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솔로음반 낸 신해철
8년만에 솔로음반 낸 신해철
신해철(39)이 돌아왔다. ‘재즈’와 함께.
24일 늦은 저녁, 8년 만에 재즈 솔로음반을 내는 신해철을 사무실에서 만났다.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어딘지 코믹해 ‘마왕’이란 별명이 잘 어울리는 그는 사무실도 기묘하게 꾸며놓았다. 한쪽 벽이 책으로 가득해 “학구적인 분위기”라고 했더니 “최대한 룸살롱처럼 꾸몄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러고보니 맞은편 벽에는 은은한 조명 아래 각종 술들이 얌전히 전시되어 있었다. 신해철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가 더해지니 영락없는 술집이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잡지 하나가 눈길을 끈다. 룸살롱에는 어울리지 않을 재즈 전문잡지다.
‘신해철이 재즈를 한다’는 소식이 대중에게나 재즈음악계에게나 관심거리인 모양이다. 그는 새 음반 <더 송스 포 더 원>에 ‘문 리버’ ‘마이 웨이’ 같은 익숙한 팝송과 ‘하숙생’ ‘장미’ 같은 친숙한 가요를 재즈로 편곡해 실었다. 창작곡 ‘땡큐 앤드 아이 러브 유’와 2집 수록곡 ‘재즈카페’도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수많은 뮤지션들이 거쳤던 유명한 노래들이다.
익숙한 팝송·가요 편곡해 담아…“가볍게 하려했는데 부담됐어요”
“별로 재즈란 생각도 안 하고 작업했어요. 난해한 재즈를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으니까요. 록에서 골머리를 썩이다보니 다른 장르에서는 가벼운 걸 찾게 됩니다. 마일스 데이비스 노래 중에서도 <카인드 오브 블루> 정도를 즐겨 들어요. 그런데 막상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곡들을 소화하려니까 힘들고 부담이 가는 거예요.”
대중음악을 하던 뮤지션들이 재즈를 할 때 흔히 고르는 ‘퓨전 재즈 창작곡’ 대신 그는 ‘스윙 재즈 스탠더드 넘버’를 골랐다. 음반 작업은 호주에서 28인조 빅밴드와 함께 했다. “우리나라에서 재즈는 확실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고 충성스런 팬들도 많이 거느리고 있지만 일정 영역에 한정돼 시장이 묶여 있어요.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실력 있는 솔로이스트들이 많이 나왔지만 빅 밴드 규모의 대형작업을 할 여건은 아직 안 됩니다. 국내에서 녹음하고 싶었지만 국내 대중음악의 최대 약점인 금관 부문 때문에 호주에서 녹음했어요.”
덕분에 음반 전체에는 스물여덟겹의 입체감 있는 풍부한 소리가 감돌고, 여기에 신해철의 중저음 보컬이 어우러진다. “보컬에는 제 실력의 150%를 담았습니다. 제가 (데뷔 시절) 처음 밴드에서 가위바위보에 져서 보컬을 맡았잖아요. 중저음을 타고났는데 이 목소리로 하늘을 찌르는 메틀을 했으니…. 어머니가 ‘니 노래 듣고 있으면 왜 이렇게 힘이 드냐’고 하셨어요. 이번에는 음반 들어본 후배들이 재즈 보컬로 전업하라고도 하던데요.”(웃음)
28인조 호주 밴드와 작업…“음악하려면 뚝심으로 개겨야” 그가 무한궤도로 1988년 데뷔한 이래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발라드, 프로그레시브 록,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를 탐닉했고 지난해에는 사이렌엔터테인먼트를 세워 직접 음반 제작·기획에도 나섰다. 음악에 대한 나름대로의 혜안이 생기지 않았을까. “음악하는 데는 혜안보다는 뚝심이 필요해요. ‘어떻게 되든지 나는 내 일을 한다’는, 말하자면 ‘개기는’ 거죠. 넥스트가 70인조 오케스트라 끌어오고, 이번 음반에 28인조 빅 밴드가 참여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너무 영악해도, 너무 띨띨해도 음악 못합니다. 너무 영악하면 이것저것 재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띨띨하면 단물만 다 빨린 채 음악할 수 있는 기반을 잃어버리죠. 저요? 저는 충분히 띨띨하다고 할 수 있어요.”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28인조 호주 밴드와 작업…“음악하려면 뚝심으로 개겨야” 그가 무한궤도로 1988년 데뷔한 이래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발라드, 프로그레시브 록,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를 탐닉했고 지난해에는 사이렌엔터테인먼트를 세워 직접 음반 제작·기획에도 나섰다. 음악에 대한 나름대로의 혜안이 생기지 않았을까. “음악하는 데는 혜안보다는 뚝심이 필요해요. ‘어떻게 되든지 나는 내 일을 한다’는, 말하자면 ‘개기는’ 거죠. 넥스트가 70인조 오케스트라 끌어오고, 이번 음반에 28인조 빅 밴드가 참여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너무 영악해도, 너무 띨띨해도 음악 못합니다. 너무 영악하면 이것저것 재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띨띨하면 단물만 다 빨린 채 음악할 수 있는 기반을 잃어버리죠. 저요? 저는 충분히 띨띨하다고 할 수 있어요.”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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