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서울 백석아트홀에서 진행된 피아니스트 현영주(왼쪽)의 쇼팽 ‘피아노소나타 2,3번’ 필드 레코딩 현장. 음반의 프로듀서는 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오른쪽)가 맡았으며 필드 레코딩 전문 엔지니어 황병준씨(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가 녹음을 진행했다.
스튜디오 아닌 넓은 연주공간서
현영주씨 ‘피아노 소나타’ 녹음
사흘간 7시간씩 고품질 소리담기
현영주씨 ‘피아노 소나타’ 녹음
사흘간 7시간씩 고품질 소리담기
프로듀서 김대진의 필드리코딩 현장
지난 9월 마지막주 서울 방배동 백석아트홀에서는 젊은 피아니스트 현영주씨의 첫 음반 녹음이 3일 동안 진행됐다. 공연장 녹음이라니, 연주회 실황 녹음인가 싶겠지만 객석을 메운 건 대여섯 명의 음반 관계자들뿐, 연주자는 긴 머리를 질끈 묶고 맨발로 페달을 밟는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넓은 연주 공간에서 녹음하는 ‘필드 레코딩’ 현장이다.
대기실에서 녹음실로 바뀐 작은 방은 이 음반의 프로듀서를 맡은 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필드 레코딩 전문회사 사운드미러코리아의 황병준 대표, 컴퓨터 앞에 앉은 엔지니어 한명이 자리를 잡았다. 연주자는 보이지 않지만 연결된 스피커로 연주되고 있는 쇼팽의 <피아노소나타 2번> 마지막장을 듣던 김 교수는 “6마디에서 페달 떼시는 거 좀 더 살짝”, “지금보다 훨씬 작고 느려지면서 없어져가는 것같은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네요”등의 나지막한 주문을 계속한다.
필드 레코딩은 아직 외국의 클래식 연주 녹음 추세만큼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도 빠르게 늘어가는 녹음 형식이다. 세검정 성당에서 존 필드의 녹턴 전곡, 춘천 백령아트홀에서 쇼팽의 녹턴 등을 녹음했던 김대진씨는 필드 녹음을 선호하는 연주자 가운데 하나다. 김씨는 “우리나라에서는 피아노 연주를 녹음할 만한 마땅한 스튜디오가 없는데다 현장 감각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필드 레코딩은 매우 흥미로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현씨의 이번 녹음은 금호아트홀에서 녹음했던 제자 손열음씨의 첫음반인 쇼팽의 연습곡에 이어 김 교수의 두번째 프로듀싱 음반이다. 연주자와 교육자로 활동하며 최근 지휘자로도 영역을 넓힌 김씨는 음반 프로듀싱 작업을 “다른 악기 연주하는 사람을 반주해주는 구실 정도”라고 낮추어 말했다. 하지만 김씨와 여러차례 필드 레코딩을 함께 하고 손열음에 이어 이번 녹음도 진행한 사운드미러 코리아의 황 대표는 “악기의 메카니즘을 잘 알고 페달링 등의 섬세한 동작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피아니스트가 프로듀싱을 하면 그만큼 음반의 질도 우수해진다”고 평했다.
70년대부터 해외 유수 레이블의 필드 레코딩을 해온 미국 사운드미러사의 한국지사를 2000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국내 필드 레코딩을 시작한 황 대표는 “녹음에 적절한 공간을 찾는 게 필드 레코딩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녹음한 백석아트홀은 지난달 그가 재즈 연주를 녹음하며 클래식 녹음의 가능성을 찾아낸 곳. 그러나 연주 악기와 규모, 연주 음악에 따라 다른 녹음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녹음 장소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백석아트홀의 경우 지금처럼 피아노 독주나 실내악 4중주에는 적합하지만 오르간 연주, 브루크너 같은 낭만음악의 경우 더 긴 잔향이 있는 공간이 필요하며, 성악은 오히려 그 반대의 공간이라야 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적절한 공간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3일동안 매일 7시간씩 녹음하며 간간이 팔을 주물러야 했던 현씨는 “한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 연주와 달리 녹음은 조각조각 하기 때문에 순간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파워풀한 쇼팽을 보여주려고 했던 의도가 음반에 잘 묻어나왔으면 좋겠다”고 첫 녹음의 소감을 말했다. 현씨의 첫 앨범 ‘쇼팽 피아노소나타 2,3번’은 11월 중 출시될 예정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