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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연말연시 문화재 전시 “여기요 여기”

등록 2006-12-26 21:07수정 2006-12-26 21:09

‘영산회상도’
‘영산회상도’
돼지문화유산전·야나기 무네요시전·청계천발굴특별전…
색즉시공? 부처님의 맑은 눈빛이 어스름한 공간을 가로지른다. 300여년 전 때깔 빠진 낡은 화폭 속의 형상은 흐릿해졌지만 구원발심을 담은 그 형형한 눈빛은 지금도 관객의 시선을 죽비처럼 깨운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 2층 불화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 부처 그림은 부처가 인도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담았다. 이름하여 ‘영산회상도’(사진)다. 미국 시애틀 미술관 소장품으로 지난해 보존처리를 위해 잠시 들어왔다. 부처를 둘러싼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현 보살과 제자들, 험상궂은 사천왕 등이 비치는 각양각색 표정과 특유의 푸른 빛 화면은 감상의 매혹이다. 내년 돌아갈 이 불화는 1월21일까지 전시된다. 옆방에는 통도사에서 가져온 12m짜리 대형 불화의 꽃든 거인 부처님이 기다린다.

회화실에는 청록 안료로 그린 조선시대 ‘청록산수화’15점이 걸렸다. 신라왕 김알지의 고사를 그린 17세기 조속의 그림 〈금궤도〉는 중국풍으로 그려진 인물들보다 담백하고 투명한 색감을 띤 배경 속의 산하풍경이 더욱 아련하다. 아찔한 도화꽃밭 환각 속으로 초대하는 안중식의 〈도원행주도〉와 대가 이징의 것으로 전하는 산수풍경, 신윤복이 그렸다는 남녀의 알싸한 밀회 장면도 있다. 전남 신안 원나라 보물선에 나온 중국 용천가마 청자들의 묵직한 비취빛을 볼 수 있는 용천청자전(3층 신안실), 오색 빛 비단벌레 날개로 꾸민 신라의 말갖춤 등이 나오는 ‘비단벌레의 나라’전(고고관)도 곁들여졌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 내부 동향과 전쟁 준비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는 국립진주박물관 사료전 ‘임진왜란 중의 일본’(내년 2월25일까지)과 악기 켜는 토우 등 신라의 소리 유물들을 간추린 국립경주박물관 기획전(내년 1월7일까지)도 솔깃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돼지띠 새해를 맺아 돼지 문화유산 특별전(내년 2월26일까지)을 마련했다. 신라 무덤 둘레돌에 새겨진 십이지 돼지상, 고려 석관, 조선시대 행사용 깃발 등에 숨은 옛 돼지들이 나왔다. 전통의상 인형으로 궁중의례를 재현한 특별전이 감상의 별미로 덧붙여졌다. 광화문 사거리 일민미술관은 일제시대 광화문 철거를 반대했던 일본 민예사상가 야나기 무네요시 애장품 전(내년 1월28일까지·02-2020-2061)으로 손짓한다. 20세기초 민화·백자수집의 일가를 이룬 그는 깨지고 모난 서민 백자와 손때 묻은 민중 공예품을 좋아했다. 진사호작문 항아리 등의 백자들과 대나무 연상, 돌냄비, 오석그릇 등의 희귀 수집품들이며, 우리 것과 또다른 해학미와 생활감정이 깃든 일본의 다기와 칠기 , 오쓰에(민화) 등도 눈맛을 돋운다. 내친 김에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02-724-0142)의 ‘청계천발굴특별전’(2월4일까지)과 신상정씨의 기증 유물 특별전(2월18일까지)을 같이 볼 수도 있다.

서울 도심 외곽 박물관들은 숨은 명품잔치가 한창이다. 예술의전당 서예관은 명필 추사 김정희의 추사체 변천 과정과 다기한 학문세계를 여러 희귀 사료들을 정리한 ‘추사 문자반야’전(내년 2월25일까지·02-580-1475)을 열어 올해 추사 서거 150주기의 의미를 갈무리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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