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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리뷰] 무술 고수가 겨루기하듯

등록 2007-02-04 22:37

미샤 마이스키 첼로독주회
미샤 마이스키 첼로독주회
미샤 마이스키 첼로독주회
어렸을 적 본 무술영화의 고수들은 정말 멋있었다. 동작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마치 춤을 추는 듯했고 제자들에게는 늘 알아듣기 힘든 화두를 던져 가르침을 주곤 했다. 그리고 그 자신도 답을 찾거나 하러 길을 떠났었다. 2월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미샤 마이스키 첼로 독주회’에서 미샤 마이스키와 세르지오 티엠포의 연주는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두 명의 무사가 벌인 대련 장면들을 연상시켰다.

부드러움과 자유로움을 지닌 연륜 있는 첼리스트와 힘과 감각이 뛰어난 젊은 피아니스트는 무대 위에서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내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했다가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청자로 하여금 다양하고도 폭넓은 음악적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첫 곡으로 연주된 베토벤의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에게는”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서 독주자는 곡의 제목처럼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의 심리 변화를 각각의 변주를 통해 표현해 내었는데 그가 지닌 감정과 표현력의 다양함은 인상적이었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계속됐는데 악보에서 요구되는 강약과 템포와는 많이 다른 연주였다. 마치 새로운 곡을 듣는 듯했다.

이렇듯 마이스키의 연주는 호흡이나 해석 면에서 무척 자유분방한 편인데 티엠포는 뛰어난 음악적 감성과 순발력으로 때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보이는 솔리스트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냈다. 또 솔로 소나타 연주에서 솔로와 반주는 대부분 주종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피아니스트는 리드당하지 않으면서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고, 솔로를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았다.

이러한 관계는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에서 더욱더 그 진가를 보여주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격정적 진행과 두 악기간의 팽팽한 긴장의 부분에서 악기간의 교감과 음악적 어울림이 돋보이는 서정적 부분으로의 전환은 압권이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티엠포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미샤 마이스키와 그와 필적한 관계를 일궈낸 세르지오 티엠포는 듣는 사람들에게 2중주의 새로운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고 동시에 자유롭고 개성 있는 연주란 무엇이며 연주자의 음악적 해석의 자유는 어느 정도까지인가 라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왕치선 클래식평론가/ queenw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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