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루유리공.부여 하황리 출토. 둥근 유 장식이 특히 아름답다. 리공 위에 얇은 은판으로 된 네 잎사귀 장식을 붙였다. 은은한 유리의 색깔과 정밀한 잎사귀.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국립부여박물관 특별전 “백제의 공방” 개최
국립부여박물관(관장 이내옥)은 오는 10월 24일부터 “백제의 공방” 특별전을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현대인의 입장에서 볼 때 공방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과 비슷하다. 따라서 백제의 공방은 백제금동대향로와 같은 찬란한 백제의 문화유산이 탄생한 산업 현장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백제의 옛 영토였던 서울․경기․전라 지역을 비롯해서 충청도 지역에서 확인된 여러 가지 생산시설과 그곳에서 출토된 최신의 유물을 직접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1부 <금속공예품 공방>에서는 부여 능산리 절터를 비롯해서 부여 관북리, 익산 왕궁리 유적 등에서 출토된 금이나 유리 도가니와 철기 제작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된다. 백제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도가니 중에는 “관(官)”이라는 도장이 찍힌 것이 있어, 당시 이곳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영공방이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또 익산 천도설의 유력한 근거가 되었던 왕궁리 공방터에서 생산된 도가니와 슬래그, 유리제품 등이 함께 전시되어 주목을 끈다.
제2부 <토기 공방>에서는 진천 산수리․삼룡리 가마터를 비롯해서 청양 학암리, 나주 신가리 당가 가마터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된다. 토기의 제작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유물들과 가마터에서 출토된 토기들이 엄선되어 토기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처음으로 공개되는 청양 학암리 가마터나 나주 신가리 당가 가마터에서 출토된 토기들은 웅진시기에 백제의 토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었는지를 연구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회는 공방에서 사용하다 버린 금속 파편이나 유리 파편을 비롯해서 뒤틀리거나 깨진 토기나 기와 파편들이 많다. 이런 유물들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채 박물관의 수장고에서 얌전히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백제의 생생한 산업 현장인 공방의 안팎을 살펴봄으로 인해서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아름답게 장식된 전시품에 익숙한 일반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지적 경험이 될 것이고, 일반 관람객들이 백제 문화를 더 친근하게 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그마한 토기나 기와 조각에 남겨진 백제 사람들의 손길을 느끼고, 그 속에 깃든 백제인의 기술력과 높은 창의성을 엿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문의 041)833-8563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사람 얼굴 무늬 토기.부여 관북리 출토. 백제 사비시기에 사용된 토기 파편으로 바닥에 사람 얼굴이 그려져 있다. 혹시 토기를 굽던 백제 공인의 얼굴은 아닐까.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회는 제1부 금속공예품 공방, 제2부 토기 공방, 제3부 기와 공방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관’새김 도가니. 부여 관북리 출토.백제 사비시기의 왕궁터로 추정되는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되었다. 도가니의 뚜껑과 몸통에 ‘관(官)’이라는 동그란 도장이 찍혀 있다.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연꽃무늬수막새. 부여 정암리 가마터 출토. 활짝 핀 연꽃을 형상화한 것으로 연꽃잎의 끝이 삼각형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수막새와 똑같은 기와들이 부여 군수리 절터 등 기와 건물터에서 자주 확인된다.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제3부 <기와 공방>에서는 부여 정동리․정암리 가마터를 비롯해서 청양 왕진리․관현리 등 사비시기 백제의 기와 가마터에서 출토된 수막새들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았다. 특히 청양 왕진리 가마터에서 출토된 연꽃무늬수막새를 비롯한 여러 가지 도장기와들은 처음으로 일반인을 맞는다. 기와 가마터에서 생산된 것과 똑같은 형태와 제작기법을 한 수막새들이 부여 지역의 각종 기와 건물터에서 어떻게 출토되었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와의 생산과 유통”이라는 보다 더 차원 높은 백제 문화의 이해로 나아가는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릇받침.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단야구.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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