들의 머리만 빼꼼하게 빚은 황종명씨의 석고상 〈쌩크로나이즈드〉 등 도발과 재치 가득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도 ‘도시의 이방인’이란 주제 아래 젊은 작가 29명의 도시적 감수성을 다장르 작품들로 엮은 ‘SeMA’전(8일까지·02-2124-8800)을 차려놓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우아한 옛 그림 즐기기 국립민속박물관(02-734-1346)의 특별전 ‘민화-변화와 자유로움’(12월25일까지)은 사랑방, 안방 같은 옛 주거 공간을 수놓았던 민화 명품 250점을 모았다. 〈문방도〉, 〈호피도〉 등의 거실 그림, 〈모란도〉 등의 행사용 복그림 등을 쓰임새별로 감상할 수 있다. 북한 고구려 벽화 고분 6기의 대형 사진 140여점을 내건 서울역사박물관의 ‘인류의 문화유산 고구려 벽화’전(22일까지·02-724-0114)과 낯선 한국, 중국의 전통 진채(불투명 채색)화의 세계로 안내하는 국립광주박물관 기획전 ‘동아시아의 색 광채’(062-570-7020)도 가볼 만하다. 광주·부산에선 나들이 코스로 비엔날레 산책 국제 현대미술 큰 잔치인 광주, 부산 비엔날레는 연휴에도 전시마당을 활짝 연다. ‘열풍 변주곡’이란 주제로 아시아성을 강조한 광주비엔날레(11월11일까지)는 동양사상, 전통 산수 등을 설치, 회화, 영상 등으로 재해석한 본전시 ‘첫장’에서 눈맛을 다신 뒤 도시 문제들을 대안 작가들의 전위적 작업으로 정리한 ‘마지막장’을 책읽듯 훑는 것이 좋다. www.gb.or.kr 부산비엔날레(11월25일까지)는 부산 동래 온천천변에서 펼쳐지는 공공미술 설치 프로젝트(카페 3)와 해운대 해변의 바다미술제 설치작품을 산책하듯 즐기는 게 알짜 관람이다. 본전시(카페 1, 2)는 영화관 같은 공간 속에서 스펙터클한 영상물을 즐기는 편이 좋다. www.busanbiennale.org 현대미술관은 상상력 잔치 젊은 미술과 함께 젊은 작가 기획전도 솔깃한 나들잇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전 ‘젊은 모색’(11월26일까지·02-2188-6059)은 미술관이 2년간 발굴한 신예 작가 16명의 소개마당이다. 낙서 같은 박미경의 설치작업 〈몽정기〉, 수영선수들의 머리만 빼꼼하게 빚은 황종명씨의 석고상 〈쌩크로나이즈드〉 등 도발과 재치 가득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도 ‘도시의 이방인’이란 주제 아래 젊은 작가 29명의 도시적 감수성을 다장르 작품들로 엮은 ‘SeMA’전(8일까지·02-2124-8800)을 차려놓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