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 이룬 아라시·고토 마키 이어 25일 윈즈 공연 벌써부터 팬 들썩
음반은 국내시장 침체로 부진, 본격 마케팅 때는 비중 커질듯
음반은 국내시장 침체로 부진, 본격 마케팅 때는 비중 커질듯
일본의 이른바 ‘아이돌’ 스타들이 잇따라 한국 공연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12일 요즘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대중 스타들 가운데 하나인 그룹 아라시의 첫 내한공연은 만원을 이루며 시끌벅적한 성공을 거뒀고, 이어 19일에는 솔로 가수 고토 마키의 콘서트도 성황리에 끝났다. 여기에 인기 댄스그룹 윈즈가 오는 25일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한국팬은 들썩이고 있다.
지난 2004년 일본 대중문화 4차 개방 이후 일본의 대중음악인 ‘제이팝’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상륙한 지 2년 가까이 지났다. 개방 직후 음반들이 대거 들어온데 이어 이제는 유명 가수들의 공연이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대한해협을 건너온 일본음악은 과연 어떤 반응을 얻고 있을까?
아라시, 연출의 힘 보여주며 공연 성공=아라시 콘서트는 입장권 1만2000장이 예매 시작 1시간 10분만에 매진되는 등 공연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은 특히 입장권 값이 구분없이 모두 8만8000원으로 책정돼서 눈길을 끌었는데, 아라시는 독특한 무대연출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표값이 똑같은 이유를 보여줬다.
아라시는 위 아래, 앞 뒤로 움직이는 특수 무대를 타고 이동하며 2층 관객석 코 앞까지 솟아 오르기도 했고, 움직이는 탈것으로 관객석 구석구석을 훑으며 춤추고 노래하는 등 관객들의 예상을 깨는 무대연출기술을 과시했다. 이번 무대 세트를 한국에 들여오는 데에만 1억엔(우리돈 8억원 가량)이 들어갔다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3000석을 가득 메운 한국 관객들은 10대들만이 아니었다. 중학생부터 30대 직장인까지 비교적 세대별로 고르게 보이는 아라시 한국팬들은 열정적으로 일본어 노래를 따라부르며 현란한 무대연출에 화답했다.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뿐 아라시가 국내에서 충성도 높은 팬들을 확실하게 거느리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공연 강세 음반판매로 이어질까?=아라시를 비롯한 일본 가수들의 한국 진출은 아직까지 공연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음반은 국내 음반시장이 거의 붕괴된 상황이라 크게 두드러지지는 못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음악의 국내 음반 시장 점유율을 5%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 음반사 포니캐년의 국내법인 포니캐년코리아에서 일본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김재형 대리는 “대중음악 개방 직후 유명 일본 가수들의 음반 출시가 봇물을 이루며 6개월 정도는 상승 곡선을 그렸으나 그 뒤로는 계속 침체기”라고 말했다.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은 박효신이 리메이크해 부른 <눈의 꽃> 원곡이 실린 나카시마 미카의 음반으로, 5만장 정도가 팔렸다. 다른 일본 음반들은 거의 판매가 지지부진한 편이다.
하지만 아라시처럼 거물급 그룹이 내한공연에 나서 국내 팬들을 제대로 ‘관리’해나가면 일본음악은 충분히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통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팬층이 젊고 충성도가 높은데다, 최근에는 케이블텔레비전에서 일본 인기가수들이 출연하는 일본 드라마 방영이 일반화되어 먼저 드라마로 가수를 접해 팬이 되는 경우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는 “아직까지 일본음악계가 한국시장 진출에 신중한 편이지만 중국 등 동아시아 시장 포석에 필수적인 한국 음악시장에 대한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일본음악 비중은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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