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합창단 이달말 잇단 내한
인간의 목소리로 오케스트레이션의 화려한 앙상블을 압도하는 최고 수준의 합창단들이 10월 말부터 줄줄이 한국을 찾는다. 가을을 수놓을 합창공연들을 소개한다.
악기 없이 16명의 가수 앙상블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합창단=1988년 올림픽 기념 공연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밝은 뒤 18년 만에 한국을 찾는 아카펠라 합창단. 합창음악 표현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극찬을 받는 세계적 명성의 연주단이다. 1968년 창단된 슈투트가르트 합창단(사진)은 바로크 초기에서 21세기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해오면서 80여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각자 전문 연주 영역을 지닌 가수 80여명으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레퍼토리나 프로젝트별로 16~20명씩 팀을 짜서 연주를 한다. 실내악 앙상블에서 악기들이 각자 다른 부분의 소리를 내듯 10여명의 가수들이 각각의 독립된 부분을 연주하는 것이 악기 없이 노래하는 이 합창단의 특징이다. 이번에 가수 16명을 이끌고 한국에 오는 지휘자 프리더 베르니우스는 가수 개인의 기술적 성취와 가수들 사이의 앙상블을 완벽하게 끌어낸다는 평을 받는다. 브람스, 멘델스존, 슈베르트 등 슈투트가르트 합창단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꼽히는 낭만음악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2068-8000.
정통 러시아 음악의 묵직함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카펠라합창단=2003년 빈 필하모닉과 함께 통영국제음악제 메인 게스트로 초청받아 갈채를 받았던 연주단으로 무려 527년의 역사를 가진 러시아의 대표적 합창단이다. 볼쇼이 합창단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다가 체제 붕괴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온 반면 러시아 음악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고 평가받는 이 합창단은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받아왔다. 화려함보다는 묵직하면서도 종교적인 장엄함이 넘치는 러시아 음악의 특징이 이 합창단의 색채다. 저음부 베이스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음역인 옥타비타를 노래하는 8명이 만들어내는 놀라울 만큼 낮은 저음과 포효하듯 마음껏 발산하는 합창의 힘이 남성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한다. 2003년에 이어 상임지휘자 블라디슬라프 체르누센코가 합창단을 이끌며 종교음악의 정수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콥스키의 교회음악인 ‘리투르기’, 쇼스타코비치의 합창음악, 러시아 민요 등을 연주한다. 27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031)783-8022.
프랑스 소년합창단 ‘맑은 노래’
생마르크 합창단=1986년 프랑스 리옹에서 창단돼 빈 소년합창단,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을 잇는 세계적인 소년합창단으로 발돋움한 연주단체다. 2차대전 직후 전쟁의 상흔에 고통받는 아이들과 실패한 작곡가가 만나 음악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지난해 개봉영화 〈코러스〉에서 음악신동이자 지독한 말썽꾸러기 주인공이 이 합창단의 단원이다. 또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의 맑은 노래도 바로 이 합창단의 연주다. 10살에서 15살 사이의 소년들로 구성돼 있으며, 그레고리안 성가에서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첫 내한 공연인 이번 무대에서도 영화 〈코러스〉 삽입곡 등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노래들을 펼쳐 보인다. 27~19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02)1544-5955.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