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총감독·송창식 등 참여한 ‘겨레의 노래1’ 시디로
‘이등병의 편지’, ‘이 세상 어딘가에’, ‘아침’, ‘이태원 이야기’….
80년대 비상업적인 대중음악을 갈무리한 기념비적인 음반 <겨레의 노래1>이 16년만에 시디로 복각되어 다시 탄생했다. 1990년 <한겨레신문>이 창간 두돌을 기념해서 만들어낸 이 작품에는 김민기가 총감독으로 참여하고, 송창식, 서유석, 전인권, 장필순, 김학남, 최영섭 등 당대의 음악인들이 세대와 장르를 초월해서 손을 모았다. 당시 김민기 총감독이 연변과 일본 등지에서 수집한 곡과, 공모를 통해 수집된 곡, 그리고 구전 민요 가운데 최종적으로 12곡이 음반에 실렸다. 1990년에 이 음반은 엘피와 테이프로만 발매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곡은 ‘이등병의 편지’. 가수 김광석의 음성으로 귀에 익은 이 노래는 이 음반에서 처음으로 실렸다. 노래는 전인권. 1987년 들국화가 해체된 후 ‘가야’라는 팀에서 활동하던 그의 고음은 김광석의 쓸쓸함과 또다른 스산한 매력을 발산한다. 월북작곡가 김순남의 ‘자장가’는 원곡이 가진 옅은 불안감을 감싸안은 듯한 노영심의 피아노 반주에 장필순이 목소리를 실었다. 음반의 세번째 노래 ‘꽃들’은, 지금은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의 작곡가로 더 유명한 임준철이 문부식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 그가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 서유석은 당시 85세의 김소정 할머니와 함께 1920대 식민지의 설움을 그렸던 ‘내 고향’을 불렀고, 송창식은 노래극 <공장의 불빛>에 실린 곡 ‘이 세상 어딘가에’를 노래했다. 해외 동포들 노래 중에는 재미음악가 로광욱이 만든 ‘고려산천 내 사랑’과, 당시 중국 조선족 음악가협회 주석인 안국민이 만든 ‘반갑구나’가 실렸다. ‘반갑구나’에는 최영섭이 편곡하고, 케이비에스 관현악단원과 서울시립교향악단원이 참여했다. 그 밖에 편곡과 연주에 허성욱과 조동익, 손진태, 나동민, 김효국, 김형석, 함춘호 등 일류 음악인들의 손길이 닿았다.
음반에 다섯번째로 실린 ‘이태원 이야기’는 80년대 한 소녀의 눈에 비친 이태원의 풍경. 담배를 피는 여대생과 여장 남자를 보면서 낯설어하는 광경은 지금과 비교해서 약간의 격세지감을 주기도 한다.
이 시디를 재발매한 저스트 뮤직의 김선국 대표는 “이 음반은 80년대 진보진영의 문화활동을 아우르면서, 90년대 새로운 문화 현실에 어떻게 부응할지 명징하게 보여준 명반”이라고 시디 재발매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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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7월1일 <겨레의 노래1> 관련기사 <한겨레신문>이 창간 두돌을 기념해 추진해온 ‘겨레의 노래’ 찾기 사업의 탐스러운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건강한 우리들 삶의 노래 11곡을 담은 ‘겨레의 노래’ 음반의 이달 중순 출반을 앞두고 막바지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1920년대 만주벌판에서 불리던 독립군가에서부터 오늘 서울 이태원의 풍속도를 담은 <이태원 이야기>까지, 중국 연변에서…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1990년 7월22일 <겨레의 노래1> 관련기사
그동안 <한겨레신문>이 공모하고 수집하고 다듬어 온 ‘겨레의 노래’들이 처음으로 소리로 울려퍼졌다. 20일 오전 서울 동숭동 인켈오디오월드에서 ‘겨레의 노래’ 출반 기념 시청·감상회가 열린 것이다. ‘겨레의 노래’ 음반에 실린 노래 12곡이 배경설명과 함께 하나하나 소개된 이날 감상회는 송건호 <한겨레신문> 대표이사, 바리콘 이영구씨, 가수 전인권, 장필씨…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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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기자
kk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