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온
재즈 가수 웅산-힙합 기수 가리온
윤복희에서 쏘냐와 옥주현 그리고 SES의 유진, 김종서에 이르기까지 대중가수의 뮤지컬 도전은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음악 프로그램이 줄고, 음반 시장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자신의 노래실력과 끼를 한껏 드러낼 수 있는 장르가 뮤지컬 말고 또 있을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재즈와 힙합을 대표하는 실력파 가수가 줄줄이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은 뜻밖이다. 열일곱살 때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려다 3년 만에 “음악을 포기할 수 없어서” 산에서 내려온 웅산, 국내에 힙합이라는 장르가 태동하기 시작한 1997년부터 힙합 한우물을 파온 가리온이기에 더욱 당황스럽다. 왜 이들은 뮤지컬에 뛰어들었을까.
<하드락카페> 엘리자베스 킴, 웅산 “재즈의 정신이 자유와 도전, 실험이잖아요. 노래만으로 곡의 감수성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웅산(김은영·35)에게서 외모만큼이나 시원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되게 하고 싶어서 겁없이 시작했는데, 뮤지컬을 하면서 노래를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터특하게 됐어요. 좋은 목청을 가졌어도, 노래를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프로가수라 할 수 없잖아요.”
평소 뮤지컬에 관심이 있긴 했지만, 그의 뮤지컬 데뷔는 우연찮게 이뤄졌다. 지난해 친분이 있는 뮤지컬 배우 서범석, <풀몬티>에 출연 중인 개그맨 정준하와의 식사 자리에서 “뮤지컬을 해보라”는 제안이 나왔고, 그렇게 선택한 작품이 10년째 소극장 무대에서 창작뮤지컬로 꾸준히 인기를 끌어온 <하드락카페>다.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 중이다(2월16일까지). 10년째 클럽을 대표하는 가수였지만, 젊은 여가수에게 그 자리를 내줘야 하는 비운의 여인 엘리자베스 킴 역을 위해 지난 연말 예정된 아시아투어도 미뤘다. “가수 역할이어서 괜찮을 것이라고 했는데, 공연이 계속될수록 역시나 어색한 연기력에 시련을 맛보고 있어요.”
뮤지컬 배우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지만, 그는 11년째 국내와 일본에서 활동하는 재즈가수이면서 가수들의 노래 선생으로 유명하다. 2003년과 2005년에는 <러브레터스>와 <더 블루스>라는 두 장의 앨범을 냈다. 재즈가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인 탓에 앨범이 베스트셀러까지 되지는 못했다. “뮤지컬 출연을 결심하는데 음반시장의 위축 같은 것은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어요.”
뮤지컬에 뛰어든 지 석달, 그는 점점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기회만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 출연을 하고 싶어요. 기왕이면 활달한 성격에 맞게 밝고 통통 튀는 역할로요.” 첫 단추는 ‘호기심’으로 꿰었지만, 이제는 욕심이 생겼다. ‘가수 웅산’을 버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올 4월 낼 3집에서 팝에 도전한다. “제 법명이 ‘웅산’인데, 말 그대로 큰 산이 되라고 스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제 소리가 모든 산까지 울리고, 외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산 같은 휴식처가 되라는 뜻으로요. 재즈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래퍼스 파라다이스> 투팍과 비아이지, 엠씨메타와 나찰 “작년 말 제작사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2집 앨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았어요.”(메타) “연기랑 춤을 해보는게 랩을 할 때 감성표현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았어요. 국내에서 힙합 뮤지컬이 처음으로 제작되는데, 관심도 가고 스스로 책임감도 느껴보고 싶었고요.”(나찰)
미국의 전설적인 래퍼 투팍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뮤지컬로 제작돼 3월부터 공연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주인공이 되느냐였다. 힙합계의 전설로 통하는 투팍과 비아이지의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연기력 외에 뛰어난 랩솜씨가 뒷받침되는 인물이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선택된 이가 1998년 엠씨메타(이재현·37)과 나찰(정현일·31)가 결성한 뒤 홍대 앞을 중심으로 주로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활약한 가리온이다. 드렁큰타이거, 김진표 같은 힙합 뮤지션들이 큰형님으로 따른다. 텔레비전 음악 방송에 출연한 적은 없지만 “한국적 힙합을 하고 싶어” 우리말로만 된 랩을 고집해온 가리온은 늘 골수팬을 몰고 다닌다.
뮤지컬 한편 본 적 없고, 힙합이 전부였던 이들이 뮤지컬 출연을 결심하는데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구과 ‘힙합 대중화’라는 목표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뮤지션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중 속에 힙합이 더 많이 수용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뮤지컬이라는 또하나의 종합예술 안에서 힙합이 맛있는 음식으로 차려진다면 힙합 대중화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봤고요.”(메타)
금전적인 문제는 작용하지 않았을까. “물론 돈도 벌어야죠”라는 메타의 답변이 돌아왔다. 가리온의 팬이라면 실망할 만한 대답이다. 하지만 그가 대학원에 다니던 2년반 동안 학교 안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2004년 1집 앨범을 내고도 신촌 연대 세브란스병원에서 1년6개월간 주차요원으로 일했다는 사실을 아는 팬은 많지 않다. 실제로 가리온의 경제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메타는 “팬들은 우리가 돈과 상관 없이 힙합 음악을 하기를 바랄 것이고, 그래서 보컬에다 사랑얘기를 넣은 <그날 이후> 싱글 앨범이 나왔을 때 ‘돈 벌려고 이런 음악을 하는구나’ 하는 반응을 쏟아내기도 했다”며 “뮤지컬 출연이 돈 문제를 떠나 가리온이 힙합 안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팀의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나찰은 “실존인물인 투팍과 비기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려내야 한다는 점과 뮤지컬 출연 자체로 우리에게 실망한 팬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리온은 3월께 2집 음반을 낸다. “데뷔 10년차인데 정규앨범이 한장 밖에 없어요.(웃음) 그 사이 <그날 이후>와 <무투> 2장의 싱글 앨범을 냈기 때문에 3월에는 꼭 앨범이 나와야 해요.”(메타) “죽을 때까지 힙합을 할 것이기 때문에 죽기 직전까지 힙합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거예요. 다른 뮤지컬 출연 기회가 있다면 또 할 것이고요.”(나찰) 가리온, 힙합영웅 투팍과 비아이지가 되다 ‘래퍼스 파라다이스’의 가리온 2인조 언더 최고수 ‘힙합 저변 넓히자’ 새로운 도전 미국의 전설적인 래퍼인 ‘투팍’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힙합 뮤지컬 〈래퍼스 파라다이스〉가 만들어진다는 게 힙합계에 알려졌을 때 국내 힙하퍼들의 관심사는 역시 누가 주인공이 되느냐였다. 힙합계의 전설로 통하는 투팍과 비아이지의 배역을 소화하자면 연기력 외에 뛰어난 랩 솜씨가 뒷받침되는 인물이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또는 당연히 선택된 이가 힙합 듀오 가리온이다. ‘엠씨메타’(이재현·37)와 ‘나찰’(정현일·31)이 98년 결성한 가리온은 홍대 앞을 중심으로 주로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활약하며 힙합계 최고수로 꼽혀왔다. 드렁큰타이거, 김진표 같은 힙합 뮤지션들이 큰형님으로 따른다. “지난해 말 제안을 받았어요. 2집 음반을 만들고 있었는데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아서 해보자고 했죠.”(메타) “연기랑 춤을 해보는 게 랩을 할 때 감성 표현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고, 국내에서 힙합 뮤지컬이 처음으로 제작된다니 관심이 생긴 거죠.”(나찰) 가리온이 팬들의 예상을 깨고 뮤지컬 출연을 결심한 데에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구과 ‘힙합 대중화’라는 목표 때문이다. 나찰은 “실존인물인 투팍과 비기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려내야 한다는 점과 뮤지컬 출연 자체로 우리에게 실망한 팬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수 팬들에게는 3월께 나오는 2집 음반이 데뷔 10년째 정규 음반 한장뿐이었던 아쉬움을 씻어줄 듯하다. 웅산, 하드락카페의 엘리자베스로 ‘하드락카페’의 웅산 연기 벽 실감하지만 하면 할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
“재즈 정신이 도전과 실험이잖아요. 노래만으로 곡의 감수성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가수들의 노래 선생’으로 유명한 웅산(본명 김은영·35)도 노래에 관해선 역시 언제나 배울 수밖에 없나 보다. “뮤지컬을 하면서 노래를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고 하니.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뮤지컬에 데뷔하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까웠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 서범석씨와 개그맨 정준하씨와 식사를 하다가 “뮤지컬을 해보라”는 제안이 나온 것이 계기였다. 웅산의 호기심이 발동했고, 서범석씨가 다리를 놓아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 중인 〈하드락카페〉에 나오게 됐다. 웅산이 맡은 엘리자베스 킴 역은 10년째 클럽을 대표하다가 젊은 여가수에게 그 자리를 내줘야 하는 비운의 여인이다. 이 공연을 위해 웅산은 지난해 연말로 잡았던 아시아투어도 미뤘다. “가수 역이어서 괜찮을 것이라고 했는데, 공연이 계속될수록 역시나 어색한 연기력에 시련을 맛보고 있다”고 웃는다.
하지만 동시에 할수록 뮤지컬에 빠져들면서 의욕도 생긴다. 다음번에는 활달한 성격에 맞게 밝고 통통 튀는 배역에 도전해보고 싶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뮤지컬로? 물론 아니다. 올봄에 3집으로 팬을 만난다. 이번에는 재즈가 아니라 팝이란 점도 흥미롭다. “제 소리가 모든 산까지 울리면 좋겠어요. 외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산 같은 휴식처가 되라는 뜻으로요.” 큰 산이 되라고 받은 법명 ‘웅산’에 걸맞아 보이는 포부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서울뮤지컬컴퍼니·소나기아츠 제공
‘래퍼스 파라다이스’는
두 힙합 전설의 삶과 죽음 가리온이 출연해 3월 무대에 오르는 〈래퍼스 파라다이스〉는 1990년대 힙합을 세계적인 음악으로 만든 주역들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소재로 했다. 90년대 미국 힙합의 전설로 추앙받는 서부 래퍼 ‘투팍 아마루 사커’(1971~1996)와 동부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1972~1997)와 삶과 죽음을 그린다. 정작 미국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먼저 창작 뮤지컬로 만드는 작품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투팍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이야기는 지금도 힙합 팬들에겐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한때 친구였던 두 사람은 미국 힙합계가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반목하면서 사이가 벌어진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와 퍼프 대디가 주축인 동부 힙합, 그리고 투팍과 엠시해머 군단이 모인 서부 힙합은 서로 힙합의 원조를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결국 갱단을 동원한 총격전까지 벌어졌고, 96년 투팍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6개월 뒤에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도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사건 경위가 애매하고 팬들의 의심이 보태져 두 스타의 죽음은 많은 의문과 논쟁을 남겼다. 퍼프 대디의 히트곡 〈아일 비 미싱 유〉는 바로 이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를 추모한 노래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는 오히려 절대 뮤지컬로 못 만들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런 데서 자유롭고 또한 힙합 팬이 두터운 편인 우리나라에서 먼저 뮤지컬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죽음 이후 미국에서는 닥터드레, 우탱클랜, 사이프레스 힐 등이 앞장서서 동서부의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진영간 교류가 늘고 한 무대에 서기도 하면서 뮤지컬 제목처럼 ‘래퍼스 파라다이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김미영 기자
금전적인 문제는 작용하지 않았을까. “물론 돈도 벌어야죠”라는 메타의 답변이 돌아왔다. 가리온의 팬이라면 실망할 만한 대답이다. 하지만 그가 대학원에 다니던 2년반 동안 학교 안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2004년 1집 앨범을 내고도 신촌 연대 세브란스병원에서 1년6개월간 주차요원으로 일했다는 사실을 아는 팬은 많지 않다. 실제로 가리온의 경제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메타는 “팬들은 우리가 돈과 상관 없이 힙합 음악을 하기를 바랄 것이고, 그래서 보컬에다 사랑얘기를 넣은 <그날 이후> 싱글 앨범이 나왔을 때 ‘돈 벌려고 이런 음악을 하는구나’ 하는 반응을 쏟아내기도 했다”며 “뮤지컬 출연이 돈 문제를 떠나 가리온이 힙합 안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팀의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나찰은 “실존인물인 투팍과 비기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려내야 한다는 점과 뮤지컬 출연 자체로 우리에게 실망한 팬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리온은 3월께 2집 음반을 낸다. “데뷔 10년차인데 정규앨범이 한장 밖에 없어요.(웃음) 그 사이 <그날 이후>와 <무투> 2장의 싱글 앨범을 냈기 때문에 3월에는 꼭 앨범이 나와야 해요.”(메타) “죽을 때까지 힙합을 할 것이기 때문에 죽기 직전까지 힙합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거예요. 다른 뮤지컬 출연 기회가 있다면 또 할 것이고요.”(나찰) 가리온, 힙합영웅 투팍과 비아이지가 되다 ‘래퍼스 파라다이스’의 가리온 2인조 언더 최고수 ‘힙합 저변 넓히자’ 새로운 도전 미국의 전설적인 래퍼인 ‘투팍’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힙합 뮤지컬 〈래퍼스 파라다이스〉가 만들어진다는 게 힙합계에 알려졌을 때 국내 힙하퍼들의 관심사는 역시 누가 주인공이 되느냐였다. 힙합계의 전설로 통하는 투팍과 비아이지의 배역을 소화하자면 연기력 외에 뛰어난 랩 솜씨가 뒷받침되는 인물이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또는 당연히 선택된 이가 힙합 듀오 가리온이다. ‘엠씨메타’(이재현·37)와 ‘나찰’(정현일·31)이 98년 결성한 가리온은 홍대 앞을 중심으로 주로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활약하며 힙합계 최고수로 꼽혀왔다. 드렁큰타이거, 김진표 같은 힙합 뮤지션들이 큰형님으로 따른다. “지난해 말 제안을 받았어요. 2집 음반을 만들고 있었는데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아서 해보자고 했죠.”(메타) “연기랑 춤을 해보는 게 랩을 할 때 감성 표현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고, 국내에서 힙합 뮤지컬이 처음으로 제작된다니 관심이 생긴 거죠.”(나찰) 가리온이 팬들의 예상을 깨고 뮤지컬 출연을 결심한 데에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구과 ‘힙합 대중화’라는 목표 때문이다. 나찰은 “실존인물인 투팍과 비기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려내야 한다는 점과 뮤지컬 출연 자체로 우리에게 실망한 팬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수 팬들에게는 3월께 나오는 2집 음반이 데뷔 10년째 정규 음반 한장뿐이었던 아쉬움을 씻어줄 듯하다. 웅산, 하드락카페의 엘리자베스로 ‘하드락카페’의 웅산 연기 벽 실감하지만 하면 할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
웅산
‘래퍼스 파라다이스’는
두 힙합 전설의 삶과 죽음 가리온이 출연해 3월 무대에 오르는 〈래퍼스 파라다이스〉는 1990년대 힙합을 세계적인 음악으로 만든 주역들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소재로 했다. 90년대 미국 힙합의 전설로 추앙받는 서부 래퍼 ‘투팍 아마루 사커’(1971~1996)와 동부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1972~1997)와 삶과 죽음을 그린다. 정작 미국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먼저 창작 뮤지컬로 만드는 작품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투팍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이야기는 지금도 힙합 팬들에겐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한때 친구였던 두 사람은 미국 힙합계가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반목하면서 사이가 벌어진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와 퍼프 대디가 주축인 동부 힙합, 그리고 투팍과 엠시해머 군단이 모인 서부 힙합은 서로 힙합의 원조를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결국 갱단을 동원한 총격전까지 벌어졌고, 96년 투팍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6개월 뒤에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도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사건 경위가 애매하고 팬들의 의심이 보태져 두 스타의 죽음은 많은 의문과 논쟁을 남겼다. 퍼프 대디의 히트곡 〈아일 비 미싱 유〉는 바로 이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를 추모한 노래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는 오히려 절대 뮤지컬로 못 만들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런 데서 자유롭고 또한 힙합 팬이 두터운 편인 우리나라에서 먼저 뮤지컬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죽음 이후 미국에서는 닥터드레, 우탱클랜, 사이프레스 힐 등이 앞장서서 동서부의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진영간 교류가 늘고 한 무대에 서기도 하면서 뮤지컬 제목처럼 ‘래퍼스 파라다이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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