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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연인처럼 전해준 정성스런 선물

등록 2006-12-17 17:46

트로파노프
트로파노프
트로파노프 내한공연, 기획 선곡 통역 모두 돋보여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공연은 연주자의 열성과 관객의 호응이 잘 조화를 이룬 무대였다. 작지만 알찼다는 평가를 들은 이번 공연을 음악평론가 송기철씨가 살펴봤다.

올해 한국을 찾은 뮤지션들의 공연태도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 것 같다. 첫째, 개런티를 받은 만큼도 ‘못(안)한 경우’다. 일부 대형 오케스트라들은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무성의한 공연을 선보이고 떠나서 빈축을 샀고, 한국 팬들을 덜 존중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둘째는 ‘받는 만큼’만 하는 경우다. 별다른 얘기도 없이 음악만 쭉 연주하다 정해진 시간에 칼같이 끝내는 얌체 같은 경우다. 후한 앙코르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에게 이런 상황은 조금 당혹스럽다. 마지막으로는 ‘받은 것 이상’의 성의를 보여준 공연이다. 지난 12월 1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집시 바이올린 연주자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공연이 마지막 경우에 해당된다.

첫 내한이었지만, 그와 한국 관객 사이에는 어느 과자 광고의 카피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정(情)’이 떠올랐다. 트로파노프의 공연은 참으로 정성스러웠다. 한 곡씩 자상하게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좋아하는 사람에게 밤새 준비한 선물을 건네는 연인의 모습 같았다. 여기에 집시음악, 탱고, 영화음악, 가요를 넘나든 ‘한국형 선곡’은 시종일관 공연에 대한 흥미를 돋우며 관객들의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특히, 한국 팬들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는 조용필의 〈친구여〉를 연주할 때 공연장은 흐뭇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공연 내내 “메르시 보쿠”(정말 감사합니다)로 인사한 그의 얼굴에선 자신의 음악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해준 한국 팬들에 대한 보은이 느껴지기도 했다. 동시통역사를 준비해 트로파노프와 관객의 의사소통을 도운 공연기획사의 배려도 기분 좋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트로파노프와 관객은 두 시간 넘는 공연 내내 흐뭇한 교감을 나눴다.

한가지 아쉬운 건 관객들의 이른 박수였다. 집시음악은 드라마틱한 마무리가 매우 중요한데, 너무 일찍 터져나온 뜨거운 박수가 마지막 호흡을 빼앗아간 느낌이었다. 아무튼 이번 공연은 기획, 선곡, 통역 등 여러 면에서 귀감이 될 만했다. 특히 공연에 임하는 아티스트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또한 관객에 대한 정성스런 자세와 관객의 음악사랑이 함께 어우러질 때 감동이 배가된다는 것을 보여준 훈훈한 공연이었다.

송기철/음악평론가 jefbe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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