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불운한 명창’ 김옥심을 기억하나요

등록 2006-10-15 18:54

60·70년대 풍미한 서울소리꾼
인간문화재 탈락 뒤 잊혀져
흩어진 LP 속 옛소리 모아
‘정선아리랑’ 등 16곡 담아
주요곡 편집음반 ‘서울소리’

서울·경기민요 소리꾼 김옥심(1925~1988)은 많은 이들에게 잊혀진 이름의 국악인이다. 또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불운한 명창’, ‘재야 인간문화재’로 부른다. 60~70년대를 풍미했던 명인이었지만 75년 인간문화재 선정에서 탈락한 뒤 국악계에서 소외되고 소리 전수의 길이 막히면서 쓸쓸한 최후를 맞았던 탓이다.

정리되지 않은 채 수십년 전 나온 엘피, 에스피 음반 등으로만 흩어져 있던 김옥심 소리의 정수를 모은 〈김옥심의 서울소리〉가 음반으로 출시됐다. 1982년 와병 중에 녹음한 가사 수양산가, 서도잡가 관동팔경, 엮음수심가, 회심곡 등을 비롯해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등 민요와 잡가, 가사 등 장르를 망라한 16곡이 담겼다.

이 가운데 김옥심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정선아리랑은 강원도 민요 정선아라리를 서울소리에 맞게 편곡한 곡으로 발표 당시 큰 반응을 얻었으며 지금까지도 ‘김옥심제(서울제) 정선아리랑’은 가장 널리 알려진 정선아리랑으로 자리잡았다. 또 경기소리꾼으로는 처음 녹음했던 ‘수양산가’나 ‘엮음수심가’를 비롯해 김씨의 유품에서 발견된 릴테이프에 들어 있던 ‘선산애원성’은 국악사에서 처음 공개되는 곡으로 사료적 가치가 높은 곡들이 담겨 있다.

김옥심은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나 8살에 동기로 조선권번에 입번해 소리를 사사하기 시작했다. 58년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내로라하는 명인들을 제치고 1등을 하면서 국악계에 스타로 도약한 그는 62년 당시 국악인으로는 가장 많은 100여 장의 음반을 녹음하고 각종 국악 관련상을 휩쓸 정도로 인기와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69년 묵계월, 이은주, 안비취와 함께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보유자 후보로 지정되며 연주와 녹음, 후학 양성에 매진했으나 75년 인간문화재 선정에서 ‘예능계를 오랫동안 떠나 있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세 후보자 가운데 유일하게 탈락했다. 앞길이 막힌 제자들은 빠르게 이탈했고,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면서 병과 가난과 싸우다가 죽음조차 외면받는 생을 마쳤다.

국악평론가 윤중강씨는 김옥심을 “여흥음악 정도로 여겨지던 경기소리를 고상한 감상용 음악으로 격상시킨 장본인”으로 평가하면서 이번 음반을 “김옥심의 재발견”으로 의미부여했다. 윤씨는 “보통 경기민요는 밝고 화려하다고만 생각되는데 김씨의 소리는 우수가 깔려 있는 쓸쓸하고 애잔한 색깔”이라며 “문화재 전수제도가 생기면서 획일적으로 이어져온 서울소리의 새로운 미학을 확인할 수 있는 음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음반은 서울소리와 김옥심을 복권하기 위해 애써온 개인의 노력으로 완성됐다. 이 음반을 기획한 김문성씨는 96년 청계천을 지나가다가 골동품 가게에서 나오는 김옥심의 정선아리랑을 들으며 “벼락을 맞은 느낌”으로 국악에 입문했다. 김옥심과 서울소리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오면서 김옥심 재평가 작업을 개인적으로 추진하면서 연주장르별로 12장짜리 전집음반을 기획했지만 경제적 부담 때문에 미뤄지고 우선 전집의 주요곡들을 추려 이번 편집음반을 내게 됐다. 그는 이번 음반을 통해 “갈수록 규격화되고 획일화되는 경기민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000장 한정으로 발매된 이 음반은 경기소리 공연장에서 직판 형식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