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 ‘서양식 공간예절’ 전
사진기는 희한한 기계다. 다른 기계와 달리 아름다움을, 사람의 주관을 마음껏 똑같은 꼴로 복제해 표현할 수 있다. 지난 세기 걸출한 시각이미지 비평가 독일의 발터 베냐민은 “기술 복제시대를 위해 호출된 예술이 바로 사진”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사진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한 시대의 현실을 드러내는 무의식적 풍경을 발견한다. 지금 반경 1km 범위 안의 서울 광화문 위아래 북촌을 부지런히 발걸음 돌리며 만나게 되는 세 개의 사진 전시들이 있다. 전시공간들을 ‘방황’하면서 한국 현대 사진이 지금 놓여 있는 문제적 상황, 사진에 대한 인식의 감도와 수준들을 더듬어볼 수 있다.
불량 공간 속 ‘요지경 일상’
대림미술관 ‘서양식 공간예절’ 전 우리들의 삶과 의식을 지배하는 공간들은 요즘 사진가들의 최대 관심사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의 기획전 ‘서양식 공간예절’(4월1일까지·02-720-0667)은 우리 사회의 획일적 질서를 강제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활용된 한국 일상 공간들의 치부 혹은 숨은 비경을 까발리는 전시회다. 소장 사진평론가인 이영준씨가 젊은 유망 사진가 5명의 즉물적이고 냉소적인 사진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80년대 이후 한국 곳곳의 공간 요지경을 투시하고, 이른바 2000년대 이후 떠오른 차세대 유망사진가들의 시선, 촬영의 내공을 넘겨짚어보고 있다. 법무부장관 집무실, 헌법재판소 대회의실, 농림부 장관실 등의 관공서의 어색한 대칭적 권위구조를 포착한 고현주씨와 한국화풍 벽화와 화재 경보장치가 같이 공존하는 한식당의 벽면, 만화책 흩어진 사우나의 책장 공간 등을 찍은 구성수씨는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키치적 공간을 뜯어본다. 김도균씨나 김상길씨는 고층아파트 옥상 건축물, 미술관 계단, 임대사무실의 공백 공간 따위를 환각적인 대상으로 변질시켜 조망하며, 이윤진씨는 닳고 흠집이 간 실내 거실 공간 가구들의 눈높이를 따라 공간을 보는 시선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한결같이 냉소 혹은 냉정한 시각으로 대상물을 실험실에서 관찰하듯 뜯어보는 유형학적 사진들에 속하는 이들 작업은 문제적 공간을 건드릴 뿐 철학과 시선의 깊이가 그닥 깊어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는다. 한국 사진에서 몸이란?
트렁크 갤러리 ‘인체/육체’전
최근 개관전으로 ‘인체/육체’전을 개막한 서울 소격동 사진전문 화랑 트렁크 갤러리는 한국 사진에서 몸을 둘러싼 현상과 의문들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중견, 젊은 작가들을 통해 돌아보는 취지의 기획을 꾸렸다. 시골 소녀의 머리위 붉은 꽃, 노파의 얼굴 일부만을 보여주는 이갑철씨 사진, 남성의 몸을 짜깁기한 구본창씨의 작품과 알몸 누드의 사진과 회화적 요소를 홀로그램, 디지털 기법으로 결합시킨 배준성, 김준씨의 다분히 권태 어린 작업들이 대비를 이룬다. 전시 작품은 작지만, 신구가 뒤섞인 작품들은 우리 사진의 현주소에 대해 숱한 증언들을 하고 있다. 벌써 겉늙은 듯한 소장작가들의 권태로운 매너리즘과 중견 노장들의 신선한 사실주의가 대비를 보여준다. (02)3210-1233.
파리 서민계급의 풍경
뤼미에르 갤러리 ‘윌리 호니스’ 회고전
바지선 속에서 세발 자전거를 타고 노는 아이들, 바스티유의 탑 위에서 에펠탑과 먼 훗날 자신들이 운영할 바게트 가게를 배경으로 사진에 찍힌 연인들…. 프랑스 사진 거장 윌리 호니스(1910~ )의 서민 사진들은 그를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민 사진가로 만들었다. 프랑스 공산당의 열렬한 대변자로서 노동자들을 위한 사진을 즐겨 찍었던 좌파 운동가로서도 세계 사진사에 이름을 아로새긴 그의 회고전을 강남의 상업화랑 뤼미에르 갤러리(02-517-2134)가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28일까지 차렸다.
투명한 계급의식과 일상 풍경에서 배어나온 낭만성을 사실적 시선 속에 함께 조리한 사진들이다. 몽마르트 언덕길로 올라가는 언덕길 계단 옆 배관구 옆을 기어오르는 아이들과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 강가에서 소풍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강변을 걸어가는 행인의 모습을 조화의 샷으로 담은 사진들은 이 작가가 명징한 계급의식의 소유자이자 유연한 모더니스트였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공산당 기관지에 노동자 파업현장과 서민들의 사진을 기고했던 이 사진가의 사진이 낭만적인 파리 풍경만을 찍은 명사진사처럼 분위기가 각색된 채 전시되고 있는 것은 다분히 아쉽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대림미술관 ‘서양식 공간예절’ 전 우리들의 삶과 의식을 지배하는 공간들은 요즘 사진가들의 최대 관심사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의 기획전 ‘서양식 공간예절’(4월1일까지·02-720-0667)은 우리 사회의 획일적 질서를 강제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활용된 한국 일상 공간들의 치부 혹은 숨은 비경을 까발리는 전시회다. 소장 사진평론가인 이영준씨가 젊은 유망 사진가 5명의 즉물적이고 냉소적인 사진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80년대 이후 한국 곳곳의 공간 요지경을 투시하고, 이른바 2000년대 이후 떠오른 차세대 유망사진가들의 시선, 촬영의 내공을 넘겨짚어보고 있다. 법무부장관 집무실, 헌법재판소 대회의실, 농림부 장관실 등의 관공서의 어색한 대칭적 권위구조를 포착한 고현주씨와 한국화풍 벽화와 화재 경보장치가 같이 공존하는 한식당의 벽면, 만화책 흩어진 사우나의 책장 공간 등을 찍은 구성수씨는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키치적 공간을 뜯어본다. 김도균씨나 김상길씨는 고층아파트 옥상 건축물, 미술관 계단, 임대사무실의 공백 공간 따위를 환각적인 대상으로 변질시켜 조망하며, 이윤진씨는 닳고 흠집이 간 실내 거실 공간 가구들의 눈높이를 따라 공간을 보는 시선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한결같이 냉소 혹은 냉정한 시각으로 대상물을 실험실에서 관찰하듯 뜯어보는 유형학적 사진들에 속하는 이들 작업은 문제적 공간을 건드릴 뿐 철학과 시선의 깊이가 그닥 깊어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는다. 한국 사진에서 몸이란?
트렁크 갤러리 ‘인체/육체’전
트렁크 갤러리 ‘인체/육체’전
파리 서민계급의 풍경
뤼미에르 갤러리 ‘윌리 호니스’ 회고전
뤼미에르 갤러리 ‘윌리 호니스’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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