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감각 간결한 운율에 ‘각색의 힘’
국악·양악 잘 어우러져 세계성 확보
국악·양악 잘 어우러져 세계성 확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이 70%가 넘는 유료관객 점유율을 기록하며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이 작품은 토종오페라의 해외수출을 목표로 완성돼 지난해 독일에서 초연을 했으며 내년 6월 일본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음악평론가 왕치선씨가 창작오페라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 이 작품의 리뷰를 보내왔다.
〈천생연분〉은 대본과 음악, 기획력 등에서 기존의 창작 오페라에서 볼 수 없었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무대였다. 우선 이상우의 대본은 음악을 붙이기에 적절한 음절과 운을 지녔고 단어 선택은 시대적인 변화를 반영하면서도 흥미와 품격을 보여줬다. 또 전통적인 권선징악보다는 새로움에 대한 젊은이들의 동경, 사랑과 자유를 향한 선택, 여성해방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적절히 가미하여 현실감과 재미를 동시에 얻어냈다.
둘째가 음악이다. 탄탄한 관현악 기법과 화려한 악기 배합, 긴장과 이완을 적절하게 배합하면서 흐트러짐 없이 곡을 끌고 간 음악적 전개능력에서 한 단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국악기와 양악기의 접목과 우리 리듬과 서양음악과의 융화도 무리 없이 이어졌고 영산회상의 ‘타령’을 사용하여 한국적인 정서를 쉽게 전달할 수 있게 하고 이를 곡의 요소요소에 사용하여 극적, 음악적 통일감을 끌어낸 점 또한 효율적이었다.
셋째가 노래였다. 한글 가사가 있는 노래는 알아듣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경우, 가사와 선율의 조화, 한글의 발음의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된 듯했다. 무대 위의 성악가 모두 자신들의 기량을 충분히 펼치면서도 그들의 말을 충분히 객석까지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으로 연출과 무대였다. 엑스트라들의 의상과 무대를 모두 흰색으로 하고 다른 출연자의 의상의 색은 몇 가지로 제한하고 소품 또한 극도로 단순화하였다. 현대적이고 상징적이며 시각적인 무대였다. 극의 전개 또한 속도감 있게 끌고 나감으로써 청중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기획이다. 이 작품은 시작단계부터 세계시장에 가지고 나가겠다는 목적과 대상이 분명했던 작품이었다. 그런 이유로 한국적 정서 내포와 음악적 완성도를 얻는 데 치중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음악적 재료와 기법의 새로움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치밀한 기획과 수차의 수정작업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세계무대에 내놓을 수 있는 내용과 포장을 갖추겠다는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극적 재미와 음악적 완숙도, 이질적인 요소의 조화와 극과 음악의 융합을 이끌어낸 대본작가 이상우와 작곡가 임준희에게 갈채를, 그리고 연주자와 전 스태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국립 오페라단에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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