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가수 이덕진·이지연·강수지·동물원
80~90년대 청소년기 보낸 세대
음악계 새로운 소비자층 부상
이지연·강수지·동물원 등 참여한
콘서트·뮤지컬 뜨거운 열기
음악계 새로운 소비자층 부상
이지연·강수지·동물원 등 참여한
콘서트·뮤지컬 뜨거운 열기
새우깡 봉지를 들고 삼삼오오 모여 앉은 아줌마들의 얼굴이 소녀처럼 들떠있다. ‘테리우스’ 이덕진이 <내가 아는 한가지>를 부르며 여전히 긴 머리를 살짝 넘기자 아줌마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아줌마가 된 강수지가 <보랏빛 향기>를 부르며 추억의 ‘배춤’을 추자 이번에는 아저씨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지난 16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젊음의 행진-8090콘서트’에 온 30~40대 관객들은 십수년 전의 추억에 흠뻑 젖어들었다. 어느덧 ‘그 시절’을 떠올리는 세대가 된 것이다. 80년대와 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 8090세대가 음악계의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잠시 사회에 진출해 자리잡느라 즐겨 듣던 음악을 잊고 살던 이들이 다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열 준비가 된 데 맞춘 것이다.몇년 전부터 7080세대를 겨냥해 이들이 즐겨듣던 음악을 내세운 각종 음반이며 공연들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이제는 그 다음 세대인 8090세대로 내려가고 있다.
8090세대용 콘서트·뮤지컬 붐= 최근 열린 ‘추억의 동창회-프렌즈 80 콘서트’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공연에도 성공했고 홍보에서 특히 대성공을 거뒀다. <바람아 멈추어다오>로 80년대 후반 최고 인기를 누렸던 당시 ‘하이틴 스타’ 가수 이지연씨가 활동 중단 이후 처음으로 무대에 섰기 때문이었다. 그의 컴백 소식에 여러 방송프로그램이 달려들어 경쟁적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이씨의 근황을 궁금해했던 8090세대들의 호기심과 추억을 충족시켜주었다.
8090세대를 겨냥한 ‘주크박스 뮤지컬’(대중가요로 만든 뮤지컬)도 선보이고 있다. 당시 인기그룹 동물원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동물원>은 넥타이 부대들이 객석을 채워주는 덕분에 연장공연에 들어갔다. 이보다 앞서 공연을 시작한 주크박스 뮤지컬 <달고나>는 8090세대를 겨냥한 전략이 맞아떨어져 처음 소극장에서 시작했지만 호응이 좋아 대극장으로 옮겨갔을 정도다.
송승환씨가 운영하는 피엠시프로덕션은 한꺼번에 두개의 8090용 뮤지컬을 준비중이다. 80~90년대 만화 <영심이>를 각색하고 8090세대 음악을 넣어 만들고 있는 <젊음의 행진>을 내년 6월께 무대에 올릴 예정이며, 고 김광석씨의 노래를 주제로 한 뮤지컬도 함께 기획중이다.
조용필과 서태지 사이, 그리고 ‘젊음의 행진’= 8090 음악의 특징은? 대중음악평론가 신현준씨는 “조용필과 서태지 사이”라고 요약한다. 당시 인기 가수들은 조용필 시대 가수들처럼 밑바닥 밤무대에서부터 고생하지 않아도 됐다. 그렇다고 서태지 이후의 아이돌 스타들처럼 댄스 음악으로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80년대 컬러텔레비전 보급으로 ‘비디오형’ 가수 시대가 되면서 잘생기고 예쁘장한 외모로 이전 세대 가수들보다는 비교적 쉽게 주목을 받았다.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을 추구한 것도 특징이다. 또한 음악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음반사가 생기면서 스타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고, 대기업이 음악산업에 진출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이 시기를 상징하는 열쇳말은 당시 젊은 세대용 오락프로그램으로 1981~1994년 동안 한국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젊음의 행진’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제 추억이 됐다.
음악 업계에서는 경제력있는 30~40대가 추억을 소비함과 동시에 새로운 음악도 소비해 침체된 음악 산업에 활력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준흠씨는 “사람들이 예전의 음악만 향유하고 안주하는 인식을 바꿔 예전의 스타들이 계속 창작을 할 수 있게 호응하면 음악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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