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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배우·가수로 재능 빛낸 80년대 ‘비’

등록 2006-11-26 17:19수정 2007-04-17 11:57

김정택 작곡의 ‘불티’와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가 수록된 〈’85 전영록 전속기념 앨범〉(1984년)
김정택 작곡의 ‘불티’와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가 수록된 〈’85 전영록 전속기념 앨범〉(1984년)
한국 팝의 사건·사고 60년 (76) 만능 연예인의 초상화, 전영록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재다능은 많은 연예인들의 꿈이었다. 이런 성공적인 ‘겸직’의 선례는 1980년대에도 있었는데, 다름 아닌 전영록이다. 요즘으로 치면 비(정지훈)에 빗댈 수 있으려나?

전영록의 부모와 전처로 이루어졌던 연예인 가계도는 너무도 유명하니 생략하자. 몇몇 드라마와, 영화 〈내 마음의 풍차〉(1976)로 시작한 그의 배우 인생은 1980년대 초까지 인기가도를 달렸다. 물론 가수로 먼저 출발했고 또 ‘애심’ 등이 인기를 얻었지만, 1980년대 전까지는 가수보다는 배우로서의 인지도가 좀 더 높은 편이었다. 특히 당시 ‘하이틴 스타’였던 임예진, 이덕화, 이승현과 함께 하이틴 영화에 단골로 동승하곤 했다. 이것은 1980년대가 되면 대학가의 낭만을 그린 청춘영화로 이어진다. 한 가지 부연하면, 배철수나 구창모 등 송골매 멤버들도 여러 편의 ‘캠퍼스 청춘영화’에 출연하면서 전영록과 함께 ‘청춘 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 그는 가수로서 상한가를 치게 된다. ‘종이학’(1982),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1983) 등 순정만화 같은 가사와, 속삭이는 듯한 가창으로 소녀팬덤을 형성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곧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이소룡 키드’임을 내세운 〈돌아이〉 시리즈의 강한 몸매와 액션이, ‘불티’와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의 이미지와 맞물렸다. 이 두 노래는 검은 가죽 재킷, 검은 선글라스에, 마이크를 잡고 다리를 흔들며 부르는 전영록표 포즈로 각인된 노래들이다. 사운드 면으로도 전영록의 이전 노래들보다 다소 강한 비트와 빠른 템포에 ‘뿜뿜거리는’ 관악 세션이 인상적이었다. 끝음절에서 음정을 ‘껄렁하게’ 내려뜨리는 창법과 특히 ‘불티’에서 헉헉거리는 숨소리는 전영록의 전매특허로 남아 있다. 참고로 그는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에서 ‘뉴웨이브 댄스’를 시도했다고 자평했다.

그렇다면 이 곡들은 누가 작곡했을까? 에스비에스 관현악단장 김정택이 그 주인공이다. 많은 악단장들이 그랬던 것처럼, 여러 ‘무대’를 누볐던 연주자이자 히트곡 작·편곡가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가 이런저런 ‘간증’에서 밝힌 작품 수는 (정확하든 아니든) 270여편이나 된다. 그중,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 현숙의 ‘정말로’ 같은 열창형 레퍼토리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역추적해 보면 밤을 화두로 한 야상곡도 많은데 (‘밤이면 밤마다’, ‘낮이나 밤이나’를 비롯해) 전영록의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와 ‘하얀 밤에’ 등이 있다.

전영록은 위의 두 노래 발표 직후, 가수로서 인기 정점에 올랐고, 그것은 몇 년 동안 이어졌다. 1985년 ‘그대 우나 봐’와 ‘내 사랑 울보’, 1987년 ‘이제 자야 하나 봐’와 ‘하얀 밤에’, 1988년 ‘저녁놀’과 ‘추억’ 등이 연속으로 히트한 것이다. 1980년대 후반이 되면, 가수보다는 작곡가로서 명성을 날리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이어갔다. 자신의 노래는 물론, 양수경의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 이은하의 ‘돌이키지마’, 김희애의 ‘나를 잊지 말아요’ 등 발라드류에 재능을 발휘했고, 김지애의 ‘얄미운 사람’ 같은 트로트까지 폭을 넓혔다.

최지선/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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