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전 조선시대 정승가 고부 옷 전시
광산 김씨 후손, 충북대 박물관에 기증
광산 김씨 후손, 충북대 박물관에 기증
300여 년 전 조선시대 정승 가의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만났다.
조선 영조 때 541대 한성부 판윤을 지낸 김원택(1683~1766)의 부인 청송 심씨(1683~1718)와 종부 한산 이씨(1712~1772), 셋째 전주 이씨(1722~1791) 등 두 며느리는 7일 충북대 박물관에서 열린 ‘한성 판윤 김원택 묘역 출토 복식 특별전’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기구한 운명의 이들 고부는 살아 생전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옷으로 만났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2003년 4월 청주 산남지구 개발 과정에서 출토돼 3년여의 보존 처리 끝에 선을 보인 이들의 옷가지에는 조선시대 명문 사대부의 고고함과 정갈함이 그대로 묻어 났다.
청주 목사, 한성부 판윤(지금의 서울시장)까지 오른 남편, 영의정을 지낸 아들의 영화를 보지 못하고 서른 다섯 나이에 스러져간 청송 심씨의 옷은 화려하다.
장옷, 저고리 등 평상복의 소매·깃·곁마기·고름에는 연꽃·매화·모란·인동초·포도 등 각기 다른 다양한 무늬가 수놓아져 있으며, 수의 가슴·등 부분에 금실로 ‘목숨 수(壽)’자가 새겨져 있다.
조선 중·후기 사대부 집안의 화려한 옷차림과 이른 나이에 부인을 저승으로 보내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산 이씨의 옷에서는 열 일곱의 나이에 홀로 된 뒤 50여 년을 수절하며, 맏며느리로 집안을 건사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누비 저고리·속곳·장옷 등 거의 모든 옷이 누비 옷이다.
심씨와 달리 이씨의 수의에는 구름 문양으로만 수를 놓아 저승에서는 구름을 탄 듯 가볍게 살라는 마음을 담았다. 가난한 가정에서 심씨의 셋째 아들 김상직(1716~1773)의 후처로 들어왔지만 40여 년을 해로 하며 세 여인 가운데 가장 행복한 생을 보낸 전주 이씨는 복을 겹친 듯 겹쳐진 옷이 많다. 당의·장옷·습의 모두 2~4겹 옷이다. 내년 2월28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은 김용은(77)씨 등 광산 김씨 후손들의 기증으로 이뤄지게 됐다. 김씨는 “조선시대 복식사 연구 등에 소중한 유물을 모두와 함께 나누려는 마음에서 기증하게 됐다”며 “전시에서나마 훌륭한 조상들이 한 데 모이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충북대 신영우 교수는 “옷마다 시대는 물론 옷을 입었던 부인들의 생활 자세가 묻어난다”며 “조선시대 복식, 생활 연구의 중요한 사료”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심씨와 달리 이씨의 수의에는 구름 문양으로만 수를 놓아 저승에서는 구름을 탄 듯 가볍게 살라는 마음을 담았다. 가난한 가정에서 심씨의 셋째 아들 김상직(1716~1773)의 후처로 들어왔지만 40여 년을 해로 하며 세 여인 가운데 가장 행복한 생을 보낸 전주 이씨는 복을 겹친 듯 겹쳐진 옷이 많다. 당의·장옷·습의 모두 2~4겹 옷이다. 내년 2월28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은 김용은(77)씨 등 광산 김씨 후손들의 기증으로 이뤄지게 됐다. 김씨는 “조선시대 복식사 연구 등에 소중한 유물을 모두와 함께 나누려는 마음에서 기증하게 됐다”며 “전시에서나마 훌륭한 조상들이 한 데 모이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충북대 신영우 교수는 “옷마다 시대는 물론 옷을 입었던 부인들의 생활 자세가 묻어난다”며 “조선시대 복식, 생활 연구의 중요한 사료”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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