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최대의 종합전시관인 이페마에서 14일부터 공개된 스페인 아르코아트페어 본전시 현장. 국제미술장터인 견본시의 상업적 성격에 비엔날레의 실험적 특징을 함께 갖추려는 주최쪽의 야심찬 시도가 두드러졌다.
‘아르코 아트페어’ 본전시
특별전엔 젊은 작가들 엽기 설치 영상
실험성과 상업성 두 마리 토끼 자본과 예술을 ‘찰떡 궁합’으로! 아시아·라틴 미술품 장터를 독점하라! 한국을 주빈국 삼아 국내 미술계 사상 최대규모의 해외 기획전시 마당을 차려준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의 속내는 명확했다. 15일 공식개막에 앞서 14일 오전부터 마드리드의 대형 전시장 이페마에서 전문가, 언론에 공개된 국제 미술장터의 본전시 곳곳에 실험성과 상업성을 같이 움켜쥐려는 야심이 번뜩거린다. 오전 기자회견을 연 조직위원장 루데스 페르난데스는 “우리는 떠오르는 예술을 다룬다”는 말을 거듭 되풀이했다. 유럽, 아시아, 미주 등에서 온 화랑 271곳의 부스들로 메워진 본전시의 특징은 비엔날레를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전시장 특별전의 주역은 아시아, 유럽의 젊은 작가 일색. 아트페어의 거래감이 아니었던 엽기식의 설치 영상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정체성을 상징하는 특별전 블랙박스 공간은 스위스, 스페인, 영국 영상 작가들의 비디오설치, 관객과 교감하는 쌍방향 작업들이 메웠다. 중남미, 중국 등지의 화랑을 통해 끄집어낸 청년 작가들의 역동작업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전도 선보였다. 검은빛의 대형 특설 상자 전시실을 놓은 블랙박스 전은 남극해를 항해하는 배 위에서 인물들의 기념비적인 동작을 주목한 미레야 미소, 할리우드와 프랑스 로코코 건축 공간을 비교분석한 빅토르 버긴의 영상물 등이 등장했다. 일상적 시선의 경계를 헤집고 나오는 작품들이다. 조직위는 11군데 영상 전시 공간을 작가가 소속된 영국, 스위스 등지의 소장 화랑들이 같이 꾸리는 독특한 설치 형식을 지향했다. 또 ‘아시아의 지도’를 주제로 한 아트포럼도 같이 열려 담론, 실험성을 겸비한 명품 아트페어라는 인식을 보여주려 애쓰는 모습이 뚜렷했다. 기획자 김홍희씨는 “2000년대 이래 매년 급증세를 보이는 세계 미술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권력장으로 떠오른 아트페어가 비영리 미술전인 비엔날레의 정통적 권위까지 흡수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비엔날레, 아트페어간 치열해진 경쟁을 고려한 특화 전략도 도드라졌다. 스위스, 미국의 일급 화랑 대신 스페인, 중남미 화랑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고, 미국화랑들도 대다수가 중남미 히스패닉 계열의 작품들을 들고 나왔다. 루데스 조직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을 주빈국으로 지정해 라틴 미술시장을 선도하고, 일본, 중국 미술시장 소개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조직위쪽과 알력을 빚은 국내 화랑들의 경우 대부분 젊은 작가 중심의 출품작 세대교체를 본격화했다. 정연두씨의 인물사진 연작, 권기수씨 동구리 캐릭터, 김홍석씨의 당나귀 조형물, 지용호씨의 폐타이어조각 등이 눈길을 모았다. 정연두, 박성희, 최우람, 박준범씨는 미국, 스페인 등 외국화랑에도 작품들이 나왔다. 아라리오나 갤러리 현대 등의 주요 화랑 부스마다 유럽 컬렉터들이 찾아와 작품 정보를 묻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트페어의 비엔날레화에 대응할만한 청년작가들의 작품 콘텐츠 경쟁력은 미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편 주최쪽은 14일 국제적인 우수컬렉터들에게 주는 ‘아르코 컬렉팅 어워드’를, 올해의 국제 컬렉터상 수상 기관으로 뽑힌 삼성미술관 리움 홍라영 부관장에게 시상했다. 스페인을 국빈방문한 노무현 대통령과 카를로스 국왕 내외도 이날 오후 한국 화랑 출품작들을 살펴보았다.
마드리드/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실험성과 상업성 두 마리 토끼 자본과 예술을 ‘찰떡 궁합’으로! 아시아·라틴 미술품 장터를 독점하라! 한국을 주빈국 삼아 국내 미술계 사상 최대규모의 해외 기획전시 마당을 차려준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의 속내는 명확했다. 15일 공식개막에 앞서 14일 오전부터 마드리드의 대형 전시장 이페마에서 전문가, 언론에 공개된 국제 미술장터의 본전시 곳곳에 실험성과 상업성을 같이 움켜쥐려는 야심이 번뜩거린다. 오전 기자회견을 연 조직위원장 루데스 페르난데스는 “우리는 떠오르는 예술을 다룬다”는 말을 거듭 되풀이했다. 유럽, 아시아, 미주 등에서 온 화랑 271곳의 부스들로 메워진 본전시의 특징은 비엔날레를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전시장 특별전의 주역은 아시아, 유럽의 젊은 작가 일색. 아트페어의 거래감이 아니었던 엽기식의 설치 영상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정체성을 상징하는 특별전 블랙박스 공간은 스위스, 스페인, 영국 영상 작가들의 비디오설치, 관객과 교감하는 쌍방향 작업들이 메웠다. 중남미, 중국 등지의 화랑을 통해 끄집어낸 청년 작가들의 역동작업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전도 선보였다. 검은빛의 대형 특설 상자 전시실을 놓은 블랙박스 전은 남극해를 항해하는 배 위에서 인물들의 기념비적인 동작을 주목한 미레야 미소, 할리우드와 프랑스 로코코 건축 공간을 비교분석한 빅토르 버긴의 영상물 등이 등장했다. 일상적 시선의 경계를 헤집고 나오는 작품들이다. 조직위는 11군데 영상 전시 공간을 작가가 소속된 영국, 스위스 등지의 소장 화랑들이 같이 꾸리는 독특한 설치 형식을 지향했다. 또 ‘아시아의 지도’를 주제로 한 아트포럼도 같이 열려 담론, 실험성을 겸비한 명품 아트페어라는 인식을 보여주려 애쓰는 모습이 뚜렷했다. 기획자 김홍희씨는 “2000년대 이래 매년 급증세를 보이는 세계 미술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권력장으로 떠오른 아트페어가 비영리 미술전인 비엔날레의 정통적 권위까지 흡수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비엔날레, 아트페어간 치열해진 경쟁을 고려한 특화 전략도 도드라졌다. 스위스, 미국의 일급 화랑 대신 스페인, 중남미 화랑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고, 미국화랑들도 대다수가 중남미 히스패닉 계열의 작품들을 들고 나왔다. 루데스 조직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을 주빈국으로 지정해 라틴 미술시장을 선도하고, 일본, 중국 미술시장 소개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조직위쪽과 알력을 빚은 국내 화랑들의 경우 대부분 젊은 작가 중심의 출품작 세대교체를 본격화했다. 정연두씨의 인물사진 연작, 권기수씨 동구리 캐릭터, 김홍석씨의 당나귀 조형물, 지용호씨의 폐타이어조각 등이 눈길을 모았다. 정연두, 박성희, 최우람, 박준범씨는 미국, 스페인 등 외국화랑에도 작품들이 나왔다. 아라리오나 갤러리 현대 등의 주요 화랑 부스마다 유럽 컬렉터들이 찾아와 작품 정보를 묻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트페어의 비엔날레화에 대응할만한 청년작가들의 작품 콘텐츠 경쟁력은 미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편 주최쪽은 14일 국제적인 우수컬렉터들에게 주는 ‘아르코 컬렉팅 어워드’를, 올해의 국제 컬렉터상 수상 기관으로 뽑힌 삼성미술관 리움 홍라영 부관장에게 시상했다. 스페인을 국빈방문한 노무현 대통령과 카를로스 국왕 내외도 이날 오후 한국 화랑 출품작들을 살펴보았다.
마드리드/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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