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 ‘코리안 로드’낸 고스트윈드
2집 ‘코리안 로드’ 낸 고스트윈드
긴장감이 흐른다. 기타의 메탈 사운드가 묵중하게 깔리더니 바이올린 소리가 뒤를 받친다. 그 위로 깔리는 악기는 판소리와 대금. 서로 다른 음색의 악기들이 어울리는 모습이 언뜻 아슬아슬해 보이는데, 묘한 균형만은 끝까지 잃지 않는다.
록과 국악 접목한 ‘국악록’
‘양념’ 아닌 화학적 결합으로 호평
1집보다 더 힘차고 높은 보컬
“국악 현대적 재해석이 3집 목표” 국악과 헤비메탈을 접목한 ‘국악록’을 한층 발전시킨 두번째 음반 〈코리안 로드〉를 들고 나온 고스트윈드와의 만남도 그들의 음악처럼 긴장감이 감돌았다. 독일 에센 국립음대에서 공부하고 고양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타악기 수석을 지내기도 한 리더 유근상(드럼)씨,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작업에 참여했고 여러 밴드에서 작곡을 해온 김병찬(기타)씨, 영국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했고 작곡 활동도 함께 해온 나훈주(베이스)씨,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 경력의 왕해경(보컬)씨, 경기국악제 대상 등 역시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닌 김승우(대금)씨. 국악과 메탈이 만난 음악이 뿜어내는 긴장감은 독특한 색깔과 경력을 지닌 고스트윈드 멤버들의 면면에서 나오고 있었다. “1집에 참여했던 멤버들 가운데 2집 작업을 함께 한 사람은 저와 김병찬씨뿐이에요. 다른 분들은 시끄러운 사운드에 대한 해석 등의 음악적 이견 등 때문에 길을 달리하게 됐어요.”(유근상) 고스트윈드의 1집 〈10,000 이어즈 어고…〉(2004)는 ‘국악록’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동안 록밴드들이 국악을 접목시킬 때 대부분 음악에 변화를 주려고 ‘양념’으로 국악을 빌려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고스트윈드는 록과 국악을 화학적으로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인 만큼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리더 유씨는 말한다. “함께 밴드를 꾸려갈 국악인을 섭외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팝송과 창을 섞어 웃음거리를 만드는 걸 봤는데, 국악인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막상 음악을 들어본 국악인들이 ‘들어보니 좋다’며 합류해주셨죠.” 유씨 본인도 안산시립국악단에서 타악기를 담당하고 있어 국악을 오용하는 것에 대한 국악계의 불신감을 잘 아는 터다. 2집에서 새로 합류한 왕해경씨와 김승우씨는 고스트윈드가 추구해나갈 방향에 공감해 동참한 이들이다. “음악은 물 흐르듯 시대 흐름에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메탈과 국악은 둘 다 강한 음악이어서 서로 묻히지 않고 잘 어울리죠.”(왕해경) “사실 메탈은 시끄러워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음악에서는 대금과 메탈이 잘 어울려요. 갓 쓰고 도포 입고 정적인 분위기에서 공연하다가 클럽에서 사람들이 방방 뛰며 좋아하는 걸 보면 신이 납니다.”(김승우)
멤버가 바뀌면서 음악적 색깔도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보컬 파트의 변신이다. 저음에 가까운 창을 선보였던 1집과 달리 2집에서는 왕해경씨의 힘차고 높은 보컬이 앞으로 나선다. 대금도 주 멜로디를 맡는 중요 악기로 등장한다. 타이틀곡 ‘코리안 로드’에서 이런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진노의 날〉(Dies Irae)을 리메이크한 ‘더 데이 오브 레스’는 국악과 양악, 클래식이 어우러지는 장중한 곡으로 밴드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보여주는 이 음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마음은 벌써 3집으로 가 있다. “좀더 다양한 국악 리듬을 개발하는 것, 국악 리듬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들을 수 있게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 그게 3집에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글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양념’ 아닌 화학적 결합으로 호평
1집보다 더 힘차고 높은 보컬
“국악 현대적 재해석이 3집 목표” 국악과 헤비메탈을 접목한 ‘국악록’을 한층 발전시킨 두번째 음반 〈코리안 로드〉를 들고 나온 고스트윈드와의 만남도 그들의 음악처럼 긴장감이 감돌았다. 독일 에센 국립음대에서 공부하고 고양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타악기 수석을 지내기도 한 리더 유근상(드럼)씨,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작업에 참여했고 여러 밴드에서 작곡을 해온 김병찬(기타)씨, 영국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했고 작곡 활동도 함께 해온 나훈주(베이스)씨,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 경력의 왕해경(보컬)씨, 경기국악제 대상 등 역시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닌 김승우(대금)씨. 국악과 메탈이 만난 음악이 뿜어내는 긴장감은 독특한 색깔과 경력을 지닌 고스트윈드 멤버들의 면면에서 나오고 있었다. “1집에 참여했던 멤버들 가운데 2집 작업을 함께 한 사람은 저와 김병찬씨뿐이에요. 다른 분들은 시끄러운 사운드에 대한 해석 등의 음악적 이견 등 때문에 길을 달리하게 됐어요.”(유근상) 고스트윈드의 1집 〈10,000 이어즈 어고…〉(2004)는 ‘국악록’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동안 록밴드들이 국악을 접목시킬 때 대부분 음악에 변화를 주려고 ‘양념’으로 국악을 빌려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고스트윈드는 록과 국악을 화학적으로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인 만큼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리더 유씨는 말한다. “함께 밴드를 꾸려갈 국악인을 섭외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팝송과 창을 섞어 웃음거리를 만드는 걸 봤는데, 국악인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막상 음악을 들어본 국악인들이 ‘들어보니 좋다’며 합류해주셨죠.” 유씨 본인도 안산시립국악단에서 타악기를 담당하고 있어 국악을 오용하는 것에 대한 국악계의 불신감을 잘 아는 터다. 2집에서 새로 합류한 왕해경씨와 김승우씨는 고스트윈드가 추구해나갈 방향에 공감해 동참한 이들이다. “음악은 물 흐르듯 시대 흐름에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메탈과 국악은 둘 다 강한 음악이어서 서로 묻히지 않고 잘 어울리죠.”(왕해경) “사실 메탈은 시끄러워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음악에서는 대금과 메탈이 잘 어울려요. 갓 쓰고 도포 입고 정적인 분위기에서 공연하다가 클럽에서 사람들이 방방 뛰며 좋아하는 걸 보면 신이 납니다.”(김승우)
멤버가 바뀌면서 음악적 색깔도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보컬 파트의 변신이다. 저음에 가까운 창을 선보였던 1집과 달리 2집에서는 왕해경씨의 힘차고 높은 보컬이 앞으로 나선다. 대금도 주 멜로디를 맡는 중요 악기로 등장한다. 타이틀곡 ‘코리안 로드’에서 이런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진노의 날〉(Dies Irae)을 리메이크한 ‘더 데이 오브 레스’는 국악과 양악, 클래식이 어우러지는 장중한 곡으로 밴드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보여주는 이 음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마음은 벌써 3집으로 가 있다. “좀더 다양한 국악 리듬을 개발하는 것, 국악 리듬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들을 수 있게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 그게 3집에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글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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