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관객이 터놓은 속얘기 즉흥연극으로 약자들의 상처에 치유의 싹 트길

등록 2006-10-04 17:49수정 2006-10-04 18:00

7일 8일 통과의례페스티벌 ‘플레이백 씨어터’ 연출하는 노지향씨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40여만명의 이주노동자들에겐 비슷한 아픔이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이죠. 태어난 지 한달도 안 된 핏덩이를 자기 나라 어머니에게 보내고 헤어진 베트남 여성, 자기를 기다리던 연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 흘리던 방글라데시 남성…. 가슴 아픈 이별이 너무 많았어요.”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공간-해(解, www.hae.or.kr)’의 노지향(45)대표는 ‘플레이백 씨어터’를 주로 무대에 올린다. ‘플레이백 씨어터’란 즉흥 연극의 일종. 관객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이를 다시 연극으로 만드는 재현극이다. 고통과 치유의 효과를 인정받아 1975년 뉴욕에서 시작한 뒤 세계적으로 40여국 100여개의 플레이백 전문극단이 활동하고 있다.

“누구나 살면서 상처를 받습니다. 플레이백 씨어터는 자기 치유의 싹을 틔우는 좋은 방법이죠.”

노 대표는 97년 극단 창단 때부터 교도소, 소년원, 새터민 쉼터 등에서 말 그대로 ‘억압받는 사람들’만 만났다. 사회적 약자로 어려운 일을 당하더라도 맘 속의 분노나 한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속앓이만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지난해부터 노대표는 특히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온 이주민들을 많이 만난다. 플레이백 씨어터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어서였다.

“무대에서라도 자기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거든요. 사람이 마음으로 만나고 이해하는 데 언어의 장벽은 문제가 안 되더군요.”

7~8일 뚝섬 서울숲에서 여는 ‘세계통과의례페스티벌 2006’ 행사에서도 플레이백 씨어터 무대를 만날 수 있다. 매년 10만명이 모여드는 이 행사의 올해 주제는 ‘다문화 공동체통과의례’. 우리나라에 온 이주민들과 맺는 관계를 갈등에서 소통으로 바꾸자는 제안인 셈이다. 행사의 고갱이가 바로 노 대표가 이끄는 ‘플레이백 시어터’다.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 10여명과 불특정 다수의 관객들이 무대와 객석을 채울 참인데, 그는 “시간이 짧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7일 오후 7시부터 단 두 시간 정도. 그는 주최쪽에 이주민들을 미리 만나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최대한 길게 만나야 참가자들이 안심하고 자기 속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언젠가는 연극 중에 월남전과 중동파견 근로를 겪어본 중년 남성이 올라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시더군요. 과거엔 우리도 이주민들과 다르지 않았던 거죠. 그런 깨달음의 시작을 만들고 싶어요.” (세계통과의례페스티벌2006, 02-2123-9455, www.ropf.or.kr)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