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8일 통과의례페스티벌 ‘플레이백 씨어터’ 연출하는 노지향씨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40여만명의 이주노동자들에겐 비슷한 아픔이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이죠. 태어난 지 한달도 안 된 핏덩이를 자기 나라 어머니에게 보내고 헤어진 베트남 여성, 자기를 기다리던 연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 흘리던 방글라데시 남성…. 가슴 아픈 이별이 너무 많았어요.”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공간-해(解, www.hae.or.kr)’의 노지향(45)대표는 ‘플레이백 씨어터’를 주로 무대에 올린다. ‘플레이백 씨어터’란 즉흥 연극의 일종. 관객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이를 다시 연극으로 만드는 재현극이다. 고통과 치유의 효과를 인정받아 1975년 뉴욕에서 시작한 뒤 세계적으로 40여국 100여개의 플레이백 전문극단이 활동하고 있다.
“누구나 살면서 상처를 받습니다. 플레이백 씨어터는 자기 치유의 싹을 틔우는 좋은 방법이죠.”
노 대표는 97년 극단 창단 때부터 교도소, 소년원, 새터민 쉼터 등에서 말 그대로 ‘억압받는 사람들’만 만났다. 사회적 약자로 어려운 일을 당하더라도 맘 속의 분노나 한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속앓이만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지난해부터 노대표는 특히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온 이주민들을 많이 만난다. 플레이백 씨어터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어서였다.
“무대에서라도 자기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거든요. 사람이 마음으로 만나고 이해하는 데 언어의 장벽은 문제가 안 되더군요.”
7~8일 뚝섬 서울숲에서 여는 ‘세계통과의례페스티벌 2006’ 행사에서도 플레이백 씨어터 무대를 만날 수 있다. 매년 10만명이 모여드는 이 행사의 올해 주제는 ‘다문화 공동체통과의례’. 우리나라에 온 이주민들과 맺는 관계를 갈등에서 소통으로 바꾸자는 제안인 셈이다. 행사의 고갱이가 바로 노 대표가 이끄는 ‘플레이백 시어터’다.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 10여명과 불특정 다수의 관객들이 무대와 객석을 채울 참인데, 그는 “시간이 짧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7일 오후 7시부터 단 두 시간 정도. 그는 주최쪽에 이주민들을 미리 만나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최대한 길게 만나야 참가자들이 안심하고 자기 속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언젠가는 연극 중에 월남전과 중동파견 근로를 겪어본 중년 남성이 올라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시더군요. 과거엔 우리도 이주민들과 다르지 않았던 거죠. 그런 깨달음의 시작을 만들고 싶어요.” (세계통과의례페스티벌2006, 02-2123-9455, www.ropf.or.kr)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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